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박현영기자] 한 주간 블록체인‧가상자산 업계 소식을 소개하는 ‘주간 블록체인’입니다.
비트코인(BTC) 가격이 크게 떨어졌던 한 주였습니다. 하락장에서 돋보였던 건 뜻밖의 ‘김치 프리미엄’이었는데요. 하락세에도 불구, 국내 투자 열기는 크게 식지 않은 모습이었습니다.
해외 가격이 하락하면서 국내 가격도 떨어지기는 했지만 해외 가격의 하락세를 미처 따라가지 못하는 듯 했죠.
김치 프리미엄이란 국내 시장의 가상자산 가격이 해외보다 높은 현상을 말합니다. 이번 한 주 동안 비트코인 가격은 7% 가량 떨어졌고, 하루에만 10% 떨어진 날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김치 프리미엄도 한 때 10%까지 치솟았고 현재는 6%대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비트코인이 6% 더 비싸게 팔리고 있는 것입니다.
지난달만 해도 국내 시장의 가격이 해외 가격을 따라가지 못하는 ‘역 프리미엄’이 발생했는데요, 한 달만에 상황이 뒤집어졌습니다. 국내 투자 열기가 다시 뜨거워지기 시작한 것이죠. 특히 이번주에는 가상자산사업자를 규제하는 개정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도 시행됐으나 김치 프리미엄은 한 층 더 심화됐습니다. 오히려 가상자산사업자들이 제도권 내로 들어오는 것이므로 이를 '호재'로 보는 시선도 있었고요.
이번주 [주간 블록체인]에서는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들이 증가하면서 김치 프리미엄이 있었다는 소식과 함께, 지난 25일부터 시행된 특금법의 주요 내용에 대해서도 다뤄보겠습니다.
◆신규 투자자 폭증…2030이 이끄는 국내 가상자산 시장
앞서 언급했듯 김치 프리미엄의 발생 배경에는 뜨거워진 국내 투자 열기가 있습니다. 중국 매체 PAnews가 최근 코인게코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분석한 바에 따르면, 인구 수를 고려했을 때 한국의 가상자산 투자 열풍이 미국이나 중국보다 거센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투자자는 미국, 중국이 훨씬 많지만 인구 수 대비 투자자는 한국이 더 많은 것이죠.
최근 들어 투자 열기는 더욱 뜨거워졌는데요, 이는 가상자산 관련 애플리케이션 사용자 수에서 알 수 있습니다.
빅데이터기업 아이지에이웍스가 지난 25일 발표한 바에 따르면 빗썸, 업비트 등 가상자산 관련 앱을 사용하는 사용자 수가 지난 5개월 간 189% 증가했습니다. 어느덧 300만명을 훌쩍 넘었죠.
이 중 상당수가 밀레니얼 세대로 불리는 20~30대입니다. 지난해 10월 가상자산 앱 사용자 중 2030이 차지하는 비율은 52.7%였으나 올해 2월에는 59%로 늘었습니다. 신규 투자자 중 상당 비중이 2030임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가상자산 앱 중 가장 높은 인기를 누린 건 ‘업비트’였습니다. 2월 기준 월 사용자 수를 보면 업비트가 204만명, 빗썸 117만명, 코인원 30만명, 고팍스 8만명 순이었습니다. 해외 거래소인 바이낸스도 국내에서 18만명이 썼습니다.
특히 업비트의 사용자 수는 주식시장 앱까지 위협했는데요, 키움증권의 ‘영웅문S’를 제외한 모든 증권·투자 앱의 사용자 수를 뛰어넘었습니다.
◆가상자산 투자 열풍, 수혜자는 ‘은행’…제 2의 케이뱅크 나올까?
지난 25일부터 시행된 특금법에 따라 원화 입출금을 제공하고자 하는 거래소들은 9월까지 은행으로부터 실명확인 입출금계좌를 발급받아야 합니다.
기존에 기업은행과 제휴했던 업비트는 지난해 6월부터 케이뱅크를 통해 원화 입출금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인터넷 은행이 상대적으로 계좌를 개설하기 쉽기 때문에 신규 투자자 대부분이 케이뱅크와 업비트로 몰리는 것으로 보입니다.
업비트와 케이뱅크 간 제휴는 양 측 다 크게 혜택을 본 ‘윈윈’ 전략이 됐습니다. 케이뱅크도 업비트와의 제휴로 가입자 및 예‧적금 잔액 규모가 급성장했기 때문이죠.
지난 18일 케이뱅크에 따르면 지난해 말 219만 명이던 케이뱅크 가입자는 지난 2월 말 311만 명으로 늘어났습니다. 두 달 만에 100만명 가까이 불어난 것입니다. 케이뱅크 앱 사용자 수도 지난해 말 115만 명에서 올해 2월 203만명으로 늘었습니다.
가상자산 신규 투자자 증가세를 보면 케이뱅크 가입자 수가 늘어난 이유가 이해됩니다. 케이뱅크 신규 가입자 92만명 중 69.6%가 20~30대로, 가상자산 투자자들의 주요 나이대와 겹칩니다.
이 같은 사례를 봤을 때 관심이 집중되는 건 ‘제2의 케이뱅크’가 나올지 여부입니다. 가상자산 투자자가 늘고 있는 만큼, 거래소와 제휴하면 2030을 중심으로 신규 가입자를 끌어들일 수 있죠. 어떤 은행이 이런 길을 택하게 될까요?
업계 관계자들은 가상자산 거래소들과의 제휴를 논의 중인 곳으로 BNK부산은행을 꼽고 있습니다. 현재 BNK부산은행은 고팍스를 비롯한 몇몇 가상자산 거래소들과 제휴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사실상 제휴가 진행 중이라는 보도들은 다소 부풀려진 것으로 보입니다. 고팍스 관계자는 “부산은행과는 계좌 연동 테스트 등 관련 테스트를 해본 상태일 뿐, 확정된 사안은 아니”라고 전했습니다. 부산은행 관계자도 “검토 중인 사안으로, 아직 확정되진 않았다”고 말을 아꼈습니다.
◆드디어 시행된 특금법…투자자들이 주의할 사항은?
마지막으로 지난 25일부터 시행된 특금법의 주요 내용을 알아보겠습니다. 투자자들이 주목해야 할 부분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특금법의 내용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가상자산사업자는 신고하고 영업해야 한다’입니다. 가상자산 거래소, 커스터디(수탁) 업체, 지갑 서비스 업체 등 가상자산사업자들은 유예기간이 끝나는 오는 9월 24일까지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 후 영업해야 합니다.
이 중 투자자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사업자는 단연 거래소입니다. 거래소의 경우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을 확보하고, 원화 입출금 서비스 지원을 위해선 은행으로부터 실명확인 입출금계좌도 확보해야 합니다. 고객확인, 의심거래보고 등 자금세탁방지 의무도 이행해야 하지만 위반 여부는 신고 수리 이후부터 감독 대상입니다.
투자자가 눈 여겨 봐야 할 것은 ‘내가 쓰고 있는 거래소가 신고를 마칠 수 있을지’입니다. 많은 돈을 넣어둔 거래소가 하루 아침에 폐업을 공지한다면 투자자들은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주로 사용하는 거래소가 요건을 갖춰 영업을 신고할 수 있을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합니다.
또 한 가지 주의할 것은 특정 거래소에만 ‘단독 상장’된 가상자산입니다. 단독 상장 코인에 많은 금액을 투자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조언입니다.
만약 폐업 예정 거래소에 단독 상장된 가상자산을 대량 보유하고 있을 경우, 거래소가 폐업하면 해당 가상자산을 거래할 곳이 없어집니다. 다른 거래소로 보낼 수도 없기 때문에 사실상 금액 피해를 입게 됩니다.
유망 가상자산을 단독으로 상장할 경우 초기 거래량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종종 단독 상장을 감행하는 거래소들이 있는데요. 적어도 신고 유예 기간 동안에는 이런 단독 상장 코인들을 주의할 필요가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