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SK그룹 주요 캐시카우로 꼽히는 ‘통신’과 ‘반도체’를 책임지는 인물, 박정호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 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최태원 회장의 오른팔이다. 굵직한 인수합병(M&A) 승부사로 나서며, 하이닉스 반도체를 비롯한 주요 M&A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고 이제는 중간지주사 특명만이 남아있다.
박정호 대표는 지난 SK그룹 임원인사를 통해 SK하이닉스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또, 수펙스추구협의회 ICT위원회 위원장도 맡는다. 이번 인사는 SK하이닉스 지배구조개편, SK텔레콤 ‘글로벌 빅테크’ 기업으로의 전환, 그리고 가장 중요한 중간지주사와 맞물려 있다. 중간지주사 핵심은 SK하이닉스다. 물적분할 방식을 채택할 경우, SK텔레콤은 SK하이닉스 9.93% 지분을 더 확보해야 한다. 7조원 이상이 필요하다. SK텔레콤 현금성 자산은 지난 3분기 기준 3조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더군다나, 지주사의 자회사‧손자회사 지분율 요건을 상향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SK 발걸음은 빨라질 수밖에 없게 됐다. 개정안에서는 현행 상장 20%, 비상장 40% 지분요건을 각각 30%, 50%로 올렸다. 개정안 리스크를 피하려면, 내년 내 중간지주사 전환을 완료해야 한다. SK텔레콤이 중간지주사가 된다면 SK하이닉스는 SK㈜ 손자회사에서 자회사로 변한다. 증손회사 100% 지분인수 조건에서 벗어나는 만큼, M&A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박 대표는 SK텔레콤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수익창출과 가치 극대화에 방점을 뒀다. 특히, 코퍼레이트센터 산하에 기업공개(IPO) 추진담당을 신설, IPO 대상 자회사 가치를 높인다. 티맵모빌리티처럼 성장성을 인정받은 사업부문을 신설법인으로 분사시켜 상장에 나서는 것도 가능하다. 자회사 상장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여 중간지주사 전환을 위한 자금을 확보한다는 복안이다. 이 과정에서 일부 사업을 매각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동시에 SK텔레콤은 ‘AI 빅테크’ 기업을 표방하며 글로벌 기업과 초협력, M&A 등을 꾀하며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성장성 입증에 열을 올리고 있다.
SK텔레콤 중간지주사는 그룹 내에서도 중요한 현안으로 분류된다. 이를 박 대표에게 맡기고 승진을 통해 힘을 실었다는 점은 그룹 내에서 능력을 인정받았다는 방증이다. 박 대표는 M&A, 국제금융 전문가로 이름을 알렸으며 신성장 사업 발굴에 탁월한 재능을 보여줬다는 후문이다.
1963년생 박 대표는 고려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1989년 선경에 입사했다. 1990년대 후반 SK텔레콤 전신인 한국이동통신과 이후 신세기통신 인수 프로젝트에 관여했다. 박 대표는 2001년부터 최태원 회장 비서실장을 맡아왔다. 2004년 외국계 자산운용사 소버린과 경영권 분쟁을 벌인 당시 최 회장 최측근으로 자리 잡으며 신임을 받았다. 1960년생인 최 회장과 3살 터울로 비슷한 연배에다 고려대 동문이라는 공통점이 있고, 격의 없고 형식보다는 실질적인 내용에 중점을 둔다는 점에서도 비슷하다. 당시 박 대표는 최 회장 보좌 역할을 넘어 전략형 참모로 두각을 드러냈다는 평이다.
2012년 사업개발부문장으로 보임된 박 대표는 하이닉스반도체 인수를 총괄했다. 최 회장 결단력과 박 대표 실행력이 더해진 결과물이다. 당시 SK텔레콤은 10여명 규모 반도체 전략담당 ‘SC사업기획본부’를 발족했는데, 박 대표가 이를 진두지휘했다. 이 때 증권가에서는 M&A 시너지에 의문을 제기하고, 국제신용평가회사인 스태더드앤드푸어스(S&P)는 SK텔레콤 신용도 하락을 우려했으며, 최 회장 횡령 혐의에 대한 검찰수사까지 불거졌다. 내부에서조차 인수에 의문을 제기했을 때도 박 대표는 최 회장 의지 아래 최전선에 나서며 물꼬를 텄다는 전언이다. SK는 하이닉스를 품었고, 현재는 그룹 수익구조까지 바꿀 정도로 최고의 배팅으로 재조명받고 있다.
2014년말 최 회장 실형판결에 따른 경영공백에 대응한 친정체계를 구축하는 그룹인사가 이뤄졌다. 이때 SK C&C 수장에 박 대표를 앉혔다. 지배구조개편을 염두에 놓은 결정이었다. 이듬해 SK와 SK C&C는 합병을 완료했고, SK그룹 통합 지주회사 SK㈜가 공식 출범했다. 이를 통해 SK C&C를 통해 SK를 지배하던 옥상옥 구조를 해소했다. 또, 최 회장이 SK㈜를 통해 주력 계열사를 지배할 수 있는 구조를 형성해 경영권 강화에 일조하게 됐다.
2016년 12월 그룹 정기인사를 통해 SK텔레콤 대표로 자리를 옮긴 박 사장은 통신, 미디어, 보안, 커머스 4대 사업부문으로 재편해 정체된 통신시장을 넘어 성장사업 진출과 기업 정체성 변화의 밑그림을 그렸다. 연임에 성공한 박 대표는 최근 모빌리티까지 포함한 5대 핵심사업을 편성했다. 오는 29일 우버가 지분 투자한 티맵모빌리티 출범을 앞두고 있다.
이와 관련 박 대표는 각 성장산업에서 주요 M&A와 초협력을 이뤄냈다. 미디어 사업에서는 케이블TV 2위 사업자 티브로드 합병과 함께 지상파3사와 SK브로드밴드 간 OTT 통합법인 ‘웨이브’를 내놓았다. 보안사업에서는 ADT캡스 인수에 성공했다. 맥쿼리와 공동 투자를 이끌면서도 지분 55%에 경영권을 확보했다. 실제 투자한 돈은 7020억원에 불과해 실익을 챙겼다. 무관심으로 일관하다 과감한 승부수를 던져 합리적 가격에 인수에 성공했다. ADT캡스는 SK인포섹과 합병한다. 양자암호통신 글로벌기업 IDQ도 인수했다.
아울러, 박 대표는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우버 등 글로벌 기업과 협력을 강화하고 카카오와 지분 교환을 통한 동맹을 맺었다. 성장성을 입증한 주요 자회사는 IPO 대상에 올랐다. 11번가, SK브로드밴드, 원스토어, 웨이브, 티맵모빌리티 등이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기업가치 제고, 나아가 중간지주사 전환을 위한 포석으로 볼 수 있다.
최 회장 오른팔로 필요할 때마다 등장해 굵직한 숙제들을 풀어온 SK 해결사 박정호 대표, 이번에도 그의 능력이 십분발휘돼 중간지주사 과업을 해낼 수 있을 지 기대감이 모아지고 있다.
한편, 박 대표는 조지워싱턴대 MBA 출신으로 SK텔레콤 해외사업본부 뉴욕 지사장으로 근무했으며 SK그룹 투자회사관리실 CR지원팀장, SK커뮤니케이션즈‧SK텔레콤 사업개발부문장, SK텔레콤 글로벌비즈지원실장, SK C&C 사장, SK텔레콤 사장, SK하이닉스 부회장 등 주요 보직을 두루 경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