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인터넷

“우린 재벌과 달라”…김범수·김봉진이 ‘기부왕’ 자처한 이유

김범수 카카오 의장(왼쪽)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과 그의 아내 설보미 씨(오른쪽)
김범수 카카오 의장(왼쪽)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과 그의 아내 설보미 씨(오른쪽)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국민 서비스’를 탄생시킨 정보기술(IT) 창업자들의 기부 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에 이어 이번엔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이 재산의 절반을 기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동안 경영승계 과정에서 잡음이 잦았던 기존 1세대 ‘재벌’ 총수들과 달리, 막대한 재산 기부와 함께 ‘사회문제 해결’이라는 어젠다를 함께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18일 한국인 최초로 세계적 기부 단체인 더기빙플레지(The Giving Pledge)를 통해 재산 절반을 기부하기로 한 김봉진 의장에 이어 김범수 의장 역시 이 단체 가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기빙플레지는 2010년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과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재산 환원을 약속하면서 시작된 자발적 기부 운동으로, 자산 10억달러(약 1조1065억원) 이상에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회에 기부해야 가입할 수 있다.

두 사람은 모두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카카오톡’과 ‘배달의민족’이라는 국민 IT서비스를 만들어 부를 쌓은 젊은 자수성가 창업자라는 공통점이 있다.

김범수 의장은 앞서 지난 8일 카카오 임직원들에게 재산의 절반을 기부하겠다고 밝혔는데, 그 규모는 그의 재산 가운데 카카오 관련 주식만 계산해도 5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김봉진 의장 역시 2019년 독일 딜리버리히어로에서 받기로 한 우아한형제들 지분 9.9% 가치를 감안할 때 최소 5500억원 이상의 기부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더기빙플레지의 가입 절차가 매우 까다롭다는 점에서 두 의장의 기부 의지가 남다른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실제 김봉진 의장은 작년 10월부터 이 단체 참여를 타진해왔으나 국내에서는 그 방법조차 알기 어려워 난항을 빚었다.

당시 김 의장은 국내 대표 기부단체인 사회복지공동모금회(사랑의열매)에 도움을 요청했고, 세계공동모금회(UWW) 회장이자 빌 게이츠와 막역한 사이인 브라이언 갤러거 씨를 통해 더기빙플레지 실무 관리자에 연락이 닿고 나서야 비로소 첫 발을 뗐다. 이후에도 심층 인터뷰와 레퍼런스 체크 등 쉽지 않은 심사 절차를 거쳐야 했다는 후문이다.

◆ 왜 재산 기부를 선언했나

김범수 의장과 김봉진 의장은 이번 기부를 추진하면서 ‘사회문제 해결’이라는 목표를 공통적으로 내세웠다. 김범수 의장은 “카카오가 접근하기 어려운 영역의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사람을 찾고 지원해 나갈 생각”이라고 언급했으며, 김봉진 의장 또한 “교육 불평등 해결, 문화 예술 지원, 자선단체들을 돕는 조직을 만드는 것을 차근차근 구상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단순히 자선단체에 기부하는 수동적 방식이 아닌 직접 사회적 활동가들을 지원하고 대안을 찾는 능동적 기부를 실현하는 모습이다.

부의 세습에 주력해온 한국식 ‘재벌’ 구조와도 사실상 선을 그었다. 개인의 부 절반을 기부함으로써 일찌감치 기업 승계 의혹을 차단하는 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 물론 그동안에도 많은 재벌 기업들이 사회공헌형 기부를 해왔으나 이는 총수 개인의 자산보다는 회사 자산을 기부하는 형태가 많았다.

해외처럼 자수성가형 대부호들이 일상적인 기부로 사회에 부를 환원하는 분위기가 우리 사회에는 정착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국내 IT 창업가들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이 잇따르면서 김범수·김봉진 의장과 같은 통 큰 결단이 보편화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정치권이 추진하는 이익공유제 압박에 사전 대응하는 의미도 있다고 해석한다. 코로나19 수혜 기업으로 꼽히는 IT 플랫폼 기업들은 주요 이익공유제 대상으로 줄곧 거론돼왔다.

하지만 이들 기업 오너의 자발적인 대형 기부 릴레이가 이어지면서 이익공유제 명분이 옅어졌다는 지적이다. 또 한편에서는 플랫폼 수수료와 광고비 등으로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이 여전하다는 점에서 달갑지 않은 시선도 상존한다.

<권하영 기자>kwonhy@ddaily.co.kr

디지털데일리 네이버 메인추가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