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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인터넷②] 인터넷기업 규제 딜레마…‘역차별’ 숙제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언택트(비대면) 국면이 앞당긴 국내 인터넷 플랫폼의 빠른 성장은 역설적이게도 그에 따른 책임과 의무를 지우려는 정부와 국회의 규제 논의를 불러일으켰다. 국내 인터넷 업계는 그러나 글로벌 대형 플랫폼 사업자들과의 역차별로 오히려 국내 기업의 성장이 저해될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가 커진다.

대표적으로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 제정안을 올해 초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이 법안은 온라인플랫폼 사업자가 입점업체와 계약을 맺을 때 의무를 명시한 것으로, 구체적으로 ▲경쟁사 입점 제한 여부 ▲상품·서비스 노출 기준 ▲손해 분담 기준 등 14가지 필수사항을 계약서에 기재하도록 한 것이다.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은 오는 2022년 상반기 시행이 예정돼 있지만, 이미 입법 과정만으로 정부와 관련 업계간 상당한 대립각이 예상된다. 공정위는 온라인플랫폼 사업자의 불공정행위를 막고 디지털 공정경제 질서를 만드는 데 꼭 필요한 법이라고 역설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과잉 규제인 데다 해외 사업자에 대한 규제 비대칭으로 국내 기업 혁신만 저해할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기 때문.

공정위는 아울러 전자상거래법 개정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역시 플랫폼 사업자의 의무를 강화하는 조치로, 플랫폼을 통해 판매된 상품에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경우, 해당 플랫폼의 거래 관여도에 따라 책임을 지도록 하는 내용이다. 전자상거래 분야에 동의의결제도를 도입하고 분쟁조정위원회를 운영하는 한편,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SNS)의 부당광고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도 추진한다.

해외 사업자에 대한 규제 강화 움직임은 계속될 전망이다. 이른바 ‘구글갑질방지법’으로 불리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논의가 예정돼 있다. 앞서 구글은 내년부터 구글플레이스토어에서 유통되는 모든 디지털 콘텐츠 앱에 인앱결제 시스템을 강제 적용하고 수수료율도 30%로 인상하는 정책을 발표했고, 이에 국회는 독점적 앱마켓 사업자가 특정 결제수단을 강제하지 못하도록 하는 7건의 개정안을 제출한 상태다.

국내 인터넷업계의 거센 반발과 국회의 입법 의지로 인해, 구글은 일단 한국에서만 내년 9월까지 정책을 연기하겠다고 한발 물러선 상태다. 하지만 국회에서는 이미 여야 의견 불합치로 해당 법안 통과가 미뤄진 바 있어 추진 동력을 잃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미국 정부까지 이 법에 대해 통상 문제를 거론하며 압박을 가하고 있어, 올해 입법 시계가 제대로 속도를 낼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이 밖에 방송통신위원회는 넷플릭스나 유튜브에서 2시간 이상 서비스 장애가 발생하면 이용자에 반드시 고지하도록 하는 법 개정을 추진한다.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부가통신사업자의 서비스 중단 사실 및 대응책을 이용자에게 의무적으로 고지해야 하는 기준 시간을 현행 4시간에서 2시간으로 단축하는 내용이다. 이동통신사 등 기간통신사업자와 동일한 규제를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해외 사업자를 겨냥한 규제 강화는 그러나 거꾸로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똑같이 규제를 적용해도 해외 기업에 대한 정부의 강제력이 없어 오히려 국내 기업만 의무를 지게 되는 딜레마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같은 맥락으로, 대형 콘텐츠 사업자에 망 품질 유지 의무를 지운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시행령이 지난해 12월부터 시행된 가운데 이것이 앞으로 국내 콘텐츠 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건이다. 이른바 ‘넷플릭스법’으로도 불리는 이 법은 구글과 넷플릭스 등 해외 콘텐츠제공사업자(CP)가 국내망에 무임승차하지 않도록 하자는 취지이지만, 동시에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기업도 대상이어서 업계의 우려가 나온다.

이에 대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부가통신사업자에 불필요한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고 보는 동시에, 적어도 공정한 트래픽 발생량 측정을 위한 투명성 확보 방안 등 정부의 후속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해당 개정안 시행령에서는 전년도말 3개월간 하루 평균 국내 이용자 수가 100만명 이상이면서, 국내 데이터트래픽 양의 1% 이상을 차지하는 부가통신사업자를 적용 대상으로 보고 있다.

<권하영 기자>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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