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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라이트닷넷] "이번 생은 망했다구요?"…韓 게임에 '이세계'가 뜨는 이유

[IT전문 미디어블로그=딜라이트닷넷]

이세계(異世界)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참고로 이 단어는 '이 세계(This World)'를 붙여쓴 게 아닙니다. 세계 앞에 '다를 이'가 붙어있지요.

이세계는 미디어의 한 장르로, '이계'라는 단어와도 함께 쓰입니다. 일본에서 2010년대부터 큰 유행이었는데요. 말 그대로 단순한 판타지 세계 외에 다른 행성이나, 같은 지구 내에 있지만 결계 등으로 막혀 아무도 가보지 못했단 설정의 섬, 천국, 지옥 같은 종교적 세계나 하나의 시대를 말합니다.

한국에서 자주 등장하는 장르는 '이세계 전이물'입니다. 주인공이 어느 날 갑자기 눈을 떠보니 이세계라는 콘셉트입니다. 마법이나 과학으로 만들어낸 포탈로 주인공이 직접 걸어가는 경우도 있지요.

예로는 지난해 인기리에 방영됐던 SBS 드라마 '더 킹 : 영원의 군주'가 있습니다. 평행세계를 다룬 대표적인 이세계 전이물 판타지 드라마인데요. '차원의 문'으로 대한제국의 세계를 드나들 수 있다는 콘셉트였습니다.

배우 이준기, 이지은(아이유) 주연의 '달의 연인 - 보보경심 려'도 이세계 전이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삶 자체가 힘들었던 고하진(아이유)은 물 속에 뛰어들었지만, 정신을 차리고 보니 고려시대 한 소녀의 몸으로 깨어났습니다.

무슨 이유로 어떻게 그녀의 몸 속에 들어갔는지는 주인공조차 알지 못합니다. 다만 역사를 다 알고 있었던 하진이었기에, 묵묵히 황자들을 지킬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현실로 돌아오게 되지요.

일본 애니메이션 역사에서 가장 유명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도 이세계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습니다. 여주인공 치히로는 초반에 부모님과 함께 어두컴컴한 터널을 건넙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신들의 마을로 들어간 것이지요.

이세계는 오늘날 한국의 게임 스토리에도 적잖은 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대놓고 제목부터 이세계 스토리라고 말해주는 게임은 넷마블 '제2의 나라: Cross World'입니다.

게임 속 주인공은 가상현실 게임 '소울 다이버즈'를 통해 또 다른 세계를 만나게 됩니다. 이곳을 모험하며 성장하는 과정에서, 주인공은 이곳이 단순한 가상현실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지요. 주인공은 하나로 이어져 있는 현실 세계와 가상 현실을 위기로부터 구해야 합니다.

또, 넥슨에서는 8월 19일 '코노스바 모바일' 정식 서비스를 시작합니다. 일본 애니메이션 원작 '이 멋진 세계에 축복을!'이 게임 스토리에 녹아있는데요.

원작 남자 주인공 '사토 카즈마'는 게임을 사랑하는 은둔형 외톨이 소년입니다. 그의 인생은 사고사로 인해 허무하게 막을 내리나 싶었지만, 정신을 차려보니 그의 눈앞에 여신을 자처하는 미소녀가 등장합니다.

미소녀는 남자 카즈마에게 이세계에 가지 않겠냐고 제안하고, 원하는 걸 딱 하나만 가지고 가게 해주겠다고 말합니다. 카즈마는 부하를 삼기 위한 전략으로 미소녀를 택하지요. 하지만 이 미소녀는 신계에서도 트러블메이커입니다. 카즈마는 결국 일생 최대 모험에 얽히게 됩니다.

이세계 장르가 요 근래 들어 한국 게임에 녹아든 이유에 대해 고찰해보겠습니다. 2030세대라면 누구나 주변에서, 혹은 본인이 "이번 생은 망했어"라는 말을 듣거나 해본 적이 있을 겁니다. 면접에서 떨어지거나,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을 때 등 종종 나오는 말이지요.

게임이 마음대로 안되면 버튼 한 번 누르고 리셋(Reset) 해버리듯이 인생을 리셋하고 싶다는 바람들도 많습니다. 왜 이번 생이 망했는 지에 대해 상대방을 설득시킬 수는 없지만, 그저 각박한 현실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된 말일 것입니다.

일본 현지의 한 문화평론 전문가는 힘든 현실을 잊고 이세계에서 새 출발을 시작하는 주인공에게 자신의 모습을 투영해 바라보기 때문에 이세계 장르의 인기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게임이나 드라마 등에 집중할수록 주인공과 같은 마음에서 몰입도는 한층 높아지게 되며, 현실에 대한 망각도 이로 인해 빠르게 이뤄지기 마련이라는 것이지요.

이세계는 점차적으로 게임 이용자 뿐만 아니라 대중들에게 하나의 주류 장르로 자리 잡아가고 있습니다. 만약 신규 이세계 지식재산(IP)을 제작하고 있는 곳이라면 이용자(시청자)들의 몰입도가 극대화될 수 있도록, 양산형 판타지를 지양하고 탄탄한 스토리와 고증을 통해 허점을 줄여나가는 노력이 필요해보입니다.

[왕진화 기자 블로그=왕진화 기자의 게임 다이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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