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윤상호 기자] 중국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업체 SMIC가 올해 5조원 투자 계획을 밝혔다. 투자액은 그리 크지 않다. 고객 신뢰 유지와 사업 지속 의지 표명이다. SMIC는 미국 제재를 받는 중국 반도체 업체다. SMIC가 위기를 탈출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SMIC의 미래는 중국 반도체의 미래다.
5일 SMIC는 투자자 대상 컨퍼런스콜을 통해 올해 43억달러(약 4조84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SMIC는 지난 4일 2020년 실적을 공개했다. 매출액은 39억1000만달러(약 4조4000억원) 매출총이익(Gross profit)은 9억2100만달러(약 1조300억원)다. 역대 최대다.
작년 세계 파운드리는 유례없는 호황을 누렸다. 올해도 호조가 확실시된다. SMIC는 예외다. 작년 4분기 미국 제재가 본격화했다. 2020년 연간 실적은 좋았지만 작년 4분기 실적이 급감한 이유다. 미국 상무부와 국방부가 각각 거래제한기업 명단에 올렸다. 미국 정부 허가 없이는 미국 기업과 거래를 금지했다. 미국 투자자의 투자도 막았다. 반도체 사업 특성을 고려하면 생존이 불투명해졌다. 반도체 설계와 제조 등에서 미국 기술 사용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작년 4분기 SMIC 제조 시스템반도체 비중은 ▲스마트폰 36.7% ▲기타 27.3% ▲소비자가전(CE) 20.2% ▲스마트홈 15.8%다. 전년동기대비 스마트폰 비중이 6.4%포인트 급감했다. 기타 부문이 채웠다. 해외 반도체 설계(팹리스)업체 이탈 영향으로 풀이된다. 시장조사기관 트랜드포스에 따르면 제재 전 SMIC의 가장 큰 고객은 퀄컴과 브로드컴이었다.
미세공정 비중도 이 분석에 힘을 싣는다. 14/28나노미터(nm) 제품은 작년 3분기 14.6%에서 작년 4분기 5.0%로 하락했다. 다만 매출에서 북미 고객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확대했다. 작년 4분기는 27.7%로 2019년 4분기 대비 5.5%포인트 높다. 전체 매출 축소 여파로 보인다.
한 해 투자 43억달러는 반도체 업체 선두권 추격을 위해선 큰 액수가 아니다. 삼성전자가 작년 반도체 부분에 집행한 투자가 32조9000억원이다. SIMC의 고민이 엿보인다. 돈이 있어도 신규 장비를 수급할 통로가 마땅치 않다. 미세공정 개발도 어렵다. 작년 4분기 SMIC 제품의 66.5%는 55/65nm와 0.15/0.18마이크로미터(μm)에서 나온다. 반도체 생산은 적기에 투자를 하지 않으면 현상 유지도 쉽지 않다. 업계 선두 TSMC와 삼성전자는 3nm 최초 경쟁 중이다.
한편 SMIC의 생존 여부는 중국 반도체 기술력 향상과 연관이 있다. SMIC 미세공정은 중국 반도체 제조사 중 가장 뛰어나다. 미국 정부 허가 없이 미세공정 기술과 장비를 확보하려면 중국 정부의 양해 또는 묵인이 필수다. SMIC가 살아야 생태계 육성이 가능하다.
한편 SMIC는 올 1분기 성장세 회복을 예고했다. 전기대비 매출액 7~9% 상승 매출총이익 17~19%를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