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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공매도 파고를 넘을 수 있을까…AI가 필요해진 ‘동학개미’

<사진>KB국민은행
<사진>KB국민은행
- 시장정보의 신속한 유통과 공유, 개미의 집단지성화 구현
- '공매도' 재개시 시장 변동성 확대 불가피, 개인 투자자들 대응전략 고민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누가 작명했는지는 모르지만 '동학개미'라는 말을 들었을때 개인적인 느낌은 재밌다는 것과는 거리가 있었다. 아마도 가슴 한켠이 아릴 수 밖에 없는 역사적 결말이 데자뷰됐기 때문일 것이다.

1894년 1월, 고부(古阜)민란으로 촉발된 동학농민 1차 봉기는 말 그대로 파죽지세였다. 농민군은 황토현, 장성 전투에서 승리하고 3개월여만인 4월18일에 전주성에 입성함으로써 실질적인 정치세력으로 급부상했다.

다급해진 조선 조정은 농민군과 전주화약(全州和約)을 맺고 시간벌기에 나섰고, 뒤로는 일본을 끌여들여 대규모 반격을 준비했다.

그해 11월8일, 가을 추수가 끝난후 2차 봉기한 농민군은 한양으로 진격중 충청도 공주 우금치(티) 전투에서 조선 관군과 일본군의 압도적인 화력에 막히게 된다. 농민군은 1만명이 넘는 대규모 전사자를 내면서 패퇴했고, 곧이어 지도자 전봉준까지 체포되면서 1894년을 뒤흔들었던 동학농민 전쟁은 막을 내린다.

당시 우금치 전투에서 일본군이 사용했던 압도적인 무기는 기관총(Machine Gun)이었다. 일본군이 들고온 기관총은 1883년 미국에서 생산된 최신 맥심(Maxim) 기관총으로 무려 1분당 600발이 발사되는, 당시로서는 세계 최초의 완전자동식 기관총이었다.

최첨단 무기로 무장한 일본군과 변변한 무기라고도 할 수 없는 장비들로 무장한 농민군, 현실적으로 이같은 무기 전력의 극단적 '비대칭성'이 존재한다면 전투 결과는 뻔하다.

◆똑똑한 동학개미, 그동안 주식시장에서 선전했던 이유

그동안 기세좋게 코스피 시장을 이끌어왔던 '동학개미'는 과연 앞으로도 이 탄력을 이어갈 수 있을까.

국내 주식시장에서 개미들의 힘은 여전히 대단하다. NH투자증권은 지난 20일 '개인 유동성 판단'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올해 최대 매수 여력이 204조원으로 추정된다고 전망했다. 작년의 3배에 가까운 실탄이 아직 대기중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실탄만 많다고 시장에서 승리할 수 없다. 과거에도 '슈퍼 개미'라 불리는 특출난 일반인 주식투자자들이 가끔 등장하긴했지만 주식시장에서 '개미'는 '호구'라 불릴 정도로 수익율이 대부분 저조했다.

이는 그동안 근본적으로 주식시장에서 정보의 비대칭성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기관과 외국인에 비해 개인은 고급 정보의 접근성에 제약이 많고, 속도도 느렸다. 또한 정보를 얻게 된다하더라도 정보의 해석 능력이 떨어진다. 증권가에서 뿌려대는 역정보에도 개미들은 숱하게 당하기 일쑤였다.

그러나 '동학개미'는 과거처럼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에 눈물을 흘려야했던 '개미군단'과는 다르다는 평가를 받는다. 굳이 표현하자면 '동학개미'는 기관과 외인에 쉽게 당하지 않는 '똑똑해진 신세대 개미'로 정의된다.

실제로 온라인과 SNS, 유튜브 등에는 각 분야 재야의 고수들이 적지않다. 국내 시장뿐만 아니라 우리 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미국 주식시장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소통하기도 한다. 다양한 네트워크를 통한 주식 정보의 공유, 각 산업 분야별 개인 주식투자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한 집단지성화가 결국은 '똑똑해진 개미'로 현신했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혹자는 동학개미를 설명하면서 '수많은 개미들이 마치 한 몸처럼 움직인다. 처음보는 신기한 현상'이라고 표현한 적이 있다. 이는 마치 경제학의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 처럼, 시장의 기능에 의한 집단지성화가 자연스럽게 견고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과거에 비해 월등하게 빨라진 정보의 유통 속도와 정보의 집단적 공유가 만들어낸 결과라는 분석이다.

◆기관과 외인의 위협적인 무기 ‘공매도’, 과연 동학개미가 견뎌낼 수 있을까

하지만 '동학개미'가 전열을 흩트리지 않고 앞으로도 영향력을 지속힐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오는 3월중순 이후, '공매도'가 재개되는 시점이 또 한번의 변곡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공매도 재개 여부에 대해 아직 금융 당국의 공식적인 발표는 나오지 않았지만 현재로선 재개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국거래소(KRX)는 22일, 공매도 실시간 모니터링 조직을 신설하는 등 시장 운영 부문을 강화하는 내용의 조직개편을 단행한다고 발표했다. 공매도 재개에 대한 대응으로 보인다. 한국거래소측은 이번 조직개편에서 특별감리팀을 신설했으며, 이 조직을 통해 불법 공매도 대응을 위해 실시간 모니터링 및 사후 관리에 나설 방침이다.

주지하다시피 ‘공매도’는 막강한 자본력과 정보력를 가진 기관과 외인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 밖에 없는 제도다. 괜히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불리는 것이 아니다. 일각에선 공매도가 시장가격 조절 기능이 있다며 긍정적인 측면을 부각시키려고 애쓰고 있지만 투자자들의 공감을 얻지는 못하고 있다.

현재로선 공매도가 ‘동학개미’들을 괴롭힐 기관과 외인들의 ‘압도적이고 차별화된 무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예를들어 ‘공매도’방식을 통한 주가 변동성의 과도한 확대, 특히 특정 회사의 주식 매도를 갑작스럽게 유발하는 치고 빠지기식 가짜 뉴스의 범람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과거보다는 많이 똑똑해진 ‘개미’들이 과연 공매도로 인해 커지게 될 주식 시장의 변동성에 대해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을런지 의문이다.

최근 은행권 등 국내 주요 금융회사들은 국내외 시장 정보의 실시간 분석 대응을 위해 다양한 형태의 인공지능(AI) 기반의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구축에 수백억원의 뭉칫돈을 투자하고 있다. 정보의 분석 능력에서 월등하게 차이가 난다.

그러나 개인 투자자들에게 금융권 처럼 막대한 AI 투자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만약 개미 투자자들이 또 다른 방식으로 집단지성을 강화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번에도 개미들이 공매도로 인한 ‘정보의 비대칭성’을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분명한 시장의 주류로 인정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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