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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클로즈업] 'LG QNED TV'에 담긴 3가지 의미

- 삼성전자 견제·신시장 대응·OLED TV 띄우기 ‘일석삼조’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OLED TV에 가장 가까워진 LCD TV 기술 진화의 정점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겠다.” (2020년 12월29일 LG전자 임원)

“새로운 기술이라고 보지 않는다. LCD가 가진 한계를 그대로 가져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2021년 1월11일 LG디스플레이 임원)

최근 LG전자가 선보인 ‘LG QNED TV’에 대한 두 회사의 설명이다. LG디스플레이가 2주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같은 그룹사 신제품을 다소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표면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 ‘팀킬’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양사는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대상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다. 그렇다면 LG QNED TV는 왜 등장했을까?

◆경쟁사에 대한 복수=삼성전자는 TV 업계 1위다. 원동력은 퀀텀닷발광다이오드(QLED) TV다. 연간 판매량이 500만대를 훌쩍 넘는다. 해당 TV는 LCD 기반에 QD필터를 덧댄 제품이다. LCD는 뒤에서 빛을 비추는 조명인 백라이트유닛(BLU)이 필요한 패널이다. 스스로 빛을 내는 OLED보다 아래 기술로 평가된다.

LG전자는 불만이다. 일부 소비자에 QLED TV가 OLED TV보다 뛰어난 제품으로 인식되고 더 많이 팔린 탓이다. LCD 기반인 만큼 가격경쟁력에서도 당해낼 수가 없다. 이 때문에 양사는 공정거래위원회에 맞제소하는 등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시간이 흘러 LG전자는 의도했든 아니든 복수에 성공했다. 퀀텀닷나노셀발광다이오드(QNED) TV를 공개하면서다. LG전자는 LCD TV에 QD와 나노셀 기술을 합쳤다고 했다. QLED TV와 유사한 형태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차차세대 디스플레이로 개발 중인 퀀텀닷나노로드발광다이오드의 약칭도 QNED다. 나노로드라고 불리는 미세한 청색 LED를 발광소자로 삼는 디스플레이로 향후 삼성전자가 채택할 가능성이 크다. 해당 브랜드를 LG전자가 전혀 다른 제품으로 선점했다. 삼성은 진정한 QNED가 나올 때 같은 이름 쓰기 애매해졌다.

◆우리도 할 수 있다=LG전자와 LG디스플레이의 자신감을 드러낸 지점이기도 하다. 삼성전자는 지난주 ‘네오 QELD TV’를 공개했다. LCD 기반 미니LED TV다. 기존 LCD BLU 크기를 줄여 BLU 숫자를 늘린 개념이다. 이전보다 화면분할구동(로컬디밍)을 세밀하게 제어할 수 있게 됐다.

LG QNED TV도 사실상 동일하다. LG전자가 먼저 선보이기는 했지만 삼성전자가 미니LED TV를 출시한다는 소식은 오래전부터 알려진 바다. 업계에서는 LG 역시 못할 것 없다는 판단에서 해당 제품을 개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미니LED TV 시장이 개화할 전망인 만큼 수요 대응도 가능해졌다.

또 다른 요소는 QLED TV의 성공을 지켜보면서 교훈을 얻은 점이다. QLED TV는 삼성전자의 마케팅 전략이 주효했다. LG전자와 대비된 부분이다. 마케팅의 중요성을 깨달은 LG전자가 내놓은 결과물이 QNED인 셈이다.

◆이러나저러나 최고는 OLED TV=일련의 단계들은 OLED TV의 우월함을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CES2021에서 드러났다. 지난 11일 LG디스플레이는 서울 강서구 LG사이언스파크에 전시관을 마련하고 OLED TV와 미니LED TV를 나란히 세웠다.

로컬디밍, 플리커 현상, 블루라이트 등 여러 부문을 비교하면서 OLED TV의 장점을 부각했다. 앞서 LG전자도 LG QNED TV를 홍보하면서도 자발광이 아님을 강조했다. 미니LED TV를 희생시켜 OLED TV를 띄웠다. 틀어서 생각하면 LG QNED TV와 유사한 네오 QLED TV는 OLED TV보다 못하다는 물귀신 작전이다.

OLED 대세화가 목표인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입장에서는 TV 시장에서 LCD 파이가 커지는 것은 좋지 않은 그림이다. 수익성을 고려해도 그동안 광고와 생산공장에 투자한 비용을 따져봐도 OLED TV가 많이 팔리는 게 최선이다.

더욱이 LG디스플레이는 중국이 따라오기 전에 대형 OLED 독점효과를 최대한 누려야 할 시기다. LG QNED TV는 잘 되도 안 돼도 문제인 계륵이자 OLED TV의 보험 같은 존재로 볼 수 있다.

<김도현 기자>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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