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윤상호 기자] LG전자 권봉석 대표는 지난 1월20일 LG전자 모바일커뮤니케이션스(MC)사업본부 운영에 관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LG전자는 모바일 사업과 관련해 현재와 미래의 경쟁력을 냉정하게 판단해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고 보고 있다”라며 “현재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사업 운영 방향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라고 했다. 또 “MC사업본부의 운영 방향이 어떻게 정해지더라도 원칙적으로 구성원의 고용은 유지되니 불안해 할 필요 없다”고 덧붙였다.
지난 1월29일 ‘2020년 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도 같은 태도를 유지했다. LG전자 MC사업본부 경영관리담당 서동명 담당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 중인 단계로 확정한 안은 없다”라며 “방향성을 최종 결정하는 시점도 특정하기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핵심 모바일 기술은 스마트가전, 자동차 부품 등에서도 중요한 자산”이라며 “내재화 방안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LG전자의 선택지는 2개다. 스마트폰 사업을 그만할지와 유지할지다. 그만할 경우 매각과 철수 양자택일이다. 유지할 경우 기획과 유통만 남기는 것이 유력하다. 공개적으로 표명한 발언 속에서 어느정도 유추는 가능하다.
전체 매각은 쉽지 않아 보인다. 살 사람과 팔 사람의 이해가 충돌한다. 인수합병(M&A)은 새로 사업을 시작하는 것보다 시장 진입이 용이하다. 생태계 구축과 연구개발(R&D) 능력 확보 시간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LG 스마트폰 브랜드는 중국 업체보다 떨어진 상태다. 판매량과 점유율도 낮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작년 LG전자 스마트폰 판매량과 점유율은 9위다. 각각 3000만대와 2% 점유율을 기록했다. 그나마 지적재산권(IP)이 고려 대상이다. 하지만 IP는 LG전자도 필요하다. 서 담당의 말처럼 IP 매각은 스마트폰 사업 정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철수는 현 상황을 조기 종결할 수 있는 방법이다. IP만 남기고 털어내는 형태다. MC사업본부는 2015년 이래 작년 4분기까지 23분기 연속 영업적자다. 누적 영업적자는 5조원에 육박한다. 2020년 기준 연간 5조원대 매출액과 8000억원대 영업손실을 떨어내면 된다. 생태계 피해와 임직원 고용이 문제다. LG전자는 제조자개발생산(ODM) 비중을 높이고 MC사업본부 인력을 줄여왔다. 협력사 피해는 그리 크지 않을 전망이다. 인력은 자동차부품솔루션(VS)사업본부 등 다른 사업본부 전환이 유력하다.
유지는 100% ODM화가 점쳐진다. 브랜드만 남기는 셈이다. 매각과 철수를 섞는 형태다. LG전자는 당초 올해 ODM 비중을 70%까지 확대하려 했다. 고가폰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 제품을 ODM으로 조달하려 했다. 사업본부급 조직에서 사업부 단위로 축소해 전체 제품군 운영과 유통 관리 인력만 남으면 된다. 나머지는 전환 배치다. 생산설비는 매각이다. LG전자 휴대폰 공장은 베트남 중국 브라질 등에 있다. 매각과 ODM을 연계하면 구매자를 찾는 일은 어려워 보이지 않는다.
한편 결정은 빠르면 1분기 늦어도 상반기 안에 이뤄질 전망이다. 철수가 아닌 이상 시간을 끌면 끌수록 LG전자가 불리하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나마 남은 시장 지위와 R&D 인력 손실이 불가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