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강민혜 기자] LG유플러스·SK텔레콤·제일기획은 어떻게 현업 부서에 RPA(Robotic Process Automation, 로봇 자동화 시스템)를 도입하며 전사적 디지털 전환에 박차를 가했을까. 15일 전세계 대상으로 진행된 RPA 전문 기업 유아이패스의 고객 사례 발표회에 참여한 각사 RPA 담당자의 의견으로 알아본다.
◆ "업무 생산성 높이는 혁신 믿어" LG유플러스
LG유플러스는 시민 개발자(Citizen Developer) 모델을 국내서 처음 도입했다. 본래 대기업의 디지털 전환시 고려되는 RPA 도입 방안은 외주 형태가 일반적이다. LG유플러스는 이 경우 노하우를 가져올 수 없다는 점 등에 착안, 유아이패스의 RPA를 도입해 시민 개발자로 조직 내 관련 인원을 키우자는 방안을 택했다. 시민개발자 모델 도입 통해 사내 각 조직 근무 인원 중 20명의 전담자 선발, 시민개발자로 양성했다. 현장 수행 업무 중 자동화 과제 발굴, 개발하고 실질 개선 효과 체감하며 현업 중심 개발 과제를 발굴하고 있다.
김인호 LG유플러스 책임은 과제 발굴, 개발, 교육, 운영, 확산 활동 등 RPA 관련 모든 활동을 직접 수행한 게 성공적 정착 비결이라고 말한다. RPA 과제 개발, 운영을 IT부서에 의존하거나 외주로 돌렸다면 현업 적용 쉽지 않았을 거란 해석이다. 직접 개발하고 운영하기까지 많이 어렵고 시행착오도 있으나 혁신하다보면 어려운 부분도 해결, 장기적으로 전 직원으로의 디지털 전환 인식 확산에 도움된다는 전략이다.
LG유플러스에서도 도입 초기엔 자동화에 대한 선입견과 거부감이 많았다. 직원들 사이에서 RPA 때문에 내 일이 없어진다는 의구심 가진 직원이 등장했다. 이런 인식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게 수월하진 않았다. 구성원 공감 얻기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었다.
현장 설명회나 교육, 행사 등으로 공감 형성에 힘을 기울였다. 또한, 도입 이후 2년 만에 개발한 과제가 약 160개에 이를 정도로 업무가 안정되자 일을 RPA에 맡기면 안 되냐는 제안이 나올 정도로 분위기가 바뀌었다. 현재 LG 유플러스에 도입돼 운영되고 있는 RPA 과제는 네트워크 부문에서만 약 160개, 전사 기준으로 약 300개다. 자체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지금까지 연간 약 7만 시간을 절약했다.
인하우스 방식인 시민 개발자 모델을 사용하면 전문 개발자 아닌 구성원들이 내부 교육자료를 만드는 게 가능하다. 현업서 교육받아 개발하다보니 어려운 부분 많아 무조건 쉽게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자료를 만들었다. 어려운 건 빼고 따라하기 방식으로 진행하니 직원들의 자동화 거부감이 줄었다. 역량있는 직원들은 난이도 높은 과제 개발하도록 교육 체계를 수준별로 만들었다.
현업서 RPA 개발에만 집중할 수 없기에 나오는 해프닝도 존재했다. 처음 몇 명 선발해 개발자 양성해도 그 인원이 끝까지 가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조직이 바뀌며 결원이 발생하기도 하고 그만두는 인원도 생겼다. 신규 인원이 꾸준히 유입되는 RPA 개발자 생태계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느낀 이유다.
이들이 인정받는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경진대회, 자동화 우수사례, 과제 발굴 이벤트, 교육 우수자 선정 등을 통해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조직 내에서 인정받도록 장려했다. 개발자 영역에 따라 초급 중급 고급 특급 네 가지 등급을 구분해 등급에 따라 혜택을 부여해 개발자 스스로 역량 향상하는 동기를 줬다.
또한 하달식, 상달식 의사 결정을 병행했다. 하달식은 리더가 지시하는 주요 개발 과제들을 전문적으로 개발하는 시민 개발자 육성하는 방법이었다. 상달식은 누구나 자동화 과제 개발하도록 육성하는 일이다. 상달식으로 관심, 소질있는 개발자들이 발굴되면 승격하는 구조다. 이들은 조직 내 시민개발자가 된다. 여기에 스튜디오 X(Studio X)를 도입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개발자 리소스나 코딩 작업 없이도 자신의 업무를 자동화할 수 있게 만들었다.
LG유플러스는 구성원의 RPA 긍정 인식을 끌어낸 배경 위에 고도화와 더 넓은 범위로의 확산을 꿈꾼다. 현재 LG유플러스는 내부적으로 RPA 역할에 따라 통계봇(통계 데이터 제공)·비서봇(시스템 데이터 입력)·이상봇(이상 현상 관리)·휴먼봇(이상봇과 비서봇의 결합, 로봇 스스로 인지하고 처리)으로 구분한다. 앞으로는 이상봇과 휴먼봇 형태로 고도화할 생각이다. 휴먼봇은 단순 RPA 아닌 사람처럼 판단하는 등 인공지능(AI) 결합 형태를 지향하는 것이다.
◆ "우리만의 알프스 문법 만들어" SK텔레콤
SK텔레콤은 올해 RPA 전담 인원을 선정해 향후 자동화 플랫폼 도약을 꾀한다. 그 일환으로 자체 프로그램 문법인 '알프스(RPA Framework for SKtelecom)'를 만들었다. 초반엔 유아이패스의 도움을 받아 자동화하고 싶은 과제를 함께 수행했으나 올해부터 혁신 전략을 강화하며 고차원의 개발을 꿈꾼다. SK텔레콤은 스태프 대상 백엔드에서 쓰던 RPA를 프론트엔드 즉, 서비스단까지 확장해 고객도 쓸 수 있는 모델을 지향한다. 또한, AI 기술을 RPA와 적용, 확장 가능성을 더 살핀다.
지난 2017년 말 RPA를 도입한 후 통신 사업 관장 부문서 일부 RPA를 쓰다가 2018년 전사로 확장했다. 단순 반복 작업을 수행했는데, 전표 처리나 등기부등본 발급 등이다. 2019년엔 RPA에 스스로 SK텔레콤의 비즈니스에서 판단하고 과업을 수행하도록 시험했다. 이후 2020년 RPA 전담 조직이 확장됐고 업무 성과를 보이기 위해 사내뿐 아니라 SK텔레콤의 서비스단 본연 과제도 발굴해 자동화하는 방안을 모색했다. 이런 노력이 인정받아 지난 상반기 RPA 추진담당이 임원급으로 확대됐다. 홍승태 SK텔레콤 RPA 추진담당의 역할이 커진 이유다. 홍 담담당은 지난 2018년부터 RPA 추진담당으로 일했으며 이전엔 전략 기획 부서 등에서 일했다.
SK텔레콤은 지난 2020년 "SK텔레콤 기업문화AI/DT CoE RPA 운영 계약직 채용" 공고를 통해 RPA 솔루션 및 프로세스에 대한 이해를 가진 자, 유아이패스 프로그래밍 경력 6개월 이상이 된 자 등을 대상으로 기업문화AI/DT CoE 부서에서 일할 인력 한 명(계약직 1년, 최대 2년 근무 가능)을 채용했다. 인사관리 유관 업무 전반에 대한 RPA기반 자동화 실무, RPA 솔루션 관리·안정화, RPA 적용 업무의 체계적 운영을 담당한다.
◆ "RPA, 이제 시작… 로프로와 협업" 제일기획
제일기획은 지난 상반기 RPA를 도입, 5개월간 120개의 과정을 발굴, 수행할 정도로 이른바 '찍어내기 개발'을 이어왔다. 제일기획 내부 직책인 '프로'를 로봇에 붙여 '로프로(로보트+프로)'를 명명하고 RPA에 대한 현업 부서의 긍정 인식 제고를 먼저 진행했다. 현업과 로프로가 상호작용하며 필요한 과제가 있을 때마다 추가하며 반복 업무를 줄였다.
만족도가 가장 높았던 건 신제품 출시 때 약 80개국에 각 언어와 사진을 제대로 업로드해야 하는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링크가 잘 올라갔는지 수작업으로 검수하는 게 어려웠는데 현재는 로프로가 해결한다. 문서 분리 작업, 업데이트, 검수까지 로프로가 도맡아 현업의 반복 노동 강도가 크게 개선됐다.
장효정 제일기획 디지털부문 프로는 제일기획서 솔루션을 도입한 것은 처음이라 장기적 관점부터 고려, 비전공자와 비개발자도 쓸 수있는 시행 포트폴리오 마련에 쉬운 소프트웨어 구축을 우선했다고 설명한다. 현업과 로프로의 상호작용이 익숙해진 지금은 로프로가 자체 관제할 수 있는 모델을 구축할 것을 계획하고 있다. 각국 챗봇과 문서 처리 OCR(Optical character recognition, 인공지능 기반의 광학문자인식) 적용도 유용할 것으로 본다. 현재 로프로는 1단계에 불과하지만 향후 5단계까지 진화할 큰 꿈도 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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