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타버스·신작 통해 미래 먹거리 준비 나선 게임사들 - 성과급·임금 인상 경쟁 과했나…인건비 리스크 현실화
[디지털데일리 왕진화기자] 주요 상장 게임 기업들의 1분기 실적 발표 일정이 마무리 돼가는 수순이다. 게임 기업들은 저마다의 사정으로 올해 1분기 실적에 대해 각기 다른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지난해 출시했던 각각의 모바일 게임들이 계속적인 흥행을 이어감에 따라 크게 선방한 기업들도 있었지만, 인건비 상승과 마케팅 비용의 급증으로 발목을 잡힌 기업들도 있었다.
게임 기업들의 실적을 다시 한 번 돌아보며, 컨퍼런스 콜에서도 자주 언급됐던 3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정리해봤다.
◆ 게임의 비전 및 트렌드는 '메타버스'
메타버스란 가공, 추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현실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다. 웹과 인터넷 등의 가상세계가 현실세계에 흡수된 형태다. 주요 업계에서는 향후 IT산업의 핵심 키워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게임사들은 메타버스를 놓치지 않았다. 가장 먼저 블록체인 자회사를 갖고 있는 위메이드의 경우 미르 IP와 함께 메타버스 플랫폼, 가상자산 투자에 적극적인 자세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올해 미르4의 NFT(대체불가능한토큰) 기술이 적용된 글로벌 버전을 통해 주요 아시아권 진출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는 컨퍼런스콜을 통해 "게임이 메타버스로 진화하고 가상자산이 가치를 인정받는 전 세계적 변화가 진행 중이며, 위메이드는 이 거대한 변화의 흐름을 기회로 맞을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펄어비스 또한 내년 초 출시를 목표로 메타버스 신작 게임 도깨비(DokeV) 개발에 집중할 예정이다.
정경인 펄어비스 대표는 "메타버스는 일시적 유행이 아닌 계속된 발전을 통해 트렌드로 자리잡게 될 것이며, 도깨비도 그에 부응하는 성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컴투스 및 게임빌도 디지털콘텐츠·메타버스·지식재산권 등 다양한 분야의 유망 기업에 대한 투자하고 인수·합병(M&A)을 적극 추진해 글로벌 종합 콘텐츠 기업으로 성장한다는 계획이다.
◆ 여름부터 뜨겁게 다가올 '신작'들의 향연
게임사들은 컨퍼런스콜을 통해 저마다의 신작을 소개하며 2분기 및 올해 성적에 대한 기대감을 끌어올렸다. 먼저 올해 '쿠키런: 킹덤'의 흥행으로 창사 이래 분기 최대 실적을 달성한 데브시스터즈는 신작 '브릭시티'와 '세이프하우스'를 오는 하반기 출시 목표로 개발 완성도를 높이는 작업에 더욱 집중한다.
전년 대비 견조한 성적을 이뤄낸 카카오게임즈는 2분기부터 국내외 게임 시장 공략을 가속화 한다. 먼저, '오딘: 발할라 라이징'을 필두로 올해 국내 시장에 '월드플리퍼', '영원회귀: 블랙서바이벌', '소울 아티팩트(가칭)', '가디스 오더' 등을 순차적으로 출시해 지속 성장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엔씨소프트는 5월20일 모바일 MMORPG '트릭스터M'을 정식 출시한다. '블레이드 & 소울 2(블소2)'는 2분기 출시를 목표로 사전 예약을 진행 중이다. 펄어비스는 2분기 글로벌 퍼블리싱 역량을 기반으로 검은사막 IP와 이브(EVE)의 안정적인 라이브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연내 출시 예정인 '붉은사막'의 신규 정보 공개도 올 여름께 이어진다.
위메이드는 흥행작 '미르4'와 세계관이 공유되는 미르M의 연내 출시를 위해 담금질 중이다. NHN에서는 비(非)웹보드 게임인 리듬게임을 출시할 예정이다. 정우진 대표는 "NHN플레이아트에서 '컴파스' IP로 리듬게임을 개발 중이며 이르면 내년 초 출시할 예정"이라며 "일본 시장에서 서비스 중인 컴파스의 세계관에 맞춰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네오위즈는 올 여름 주요 신작인 '블레스 언리쉬드' PC 버전을 선보이며 PC MMORPG 시장 공략에 나선다. 선데이토즈에서는 5월말 내놓는 신작 '니모의 오션라이프'를 통해 2분기 반전을 노린다.
또한 선데이토즈는 해외 소셜 카지노 시장을 공략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오는 6월1일 올 1분기 흑자 전환을 기록한 링스게임즈와 선데이토즈플레이의 합병 법인인 '플레이링스'가 공식 출범한다.
웹젠은 2021년 하반기 내 뮤 IP를 활용하는 신작 게임의 국내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게임명과 출시일은 확정되는 대로 시장에 공개될 예정이다. 또한 PC 온라인게임 'S.U.N.(썬, Soul of the Ultimate Nation)'의 리부트(Reboot, 재출시) 버전인 '썬 클래식(S.U.N. Classic)'의 서비스를 준비 중에 있다.
◆ 눈 앞으로 다가온 '인건비' 리스크
한편 엔씨소프트와 펄어비스, 선데이토즈, 컴투스 등 일부 게임사들은 마케팅 비용 증가, 신작 부재로 인한 매출 감소와 함께 개발자 영입 및 인력유지 경쟁에서의 후폭풍을 맞았다.
펄어비스는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큰 폭으로 줄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4.2% 줄어든 1009억원, 영업이익은 71.7% 감소한 131억원을 기록했다. 펄어비스의 대표작인 '검은사막' 북미·유럽 직접서비스 실적이 일부만 반영됐고 인건비가 전분기 대비 11% 증가한 영향이다.
엔씨소프트는 1분기 연결기준 매출 5125억원, 영업이익 56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0%, 76.5% 감소했다. 지난해 33%에 달했던 영업이익률도 올해는 11%를 기록하며 폭이 줄었다.
엔씨소프트의 인건비는 2325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10% 늘었다. 올 초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념하기 위해 정기 성과급에 이어 '김택진 대표 특별 인센티브' 800만원을 4000여명의 임직원에게 지급했다. 이 비용은 대략 340억원에 이른다.
전체 영업비용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엔씨소프트가 지난해 43.3%에서 올해 51%로 증가했으며, 펄어비스도 2020년 1분기 36.8%에서 올해 41.4%로 올랐다.
선데이토즈도 매출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각각 17.6%, 32.2%, 59.6% 줄어들었다. 3월 신작 출시에 따른 광고선전비 증가와 더불어 연구개발비가 전년동기 매출의 7%대에서 올 1분기 매출의 13% 비중으로 확대된 영향도 있었다.
컴투스는 2021년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8.7% 증가한 반면, 영업이익은 25.3% 줄었다. 당기순이익도 1.2% 감소한 290억원에 그쳤다. 이곳 역시 인건비와 마케팅비 등 영업비용 증가가 발목을 잡았다. 마케팅비는 '서머너즈 워: 백년전쟁' 사전 마케팅 및 '서머너즈 워: 천공의 아레나' 7주년 영향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2.4% 증가했다. 인건비는 우수 개발 인력 확보 및 성과급 지급 영향으로 44.5% 늘었다.
1인당 연봉을 800만원 인상했던 넥슨과 넷마블은 올해 인건비가 각각 400억원, 280억원씩 늘어날 전망이다. 엔씨소프트 역시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연간 기준 두 자릿수의 인건비 증가가 불가피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2분기부터 인상된 건이 본격 반영되고, 최근 인재 채용 확대와 초봉 인상 영향까지 더해지면 분기를 거듭할수록 인건비 리스크는 더 커질 수도 있을 것이란 게 업계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