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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베이 인수전 다크호스 SKT…‘M&A통’ 박정호, 이번엔 커머스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SK그룹 내 굵직한 인수합병(M&A)을 진두지휘한 박정호 SK텔레콤 대표가 이번엔 커머스로 눈을 돌렸다. 글로벌 최대 이커머스 플랫폼 ‘아마존’과 손을 잡은 SK텔레콤이 지마켓‧옥션 등 국내 주요 오픈마켓을 보유한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자회사 11번가와 아마존, 이베이코리아까지 합하면 커머스산업 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은 SK텔레콤 등장으로 판도가 바뀌었다. 네이버, 카카오, 쿠팡이 이베이코리아 예비입찰에 불참하고, 돌연 SK텔레콤이 등판했다. 최근 박정호 SK텔레콤 대표는 국내 한 언론사와 인터뷰를 통해 이베이코리아 인수 예비입찰 참여를 공식화했다.

SK텔레콤이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면 11번가는 단숨에 커머스업계 1위로 도약할 수 있다. 1위 네이버와 시장점유율 차이는 1% 남짓으로 줄어든다. 거래액 기준으로 11번가 점유율은 현재 6%로 추정된다. 네이버는 17%, 쿠팡은 13%다. 여기에 아마존과의 전략적 제휴까지 맺은 만큼 삼각편대를 이루며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다.

이미 SK텔레콤은 커머스를 주요 사업부문으로 육성하고 있었다. 커머스는 5대 사업부문 체제 중 하나의 중심축이다. 2017년 만년 적자였던 11번가 매각설이 제기됐을 때, 박 대표는 직접 전면에 나서 부인한 바 있다. 이는 미래 커머스 성장 가능성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다. 지분 투자는 받아도 경영권을 절대 놓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당시 매각설과 관련해 박 대표는 사내 임원회의에서 11번가는 미래 커머스 플랫폼으로 발전시켜야 하는 중요한 성장동력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표 혜안은 맞았다. 현재 커머스 업계는 디지털전환, 비대면 시장과 맞물려 플랫폼으로 급속한 성장을 이루고 있다. 다만, SK텔레콤 자회사 11번가는 쿠팡‧네이버 등에 밀리고 있다. 한 때 이베이코리아에 이어 거래액 2위를 기록했지만, 이제는 네이버, 쿠팡, 이베이코리아 다음인 4위에 머물고 있다. 지난해 11번가 매출은 5456억원으로 전년대비 2.8% 늘었으나, 적자전환했다.

승부수가 필요하다. SK텔레콤은 11번가를 글로벌 유통허브 플랫폼을 성장시킨다는 목표를 잡았다. 이에 SK텔레콤과 아마존과 지분참여 약정을 체결했다. 11번가에서 아마존 상품을 바로 구매할 수 있게 된다. 아마존은 11번가 기업공개(IPO) 등 한국시장 사업성과에 따라 일정조건이 충족되면 신주인수권리를 부여받는다. SK텔레콤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몸집을 키워 경쟁력을 높인다는 복안이다.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뛰어든 까닭이다.

다만, 인수가격이 관건이다. 이베이코리아는 매각가 5조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은 올해 지배구조개편을 통한 중간지주사 전환 과제를 안고 있다. 공정거래법 개정안 시행으로 SK텔레콤은 하이닉스 지분을 추가로 10%가량 확보해야 한다. 9조원 이상 자금이 필요하다.

이를 차치하더라도 박 대표는 그룹 내 대표적인 M&A 전략통이다. 박 대표는 최소비용으로 최대효과를 가져오는 M&A 성과를 내놓기로 유명하다. 과거 M&A 사례를 비춰봤을 때 박 대표가 무리한 가격을 지불하면서까지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하이닉스반도체 인수가격이 약 3조4267억원이었는데, 이베이코리아에 이보다 많은 금액을 투입할 것이라고 예상하기는 어렵다.

박 대표는 SK그룹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 인수를 비롯해 하이닉스반도체(현 SK하이닉스) 인수 과정에서 핵심적 역할을 담당했다. 당시 증권가에서 시너지에 의문을 제기한 하이닉스반도체는 현재 그룹의 캐시카우로 성장해 최고의 배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박 대표는 도시바 메모리사업부와 ADT캡드, 티브로드 인수합병도 합리적으로 해냈다.

박 대표가 ADT캡스를 인수할 때, 무관심으로 일관하다 거래 무산 이야기가 나오는 시점에 맞춰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과도한 프리미엄을 지급하지 않고 가격협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당시 ADT캡스 희망 매각가는 3조원에 달했으나, 실제 SK텔레콤이 경영권 확보에 투자한 돈은 7020억원에 불과했다. 티브로드의 경우 주식을 합치는 방식으로 합병했기 때문에, 사실상 SK텔레콤이 투입한 자금은 없다.

한편, 이베이코리아는 국내시장에서 꾸준한 이익을 내고 있지만, 국내 1위 이커머스 사업자에서 네이버‧쿠팡에 밀려 3위로 뒤처진 상태다. 한국시장 철수를 위해 매물로 내놓았으니, 커머스산업 내 출혈경쟁에 언제 적자로 전환되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다는 속내를 보여준다. 더군다나 기대했던 네이버와 쿠팡, 카카오까지 모두 예비입찰에 불참했다. 과도한 몸값에 유찰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최민지 기자>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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