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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e커머스 지각변동 ‘초읽기’...경쟁력 강화에 사활

협력이냐 독자노선이냐…업체별 다른 경쟁력 확보 전략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서 국내 유통 공룡으로 불리는 롯데와 신세계가 맞붙는다. 최종 승자는 네이버·쿠팡 등 신흥강자들과 본격적으로 경쟁할 수 있는 기회다.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은 업체들 역시 고객들을 잡기 위한 경쟁력 구축에 사활을 거는 모습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7일 진행된 이베이코리아 매각 본입찰에는 롯데쇼핑과 신세계그룹 이마트가 인수 의향서를 제출했다. 디지털 중심 유통 생태계 구축을 통해 온라인 사업 규모와 역량을 확대하기 위해서 이번 본입찰에 참여키로 했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이베이코리아의 거래액은 20조원 수준으로 네이버쇼핑과 쿠팡에 이은 3위다. 시장 점유율 역시 약 12%로 네이버·쿠팡 다음 이름을 올리고 있다. 업계 3위 이베이코리아 새 주인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국내 e커머스 시장 경쟁 구도가 요동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 전반적으로 경쟁이 심해지고 변화 속도가 빠르다 보니 자체적으로 새롭게 돈을 들여 사업을 시작하기보다 기존 플랫폼들을 인수해 자기 스타일에 맞게 접목시켜 가져가는 게 시간과 비용을 덜 들이며 성장하는 방법으로 대두되고 있다”고 했다.

◆ 롯데·신세계, 몸집 키우고 쿠팡 견제할 기회=유통 라이벌인 롯데와 신세계는 이번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가장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롯데와 신세계는 오프라인 유통 분야 ‘터줏대감’이지만 유통 중심이 온라인으로 넘어가면서 위기를 맞았다. 네이버·쿠팡이 시장을 장악해가는 반면 온라인 부문이 약점으로 꼽히고 있다.

최근 온라인 부문 강화에 사활을 걸고 있는 양사는 이번 이베이코리아 인수가 단기간 몸집을 키울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다. 경쟁업체가 이베이코리아를 가져갈 경우 남은 업체는 존재감이 더욱 약해질 것이라는 위기감도 작용했다. 900명에 달하는 정보기술(IT) 개발인력과 판매자·소비자 데이터도 매력적인 요인이다.

롯데와 신세계는 물류센터와 오프라인 점포 등 물류 인프라를 갖춘 상태다. 거래액 20조 규모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할 경우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특히 몸집을 키워 시장 지위가 높아지면 양사에 위기감을 가져다준 쿠팡을 방어하고 견제할 수 있다. 쿠팡은 e커머스 업체이지만 실제 경쟁력은 물류센터를 통한 배송에 있다. 자체 물류 센터를 구축해 ‘빠른 배송’으로 상당수 오프라인 고객을 온라인 시장으로 데려온 것. 현재도 대규모 자금으로 전국 물류센터에 투자하며 독자 노선을 걷고 있다.

플랫폼 확장 측면에서도 이베이코리아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업계에선 이베이코리아 새주인이 누가 되든지 옥션과 G마켓, G9 플랫폼은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각각 고유 특색을 갖춰 고정 고객을 확보한 채널들을 하나로 합쳐선 오히려 경쟁력을 잃게 되기 때문. 롯데온과 SSG닷컴과 별개 운영하면서 고객 접점을 늘릴 수 있다. 롯데와 신세계가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통해 추구하는 방향은 유사하다. 고유 플랫폼과 어떤 식으로 연계해 경쟁력을 갖출지가 관건인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누가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든 높은 가격이 문제이지 기존 플랫폼들과 연계한 시너지 효과는 클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 11번가·위메프·티몬 등 각자 차별화 전략 고심=11번가와 위메프, 티몬 등 이베이코리아 인수전과 무관한 e커머스업체들도 지속적인 경쟁력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일부 업체들이 높은 점유율을 차지한다 할지라도 커머스 특성상 ‘승자독식’ 현상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카카오도 초반에는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검토했지만 예비입찰에도 참여하지 않고 차별화 전략을 고심하고 있다.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서 예비입찰에서 적격후보자명단(숏리스트)에 포함됐던 SKT와 홈플러스 최대 주주 MBK파트너스는 입찰 제안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단 MBK파트너스는 향후 다양한 방식으로 인수에 참여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겨뒀다.

SKT는 본입찰 참여를 고심해 왔지만 이베이가 희망 매각가를 5조원으로 제시하면서 비용 대비 시너지가 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불참을 결정했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그러나 ‘탈통신’ 사업 강화 차원에서 11번가 쇼핑사업은 여러 기업과 적극 협력 중이다. 특히 SKT는 11번가 내에서 아마존 상품을 직접 구매할 수 있는 서비스 런칭을 위해 협력 중이다. 11번가만으로 국내 e커머스 시장에서 힘을 쓰기 어려운 상황에서 아마존과 협업으로 차별화된 시장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그림이다.

11번가 관계자는 “앞으로 커머스 시장은 혼자 잘해서 살아남기보단 협력의 형태로 경쟁력을 가져갈 것”이라며 “11번가도 아마존과 협력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는 측면을 가장 우선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위메프와 티몬도 각각 상품력과 타임커머스 장점을 내세우며 충성도 높은 고객들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e커머스 거래액이 매해 증가하고 있을뿐더러 관련 업체들이 증가해 치킨게임이 극심했던 상황에서도 소비자들이 이용하는 플랫폼은 분산되어 있어 가능하단 의견이다.

위메프는 2.9% 정률 수수료와 무료 vip멤버십 제도 등 도입해 상품 경쟁력을 갖추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티몬은 올해 1분기 티몬을 찾은 소비자 월 평균이용일수는 10.2일로 지난해 4분기에 이어 2분기 연속 국내 상위 이커머스 6개사 가운데 최다 이용일수를 기록했다고 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올해 e커머스 시장이 재편되고 서열이 바뀔 순 있겠지만 검색 플랫폼처럼 한 기업이 50% 이상 가져가거나 하는 독과점 현상이 일어나긴 쉽지 않다"고 전했다.

<이안나 기자>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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