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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이익공유제에 ‘자발적 상생’으로 화답한 플랫폼업계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지난 한해 최고 실적을 올린 플랫폼 업계가 축포 대신 상생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여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 수혜를 나누는 이익공유제가 활발히 논의되는 상황에 ‘자발적 상생’으로 선대응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자칫 이익공유제가 기업을 옥죄는 수단으로 변질될까 우려도 여전하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최근 창업자 김범수 의장<사진>이 밝힌 사회공헌 계획과 관련해 이달 말께 크루(카카오 구성원) 간담회를 연다. 어떤 분야에 어떤 방식으로 기부가 이뤄질지에 대해 김 의장과 임직원들이 의견을 공유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김범수 의장은 지난 8일 임직원들이 모인 사내 카카오톡 채널에서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기부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그는 “카카오가 접근하기 어려운 영역의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사람을 찾고 지원해 나갈 생각”이라며 “조만간 크루 간담회를 열겠다”고 예고했었다. 김 의장의 재산은 개인 명의로 보유한 카카오 관련 주식만 10조원이 넘는다.

이러한 김 의장의 발언과 기부 규모를 고려했을 때, 업계는 그가 자선 단체보다 사회적 기업 또는 사회적 활동가를 모집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후원하는 방식을 택할 것으로 짐작하고 있다. 이미 카카오 차원에서 진행 중인 사회공헌 모델도 있다. 김 의장이 이사장을 맡은 카카오 산하 재단 카카오임팩트는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카카오임팩트 펠로우십’을 운영, 2년간 월 200만원씩 활동비를 지원하고 있다.

국내 대표 온라인플랫폼인 네이버도 그 어느 때보다 중소상공인(SME)과의 동반성장에 관심을 쏟고 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지난달 28일 2020년 4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네이버의 기술과 플랫폼을 활용해 일상의 단절로 인한 이용자들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연결과 상생의 철학으로 개인 창작자 및 SME와 의미 있는 성장을 실현했다”며 SME 대상 성과를 중점 발표했다.

실제 네이버는 플랫폼 사업 파트너로서 SME에 대한 다양한 지원책을 쏟고 있다. 최근 자사 쇼핑 플랫폼인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사업자들의 자금 회전을 위해 판매대금의 90%를 한도 제한 없이 배송완료 다음날 정산해주는 ‘빠른 정산’ 시스템을 강화했으며, 네이버의 스마트주문 서비스를 이용하는 SME들에게는 코로나19 어려움을 감안해 지난해 4월부터 결제 수수료를 전액 무료로 지원하고 있다. 전체 판매자의 80%가 SME들로 이뤄진 자사 라이브커머스 플랫폼 네이버 쇼핑라이브에서는 업계 최저 수준인 거래액의 3%대로 수수료를 책정하고 있다.

주요 비대면 수혜업종으로 꼽히는 배달앱 서비스도 일찌감치 외식업 소상공인들과 배달기사들을 위한 상생책을 내놨다. 배달의민족은 코로나19 위기 극복 차원에서 일정 규모 이하 입점업소를 대상으로 지난 12월 광고비와 중개이용료 등을 50% 환급했다. 앞서 배달의민족은 코로나19 확산이 심했던 지난 3월·4월·8월에도 입점 업주에게 광고비 50%를 환급해 지금까지 총 561억원을 지원한 바 있다.

플랫폼 업계의 이러한 상생 노력은 이익공유제를 추진하는 정치권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4일 국회에서 열린 설 민심 기자간담회에서 특별히 김범수 의장의 재산 절반 기부 선언을 언급하며 “이익공유가 충분히 가능하겠다는 희망을 갖게 됐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현재 여권에서는 이른바 ‘상생연대 3법’(영업제한 손실보상제·협력이익공유제·사회연대기금)’의 이름으로 이익공유제 법제화에 나서고 있으며, 특히 이낙연 대표는 앞서 9일에도 “협력이익공유제가 욕심만큼 활발하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며 은근한 압박을 시사하고 있다. 이에 네이버·카카오와 배달의민족 등 비대면 서비스 기반 플랫폼 기업들도 이익공유제 주체로 거론되고 있으나, 일각에선 이익공유제가 이미 선행 중인 이들 기업의 협력모델을 오히려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카카오 김범수 의장의 기부 공언이나 네이버의 SME 지원은 기업들도 윈윈할 수 있는 ‘진짜’ 자발적인 상생인데 이를 강제성을 띈 이익공유제와 엮는 것은 모순”이라며 “대다수 기업이 이미 성과공유제를 해오고 있는데 이익공유제로 더 강도 높은 협력이익 공유로 이어질 수 있어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권하영 기자>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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