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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삼성도 화웨이처럼 무너질 수 있다

- 원천기술 확보해야 경쟁력 유지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화웨이가 중국 최대 스마트폰 업체 자리를 내줬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2020년 4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에서 화웨이는 8.6%로 4위에 그쳤다. 전년동기대비 42% 하락이다. 반면 샤오미는 11.5%로 3위를 차지했다. 2019년 4분기보다 31% 상승한 수준이다.

시간을 조금만 거슬러 올라가 보면 그 충격은 더 크다. 화웨이는 지난해 2분기에 삼성전자와 애플을 제치고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코로나19 변수를 감안하더라도 큰 성과지만 미국 제재로 9월 중순부터 반도체 조달 경로가 막히면서 급격한 몰락을 겪게 됐다.

불과 수개월 사이에 화웨이의 위상이 달라졌다. 자국 시장을 등에 업고 글로벌 기업으로 급성장했지만 추락은 그보다 빨랐다.

이번 사태의 이면에는 원천기술을 가진 미국의 위력이 있었다. 미국은 자국 소프트웨어와 기술을 이용해 개발 및 생산한 반도체를 화웨이에 납품할 수 없도록 했다. 미국 특허나 장비 등이 없으면 반도체를 만들 수 없다는 자신감에서 나온 움직임이다.

중국은 빠른 속도로 제조경쟁력을 확보했지만 기초 기술은 갖추지 못한 상태다. 이는 샤오미든 오포든 어떠한 중국 업체를 제재하더라도 같은 결과가 나옴을 의미한다.

최근 TSMC와 삼성전자 등이 미국 투자를 고려하는 부분도 미국의 힘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미국에는 애플 퀄컴 AMD 엔비디아 등 대형 반도체 설계(팹리스) 업체들이 즐비하다.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 지난 2019년 일본 수출규제로 국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난리가 났다. 소재·부품·장비(소부장) 분야에서 일본의존도가 높았던 탓이다. 이후 피해를 최소화했지만 여전히 일본 비중은 높다.

국제 정세상 일어날 확률은 낮지만 일본이 미국처럼 삼성전자를 제재한다면 사실상 반도체를 못 만든다고 보면 된다. 한국 역시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서 급속도로 몸집을 키우기는 했지만 기초과학은 약점이다.

미국과 일본의 공통점은 수십 또는 수백년 동안 축적된 원천기술을 가진 부분이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제조기술력에서 한국 대만 중국 등에 밀려도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는 이유다.

우리나라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 세계 최고 수준의 업체들을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결과물이 모래성 아닌 철옹성으로 남기 위해서는 소부장 원천기술 확보가 전제돼야 한다.

<김도현 기자>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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