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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디지털 헬스케어 ‘블루오션’ 노리는 韓,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사진=pixabay)
(사진=pixabay)

[디지털데일리 강민혜 기자] 중국 정사에 최초로 기록된 명의는 전국시대에 살았던 편작(扁鵲)이다. ‘사기(史記)’ ‘편작창공열전(扁鵲倉公列傳)’에 따르면, 편작은 자신을 아버지에 비해 최하급 실력으로 평했다.

편작의 아버지는 환자가 몸의 이상을 알아채기도 전에 병을 치료했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편작 자신은 병세가 이미 심해 죽음이 임박한 환자를 치료했기 때문에 스스로를 아버지에 비해 낮게 평한 것이다.

어쩌면 편작은 디지털 헬스케어 시대, 소프트웨어의 발전에 따라 의학의 중점이 치료에서 예방으로 변화하는 근래의 상황과 맞닿은 사고방식을 가졌던 사람으로 볼 수 있다.

의료 소프트웨어 기술 발전에 따라 그간 치료에만 중점을 뒀던 의료계가 예방에도 보다 힘쓰려 노력 중이다. 관련 기술을 모아 스마트 병원 시스템 등으로 묶어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에 내놓으려는 시도도 일부 존재한다. 종합 정보통신(ICT) 기술에 따라 의료계의 블루오션이 새로 탄생하고 있는 셈이다.

ICT 기술을 활용해 개인의 라이프로그(lifelog)를 확보, 이들의 건강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며 병세가 생기기 전 예방한다는 개념이 이런 내용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정보통신 기술 인프라가 높은 국가답게, 의료 현장의 관련 기술 보급률도 높은 편이다.

특히, 전자의무기록(EMR)은 지난 2016년 기준 92% 수준이다. 이는 업계에 따르면, 5년이 흐른 현재까지도 세계 1위 수준에 속한다. 선진국의 경우에도 80%대에 불과하다는 것. 배경에는 소프트웨어 기술이 있다.

분당서울대학교병원은 미국보건의료정보관리시스템협회(HIMSS)로부터 최고 등급인 레벨7의 디지털 병원 인증을 받았다.

이는 의료 장비의 첨단화, 병원 운영 효율화, 의료 소프트웨어 등 기술 도입 경쟁력 등이 기반돼 가능한 일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최첨단 스마트 병원 기술은 왜 답보 상태에 머무를까. 실제 비옥한 기술 토양에도 불구, 한국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중 세계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낸 곳은 거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삼정KPMG에 따르면, 지난 2014년 이후 설립된 디지털 헬스케어 이업 중 세계 시장서 상위 100개 기업 안에 들어가는 국내 기업은 한 군데도 없다. 미국은 총 72개사, 영국 4개, 인도 4개, 스웨덴 3개, 프랑스 3개 등이다.

한국의 기업들은 어떤 장벽에 막혀 있을까.

문제는, 소프트웨어 기술이 전적으로 의료계의 요청에 따라 하청 형태로 보급되는 구조에 머무르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각 병원간 호환이 가능한 병원 시스템 개발과 보급이 어렵다. 호환이 되지 않는 시스템은 한 병원 안에서만 머무르게 되므로, 타국으로는커녕 다른 병원 혹은 기업으로의 판매조차 어려운 게 현실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는 병원의 요구에 전적으로 맞춰야 하는 IT서비스 기업의 한계다.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발상조차 하는 게 어렵다는 것. 전적으로 의뢰 고객사인 병원의 기준에 맞춰야 하고, 이들이 타병원으로의 시스템 판매까지 생각해야 할 이유 또한 없다는 것이다.

다만 일부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스마트 병원 시스템 자체를 외부로 공유하려는 움직임은 일어나고 있으나, 이제 막 시작인 단계에 불과하다.

이는 앞서 언급했듯, 지난 2016년 EMR 보급률이 이미 세계 1위 수준이었던 것 등 관련 기술이 업계의 동의만 있다면 어디든 빨리 보급될 수 있는 인프라망이 있으나, 업계 특성상 여러 장벽에 가로막혀 되지 않고 있다는 해석을 가능케 하는 지점이다.

즉, 관련 법규와 이해 당사자들의 규제 완화와 호환성 통일 등을 통한 스마트 병원 시스템 판매 여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공동의식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그 중에서도 스마트 병원 시장서 한국이 관련 기술을 기반으로 블루오션 선점에 힘을 쓸 수 있을지, 관계 이해 당사자들의 합의가 의료 혁신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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