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이른바 ‘코로나 이익공유제’로 사정권에 든 인터넷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이를 추진하는 여권에서는 ‘자발성’과 ‘인센티브’를 강조하고 있지만, 뜻대로 되지 않을 것이란 게 업계의 솔직한 심정이다.
어떤 형태의 인센티브라도 기업의 수익을 나눠야 한다는 부담감은 그대로인 데다, 오히려 반강제적 참여를 압박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며 불안감이 커진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코로나 이익공유제를 추진 중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르면 이달 내 구체적인 프로그램과 인센티브를 제시할 예정이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9일 중소기업 신년인사회에서 “기업이 (이익공유제에)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매력적이고 다양한 인센티브를 준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익공유제의 첫 번째 대상은 코로나19발 비대면 특수를 누린 인터넷 업계가 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 네이버·카카오와 우아한형제들과 같은 배달앱, 쿠팡 등 이커머스 업체들이 주로 꼽힌다. 이들 플랫폼의 수수료를 인하해 수익을 나누고, 대신 정부가 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이 거론되고 있다.
인터넷 업계는 그러나 ‘조삼모사’라는 입장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구체적인 인센티브 방안이 나와봐야 알겠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이익공유제를 통해 어떤 식으로든 금전적 손실이 발생하는 것”이라며 “세제 혜택 같은 경우도 기업이 투자를 할 때 필요한 것이지 수익을 나누는 대신 준다고 하면 상쇄가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명확한 기준이나 범위가 없는 것도 문제다. 이 관계자는 “단순히 코로나19 확산 이후 이익이 늘었다면 적용 대상인 건지, 또 인센티브를 줘서 뭘 하겠다는 건지 알 수 없어 기업들은 불확실성, 포비아(phobia)만 커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일각에서는 반대로 기준이 세워진다 해도 오히려 특정 기업들을 겨냥하는 압박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어떤 가이드라인을 정해버리면 그 그물 안에 들어온 기업들은 좋으나 싫으나 눈치를 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이익공유제에 동참한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이 ‘착한 기업’과 ‘나쁜 기업’으로 이분법화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짙다. 한 플랫폼 업체 관계자는 “플랫폼 기업이라고 해서 그동안 돈만 벌고 가만히 있었던 게 아니다”라면서 “소상공인들에게 수수료를 환급해주거나 디지털 전환을 지원해주는 등의 ‘진짜’ 자발적인 지원책들이 있어 왔는데 이런 노력은 무시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결국 이익공유제가 시행된다면 기업별로 제각각인 시장상황과 사업전략을 충분히 고려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예컨대 작년 한 해 코로나19 수혜를 입었다고 평가되는 이커머스 업계는 수년째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업종 중 하나다. 쿠팡의 경우 누적 적자 규모가 2019년 기준 3조7000억원으로, 지난해에도 6000억원 이상 적자가 예상된다. 배달의민족 등 배달앱도 정액 요금제 기반의 음식점 점주들이 많을 경우 거래 건수 증가와 상관 없이 플랫폼 수익이 크게 늘어나지 않는 구조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매출이 제대로 잡히지도 않는 해외 사업자들은 이런 고민을 할 필요도 없다”면서 “기업이 돈을 벌었으니 매출의 얼마를 나누자고 하는 전제 자체가 잘못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