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SK텔레콤의 중간지주회사 전환을 축으로 한 지배구조 개편방안이 윤곽을 드러냈다. 인적분할을 통해 통신과 비통신, 규제와 비규제 산업으로 나누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13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14일 임직원을 대상으로 지배구조 개편 방안을 설명할 예정이다. 박정호 SKT 대표가 참석해 직접 얘기할 것으로 알려졌다.
분할방식은 인적분할 방식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 사업회사(MNO, 가칭 T1)와 SK텔레콤 투자회사(T2)로 분리하는 방식이다. 물적분할 방식의 경우 SK하이닉스를 투자지주회사 자회사로 편입해야 하는데 SK하이닉스 지분 10%를 더 확보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어 인적분할 방식이 채택된 것으로 보인다.
T1의 경우 이동통신 등 전통 통신, 방송사업이 포함될 예정이다. SK브로드밴드와 SK텔링크 등 통신 자회사와 방송영역인 SK스토아, 플로 등이 포함된다. T2에는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비통신 영역인 11번가, 원스토어, ADT캡스, 티맵모빌리티, 웨이브 등이 포함될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서 커머스로 분류할 수 있는 SK스토아와 11번가 영역이 나눠진 것이 특이점이다. 11번가의 경우 e커머스로 정부 규제가 없는 반면, SK스토아는 정부로부터 재승인을 받아야 하는 T커머스 사업자다. IPTV 사업인 SK브로드밴드와 콘텐츠 사업인 웨이브가 분리된 것도 비슷한 이유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는 이용자 입장에선 방송 서비스이지만 법제도 측면에서는 방송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
즉, T1의 경우 통신 중심 사업이라는 공통점과 정부로부터 규제를 받는 규제산업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반면, T2는 정보통신분야 규제를 받지 않거나 덜한 사업들이 포진해 있다.
향후 OTT에 대한 법제도가 마련될 경우 웨이브는 T2에서 T1으로 옮길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또한 커머스 사업의 성패 및 규제강도 등의 변화에 따라 향후 자회사간 통폐합 여지도 남겨놓은 구조인 셈이다.
박정호 대표는 지난달 25일 주주총회에서 지배구조 개편에 대해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 등 자회사를 합치면 140조원 규모 회사들이 돌아가고 있는데 주가 상승으로 연결되지 않고 있다”며 “기업(B2B)를 비롯해 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비즈니스 모델을 새롭게 발굴하고 지배구조도 개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배구조 개편이 주가 부양에도 긍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인적분할 방식에 대해 증권업계는 호재냐 악재냐로 의견이 갈리고 있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SK텔레콤 인적분할은 안정적 배당수익률을 원하는 투자자와 정보통신기술(ICT) 사업 성장성을 원하는 투자자를 동시에 흡수할 수 있는 계기로, 현재 저평가된 SK텔레콤 자회사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순진하게도 일부 투자가들은 SK텔레콤 인적분할이 기업가치 향상 목적이라고 주장한다”며 “SK텔레콤을 보유할 이유가 없어진 SK㈜와 스왑을 통해 중간지주사로 지분을 몰아넣고, 이후 SK㈜와 중간지주사가 합병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중간지주사 시가총액이 10조원 형성도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