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전문 미디어블로그=딜라이트닷넷] 지난 3일(현지시간) 페이팔이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보고하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페이팔은 4분기 실적이 예상을 훨씬 웃돌았다고 밝혔는데요, 주가도 함께 오르면서 ‘어닝 서프라이즈’를 달성했습니다.
실적 호조의 가장 큰 요인은 역시 가상자산 서비스였습니다. 페이팔이 가상자산 결제를 지원한다고 했을 때 ‘누가 비트코인으로 물건을 사냐’는 비난이 있었지만, 페이팔은 이런 비난을 그대로 눌러버렸습니다. 4분기 실적 발표에서 댄 슐먼 페이팔 CEO는 가상자산 결제액이 2770억달러(한화 약 309조원)에 달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2021년에는 가상자산 관련 서비스를 더욱 다각화하겠다고 했죠.
이에 페이팔이 올해에도 가상자산 덕을 볼 것이란 예측이 많습니다. 국내 증권사들도 일제히 비슷한 전망을 내놨는데요, 대신증권은 지난 7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페이팔은 2021년에도 성장 요인이 풍부하다”며 가상자산 결제 서비스 및 해외 서비스를 예로 들었습니다.
한국투자증권도 지난 4일 펴낸 보고서에서 “페이팔은 이미 2900만개 이상의 가맹점을 확보하고 있어 가상자산 결제 서비스는 빠르게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습니다.
◆페이팔의 큰 그림, 테슬라에서 보였다
가상자산 업계는 페이팔의 ‘큰 그림’이 벌써부터 효과를 나타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 큰 그림이 공개된 건 지난해 10월이었는데요, 당시 페이팔이 비트코인(BTC)을 비롯한 가상자산의 결제 및 거래를 지원한다고 하자, 비트코인 가격이 하루 만에 13% 이상 올랐습니다.
이 일이 다시 떠오른 건 어제(8일)였습니다. 페이팔과 비슷한, 오히려 더 파격적인 행보를 보인 기업이 있기 때문입니다. 15억달러(한화 약 1조 6800억원)치 비트코인을 매수하고 비트코인을 결제수단으로 쓰겠다고 밝힌 테슬라입니다. 스케일이 남다릅니다.
이 같은 소식은 테슬라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서류를 통해 공개됐습니다. 해당 서류에서 테슬라는 비트코인을 결제수단으로 이용할 의향이 있으며 향후에도 가상자산을 보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투자만으로도 엄청난 소식인데, 결제수단으로도 이용한다고 하니 비트코인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겠죠. 테슬라 소식이 전해진 이후 16% 가량 올랐고 현재도 상승세입니다.
◆페이팔 DNA, 테슬라가 이어받을까
테슬라의 비트코인 투자에 대해선 여러 추측이 나옵니다. 그 중에서도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그동안 가상자산 ‘도지코인’을 찬양하고, 트위터 프로필에 ‘#비트코인’을 추가한 속내가 이해됐다는 얘기가 많습니다. 머스크가 가상자산 관련 행보를 보일 때마다 비트코인 가격이 올랐는데요, 본인이 투자했으니 직접 가격을 끌어올렸을 것이란 얘기죠.
물론 맞는 말입니다. 비트코인 가격이 오르면 머스크도 좋아하겠죠. 그런데 머스크는 유인 우주선을 쏘아 올리고 진공열차를 이끌 만큼 ‘꿈이 큰 사람’이라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는 비트코인의 장기 가능성을 믿고, 진짜로 비트코인을 활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단순 자동차 결제수단뿐 아니라, 머스크가 꿈꾸는 미래 플랫폼에서 기축통화로 활용할 수도 있고요.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란 추측입니다.
머스크가 ‘페이팔 DNA’를 공유한다는 점이 이 같은 추측에 힘을 더합니다. 머스크는 페이팔 공동창업자이자, 실리콘밸리의 유명 집단인 ‘페이팔 마피아’의 대표 인물입니다. 페이팔 마피아는 페이팔 퇴사 후 유명 기업을 설립한 페이팔의 초기 멤버들을 부르는 말입니다.
미국 자산관리기업 로버트W.베어드앤코는 “머스크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테슬라의 향후 사업을 암시하는 경향이 있다”며 “최근 머스크의 트윗은 비트코인을 비롯한 ‘디지털화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비트코인, 나아가 디지털화폐가 테슬라의 향후 사업에서 중요한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전망입니다.
페이팔 DNA가 머스크에게로, 테슬라에게로 이어질지, 페이팔처럼 테슬라도 비트코인으로 큰 그림을 그릴지. 머스크와 테슬라의 향후 행보가 더 주목됩니다.
[박현영기자 블로그=블록체인을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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