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반도체 시장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반도체 설계 및 제조사는 호황이다. 하지만 소재 업체에게는 다른 나라 얘기다. 오히려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원가부담이 늘어났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반도체 공정에 쓰이는 실리콘웨이퍼나 화학물질 등을 다루는 업체들은 지난 1분기 반도체 업계 내에서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D램은 작년 말부터 오름세다. 낸드는 반등을 시작했다. 지난달 기준 범용 D램과 낸드플래시 고정거래가격은 각각 전월대비 26.67%와 8.57% 올랐다. 파운드리의 경우 주요 기업 대부분이 10% 이상씩 생산단가를 인상했다. 대만 UMC 등은 연내 30~40% 올릴 것으로 추정된다.
핵심소재 수요도 증가했다. 실리콘웨이퍼의 원재료인 폴리실리콘, 불화수소의 원재료 무수불산 등이다. 반도체용 고순도 폴리실리콘 가격은 연초 대비 40~50% 폭등했다. 무수불산 역시 꾸준히 단가가 상승 중이다. 중국 의존도가 높다.
▲SK실트론(웨이퍼) ▲동진쎄미켐(포토레지스트) ▲램테크놀러지(불화수소) ▲이엔에프테크놀로지(불화수소) ▲메카로(전구체) ▲원익머트리얼즈(아산화질소) 등이 원가부담을 떠안았다. 소재는 통상 장기계약을 맺어서 미리 정해놓은 가격으로 공급된다.
소재 업체 관계자는 “소재 분야는 원재료 가격이 상승한다고 해서 즉각 반영되지 않는 구조”라며 “반도체 시장에 슈퍼사이클 조짐이 보이지만 당장 피부로 와닿는 건 없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수요 급증에도 불구하고 이들 업체는 증설에 소극적이다. 수년 뒤 시장 상황이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다른 관계자는 “코로나19라는 전례 없는 이슈로 반도체 업황이 급변하는 시점이지만 증설 같은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공급이 부족해지더라도 생산능력을 크게 늘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런 계약 관행이 소재 업체가 불리한 것만은 아니다. 원재료 비용이 대폭 올라간 시점에서 체결한 계약은 해당계약 기간 가격에 적용된다. 안정적 수익구조 유지에는 유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