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전 세계가 반도체 부족 사태에 직면했다. 자동차를 비롯한 정보기술(IT) 관련 공장들이 연이어 문을 닫았다. 반도체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탓이다. 각국 정부는 자국 내 공급망 확보 등 반도체 자생력을 키우기 위해 팔을 걷었다. 한국은 경쟁국 대비 지원 강도가 현격히 낮은 상황이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정부 차원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촉구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기업들은 반도체 투자 보조금과 대표 규제법안 완화를 정치권에 요청한 상태다. 이에 정부와 여당은 이른 시일 내 관련 정책을 마련하겠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미국 중국 유럽 등에서는 막대한 세제 혜택 등을 통해 반도체 유치전에 나섰다. 세계대전을 방불케 한다. 대표적으로 미국은 반도체 생태계 재편을 목표로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올해 초 미국 연방의회는 ‘반도체생산촉진법(칩스 포 아메리카)’을 통과시켰다. 미국 내 반도체 공장 설립을 장려하기 위한 법으로 100억달러(약 11조2500억원) 보조금과 최대 40% 세액공제를 기업에 부여하는 것이 골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주도로 반도체 연구개발(R&D)에 500억달러(약 56조원)를 투입하는 예산안이 통과되기도 했다. 미국 연방상원은 ‘아메리칸 파운드리’도 추가 발의해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반도체 제조시설 보조금을 150억달러(약 16조8600억원)로 증액하고 정부 기관에 대한 R&D 보조금을 50억달러(약 5조6200억원) 조성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과 기술패권 다툼 중인 중국은 반도체 굴기를 위해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다. 한 반도체 업체의 생산 계획에 대해 정부가 비용을 일부 제공하고 목표치 달성 시 50% 추가 지원하는 방안이다. 이 업체가 만든 칩을 구매하는 기업에는 20%의 정부 보조금이 주어진다. 자국 생태계에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의지다.
반도체 분야 투자 시 2년간 기업 소득세 면제를 해주기도 한다. 3~5년 동안은 25% 감세다. 반도체 장비를 구매할 때는 최대 8억5000만위안(약 1500억원)을 지급한다. 인력 유치 관련해서는 반도체 기업 입사 시 개인 소득세 25% 감면 및 주택 보조금이 주어진다.
유럽연합(EU)도 적극적이다. 지난 3월 ‘2030 디지털 캠퍼스’ 로드맵을 제시했다. 1345억유로(약 183조원)을 반도체 생산능력 확대에 투입할 방침이다. 2030년까지 글로벌 반도체 생산량 20% 확보가 목표다.
EU는 역내 반도체 제조업체들의 동맹 결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자립도 제고 차원이다. 네덜란드 NXP와 ASML, 독일 인피니언, 스위스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등이 대상으로 거론된다.
그동안 국내는 대기업 기준 시설투자액 3%을 세액 공제를 해왔다. 상대적으로 지원 규모가 작았던 대만마저 R&D 투자액 최대 15%를 세금에서 감면해준다. 5배 차이다. 국내 반도체 산학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더불어민주당은 반도체기술특별위원회(이하 반도체특위)를 세우고 오는 8월까지 ‘반도체 특별법’을 발의하기로 했다. ▲세제 혜택 확대 ▲우수인력 양성 방안 ▲중대재해기업처벌법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 화학물질등록·평가법(화평법) 완화 등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도 현시점보다 나은 지원정책 마련을 약속했다. 반도체 관련 펀드를 신규 조성하고 2030년까지 반도체 인력을 1만7000명 양성하려던 계획을 2배 이상 확대할 방침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세계적인 이슈이고 정치권에서 충분히 공감하는 만큼 변화는 있을 것”이라면서도 “새 법안에 어떤 내용 담길지와 정책의 규모나 기간 등이 관건”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