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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기고] 막오른 ‘금융 플랫폼’ 시대, 코어뱅킹시스템의 혁신 전략

글: 뱅크웨어글로벌 이은중 대표(사진)

금융권을 중심으로 코어뱅킹시스템 교체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국내 유일의 코어뱅킹소프트웨어(SW)제조사 뱅크웨어글로벌의 대표로서, 또 30여년을 은행 코어뱅킹시스템 아키텍처 수립과 구축에 종사해온 전문가로서 코어뱅킹시스템 교체와 관련한 내용을 풀어보고자 한다.

1. 코어뱅킹 시스템의 변화를 요구하는 금융환경의 변화
은행 경영환경 변화를 코어뱅킹시스템의 변화 관점에서 요약하면 다음의 4가지가 될 것 같다.

① 강력한 경쟁자의 출현 = 가격 경쟁력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터넷 전문은행, 편의성 높은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핀테크, 넓은 고객 접점을 바탕으로 금융 영역 진출을 가속화하는 빅테크 기업 등 강력한 경쟁자의 출현은 은행을 위협하고 있다. 핀테크와 빅테크의 등장은 은행의 벨류체인 전반에 변화를 일으키고 있으며 금융 생태계의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② 파괴적 기술의 등장 = 클라우드, AI, 빅데이터 등 신기술의 출현은 은행의 전통적인 영업방식을 데이터 기반의 개인화된 고객 맞춤 서비스 방식으로 변화시키는 등 은행의 프로세스에 많은 변화를 초래하고, IT시스템의 대응 속도와 유지비용측면에서도 큰 차이를 낳고 있다.

③ 금융규제 완화와 금융혁신 촉진 = 금융 데이터 개방이 의무화되고, 오픈 API를 통한 데이터 개방은 고객 정보에 대한 은행의 독점적 지위를 약화시켰다. 금융 혁신을 촉진하기 위한 마이데이터 사업, 마이페이먼트 사업 등 새로운 금융서비스가 도입되고 있다.

④ 고객 행동 패턴의 변화 = 다양한 생활서비스가 모바일을 통해 제공되고 있고, 대부분의 금융서비스 또한 모바일로 수행되고 있다. 이에따라 은행은 서비스의 비대면화, 개인 맞춤화, 고객경험 제고라는 과제를 갖게됐고, 나아가 다양한 모바일 생활서비스와 금융서비스의 연계-제휴라는 커다란 과제를 갖게됐다.

2. 코어뱅킹 시스템의 과제
급속한 금융환경 변화는 코어뱅킹시스템의 역할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영업점에서 취득한 고객정보를 바탕으로 자사의 상품을 판매하던 역할에서 이젠 자사 및 타사의 상품을 자사 및 타사의 채널을 통해 판매하는 역할로 확장되고 있다. 나아가 타사 상품 판매를 대행 처리하는 BaaS 서비스도 예상된다. 이는 코어뱅킹시스템에 새로운 과제를 요구하고 있다.

① 광폭의 고객 정보 관리 = 그간 은행 고객정보의 대부분은 영업점을 통해 신규 고객을 등록하거나 여신 신청을 받는 과정에서 취득됐다. 그러나 외부기관과의 연계가 강화되면서 기존 코어뱅킹 고객이 아닌 고객에 대한 정보관리가 요구되고 있고, 고객의 모바일 사용 내역이 마케팅 정보로 중요성이 높아졌다. 특히 마이데이터 사업이 금융을 넘어 앞으로 통신, 의료, 공공 영역까지 확대가 예상되면서 고객 정보의 폭과 깊이가 대폭 강화될 전망이다.
사실 그간 차세대시스템 아키텍처 수립시 고객정보통합 및 마스터 데이터관리 방안은 중요한 아키텍처 결정사항이었다. 고객정보의 변경을 일으키는 프로세스와 고객정보 사용 빈도가 코어뱅킹시스템의 비중이 월등히 높으므로, 고객정보를 코어뱅킹시스템 내에 위치시키고 데이터의 축적과 제공 역할을 코어뱅킹시스템에서 담당하도록 하는 것이 애플리케이션의 개발과 시스템의 성능 측면에서 더 좋다는 결론을 내려왔다.
그러나 이제는 고객정보의 폭과 취득 원천이 점점 다양해지고 있고, 컴퓨팅 파워의 발전으로 더 이상 처리성능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다. 또 MSA 아키텍처의 확산과 함께 분산 처리설계 경험이 축적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고객정보 마스터 데이터관리 역할을 코어뱅킹시스템에서 분리하는 것이 적극 검토돼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② 광폭의 상품 및 계약 정보 관리 = 은행은 더욱 더 개인화된 상품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뿐만 아니라 더욱 폭넓은 제휴 상품을 판매해야 하고, BaaS 고객을 위한 상품서비스도 제공해야 한다. 그동안 차세대 프로젝트를 통하여 상품팩토리를 구축함으로써, 상품 정보의 정의만으로 신상품을 신속하게 개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 과정에서 가장 역점을 두었던 것은 상품개발자가 설계하는 어떠한 종류의 상품 기능(Feature)도 기존 상품 데이터모델의 변경 작업없이 정의할 수 있는 유연한 상품 데이터모델을 설계하는 것이었고, 그 면에서 상당한 수준의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새로운 금융환경을 고려할 때, 기존 코어뱅킹시스템의 부족한 점은 두 가지 정도로 요약된다.

첫 번째는 새로운 상품 조건이 추가되는 경우 그 상품 조건이 적용되는 프로그램의 기능 확장이 필요하게 되는데, 이때 기존의 기능에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새로운 상품 조건이 쉽게 적용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우대금리 제공 조건이 추가됐다고 할 때, 기존의 우대금리 판단 로직에 영향없이 새로운 조건이 쉽게 적용될 수 있어야 한다.

두 번째는 다양한 제휴 상품을 판매하고 그 정보를 관리할 수 있는 범용 계약원장관리 체계를 갖춰야한다. 비록 상세한 계약정보는 제휴기관에서 관리한다고 하더라도 기본적인 계약정보는 은행 내에 관리돼야 한다. 따라서 다양한 제휴 상품을 신속하게 도입할 수 있으려면, 어떠한 형태의 계약정보도 관리할 수 있는 범용 계약정보관리 체계 구축이 매우 중요해졌다.

③ 대외기관 연계 유연성 확보 = 이미 우리는 대외기관 연계를 위한 별도의 레이어를 두고 기관별로 달라질 수 있는 전문 변환 등을 담당하게 함으로써 새로운 기관의 추가가 용이한 구조를 갖췄고, Open API 요건도 잘 대응해 왔다. 대외기관과의 제휴가 활발해지면서 새로운 비즈니스 트랜잭션을 추가로 개발해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와 관련하여 한가지 아쉬운 점은 비즈니스 트랜잭션과 재사용 기능 컴포넌트의 레이어 분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것이 확실하게 이뤄졌으면, 새로운 비즈니스 트랜잭션의 개발이 필요할 때 재사용 기능 컴포넌트의 조립만으로 신속하게 대응이 가능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④ 초대형 거래 처리 능력 확보 = 중국의 알리페이는 2020년 11월 11일 광군제에 초당 58만3천건의 거래를 처리했다. 알리페이가 제공하는 대표적인 서비스는 ‘고객인증’, ‘고객 신용정보제공’, ‘결제’로 우리도 본격적인 금융 플랫폼 시대가 열리면 이와 유사한 서비스를 다양한 제휴기관에 제공하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특정 이벤트 발생시 지금과는 차원이 다른 대량의 거래 처리가 요구될 것이다. 다만 우리 코어뱅킹시스템은 거래처리 용량 확장에 한계를 가지고 있으며 특히 집중계좌 처리에 약점을 가지고 있다.

⑤ IT 비용 효율성 제고= 중국 텐센트의 인터넷은행인 위뱅크의 CIO는 2020년 인터뷰에서 계좌당 IT비용이 중국은행 대비 1/10, 서구은행 대비 1/30이라고 자랑한 바 있다. 이는 IT인프라가 오픈소스 기반으로 구축돼있고 클라우드 기술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위뱅크의 고객이 2억명 이상이고 2019년 피크 일에 처리한 거래가 5억7천만 건을 초과하였다고 하니, 대량거래처리 환경에서는 IT처리비용 효율성 제고가 코어뱅킹시스템의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우리의 코어뱅킹시스템 또한 서구 은행들과 비교하면 매우 비용효율적이기는 하지만 오픈소스와 클라우드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위뱅크와 같은 테크핀과 비교하면 열등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향후 거래량의 폭발적 증가가 예상되는 미래 금융환경에서 코어뱅킹 시스템의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판단된다.

⑥ 서비스 출시 속도 제고= 핀테크, 테크핀 등 은행의 새로운 경쟁자는 MSA 아키텍처 기반의 애플리케이션을 구축하고 데브옵스(DevOps), CICD 등 애자일 개발 방식을 활용해 빠르게 서비스를 출시하고 있다. 이에 은행의 코어뱅킹시스템은 서비스의 신속한 출시가 가능하도록 아키텍처, 개발 및 테스트, 배포 환경을 개선하고, 그 조직 및 프로세스를 재설계해야 한다. 특히 그동안 국내 금융 IT에서 소홀했다고 판단되는 테스트 자동화를 위한 테스트 코드의 개발 및 빌드 배포 환경 개선은 서비스의 신속한 출시에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판단된다.

3. 새로운 코어뱅킹 시스템 구축 방안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새로운 금융환경의 변화에 대응해 코어뱅킹 시스템은 고객, 상품, 채널, 처리용량, 처리비용, 서비스 출시속도 측면에서 전혀 새로운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

① 신시스템 구축 필요성 = 이러한 요구사항은 기술 인프라뿐만 아니라 애플리케이션 구조를 대폭 변경하고 상품, 계약 및 고객 데이터 구조도 바꾸어야 가능하다. 기존 시스템의 수정 보완 수준으로 대응하기 곤란하고 새로운 기술 기반 및 아키텍처위에 구축해야한다고 판단된다.

② 구축 범위와 방식 = 사실 은행이 핀테크, 인터넷은행, 테크핀과 경쟁을 하는 영역은 기존 코어뱅킹시스템의 아주 일부분이다. 외환, 대행, 퇴직연금 등과 기존의 오래된 수/여신 상품은 경쟁 영역이 아니다. 따라서 코어뱅킹시스템 전체를 교체하는 대신 금융플랫폼에 필요한 일부 기능만 별도의 시스템으로 만드는 것이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대응 방안으로 판단된다.
기존 은행이 새로운 경쟁자와 IT서비스의 출시 속도 경쟁을 벌이는 데 있어, 기존 상품 및 서비스는 기존 은행 IT 개발자에게 상당한 부담을 주고 있다. 따라서 금융플랫폼에 필요한 일부 기능만 별도의 시스템으로 만드는 것이 IT서비스 출시 속도 면에서 매우 유리하다.

③ 듀얼 코어 시스템 구축 사례 = “왜 갑자기 코어뱅킹시스템을 하나 더 만들자는 것이냐? 코어뱅킹 시스템을 하나 더 유지하면 인력이 추가로 들어가고 비효율적일 것이라는 걸 생각이나 해봤느냐?”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지난 2019년 3월 시티 리서치그룹(Citi Research Group)의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뱅크 4개 중 하나는 기존 거대 은행들이 주도해 설립했다. 기존 은행이 별도의 디지털 뱅크를 만든 이유는 디지털 뱅크가 클라우드, AI, 빅데이터와 같은 완전히 새로운 기술 기반 위에 핀테크 기업의 조직문화, 프로세스, 사업모델을 도입하여 기존 은행 대비 월등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한 유명한 사례는 이미 여러 차례 국내에 소개된 바 있는 르미은행의 페퍼뱅크 구축 사례다. 르미은행은 이스라엘의 최대 은행으로 디지털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모바일 전용 코어뱅킹시스템을 레거시와 별도로 구축하기로 하고, 테메노스의 T24패키지를 도입해 프라이빗 클라우드 기반의 코어뱅킹시스템을 구축했다. 르미은행은 이 시스템을 테스트배드로 활용해 향후 기존 레거시시스템을 클라우드 기반 시스템으로 교체하는 데 활용하고자 한다.

해외 은행이 레거시 은행의 조직, 스킬, 시스템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별도의 은행을 만들어 새로운 디지털 코어시스템으로 경쟁하고 있는 것처럼 우리도 새로운 아키텍처로 무장한 새로운 디지털 코어시스템을 만들어 금융 플랫폼 경쟁을 하는 것이 좋은 선택이라고 본다. 기존 코어시스템과 별도의 코어시스템을 만드는 ‘듀얼 코어’구축 방식은 비교적 단기간에 관리 가능한 리스크 범위내에서 혁신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최근 적극 고려되고 있는 옵션이기도 하다.

④ Build or Buy = 충분한 인력과 시간이 있다면 요구사항 정의부터 설계 개발을 은행 인력이 직접 담당하게 하는 커스텀 디밸롭먼트(Custom Development) 방식이 원하는 품질의 시스템을 구축하고 향후 유지보수 하는 데 필요한 기술력을 갖추는 데 유리하다.

그러나 인력과 시간이 충분하지 못한 경우, 이 방식은 금융 전문회사의 SW를 활용하는 방식보다 시스템의 품질을 확보하고 안정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측면에서 불리하다. 소스코드 확보 여부나 유지보수를 직접 수행할 수 있고 없고는 계약 조건 협의대상이므로 방안 비교의 고려 항목이 아니다. 뱅크웨어글로벌은 국내 유일의 코어뱅킹 SW업체로서 자체 SW를 이용해중국 앤트파이낸셜의 마이뱅크, 한국의 케이뱅크, 대만 라인뱅크의 코어뱅킹시스템을 구축했고, 일본 라인뱅크, OK저축은행의 코어뱅킹시스템을 구축 중인 금융SW 전문회사다.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개발함에 있어 백지에서 시작하는 것보다 기존에 많은 시간을 들여 설계하고 개발해 놓은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편이 시간도 절약되고 품질도 높아진다는 점이 제대로 평가되지 않고 있는 것 같아 코어뱅킹 소프트웨어 업체로서 아쉬움이 크기도 하다. <끝>

*<알림> 본 컬럼은 디지털데일리가 7월 출간한 <2021년판 디지털금융 혁신과 도전>에 게재된 내용을 요약할 것으로, 편집 사정상 본문의 내용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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