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윤상호 기자] 나는 언제부터 아프기 시작했을까. 비밀의 문이 열렸다. 국내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생명 현상 발생 시간 측정 시스템을 개발했다.
삼성전자(대표 김기남 김현석 고동진)는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이 지원한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김형범 교수 연구팀이 DNA 염기 서열을 변화시켜 생명 현상이 발생한 시간을 측정하는 시스템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4일 밝혔다.
연구결과 논문 ‘전자 가위 기술을 이용해 경과된 시간과 특정 생명 현상의 시간 정보를 기록(Recording of elapsed time and temporal information about biological events using Cas9)’은 지난 3일(미국시각) 생명과학 전문 학술지 ‘셀’에 게재됐다.
생명체는 질병에 걸리면 DNA 염기 서열이 바뀐다. 염기 서열 변경 시점을 알면 질병 발생 시점을 추적할 수 있다. 질병 발생 시점을 알면 진행 정도에 따른 치료법을 적용할 수 있다.
김 교수 연구팀은 DNA 염기 서열은 변화를 시작하면 기하급수적으로 정상 염기 서열이 줄고 변이가 늘어나는 것을 발견했다. 이 변이를 관찰해 통계적 분석과 시뮬레이션으로 최초 발현 시점을 측정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생쥐 대상 실험에서 오차 발생률 10% 내외 정확도를 검증했다.
김 교수는 “화석 등의 나이를 측정하는 방사성 동위원소 측정법과 동일한 원리를 이용해 생명체 내에서 일어나는 각종 현상의 시간 경과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됐다”며 “향후 질병 발생 과정 추적, 노화 등 대부분의 생물학 연구에 활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기술은 국내 측허 등록을 완료했다. 미국 등 해외는 출원 중이다.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은 이번 연구를 지난 2017년 6월부터 지원했다.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은 삼성전자가 2013년부터 1조5000억원을 출연해 시행하고 있는 연구 지원 공익사업이다. 지금까지 634개 과제에 8125억원을 투입했다. 오는 17일 올해 지정테마 과제 공모를 실시할 예정이다.
한편 이번 연구는 김 교수 연구팀 외에도 연세대 의대 정인경·조성래 교수, 연세대 응용통계학과 박태영 교수, 서울대학교 전기정보공학부 윤성로 교수 연구팀이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