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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 30% 싼 요금제, 알뜰폰에 발목 잡히나

-유보신고제 첫 적용, 의미 퇴색될 수도
-알뜰폰 활성화 주무부처 과기정통부, 최악의 경우 ‘반려’
-SKT 요금제 환영하는 국회, 정부에겐 압박 요소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SK텔레콤 30% 저렴한 온라인 요금제가 알뜰폰에 발목 잡힐 위기다. 유보신고제 첫 적용 요금제인 만큼, 업계와 국회에서는 통신비 절감으로 이어지는 요금경쟁 신호탄이 될 것으로 기대하는 목소리가 크지만, 정부는 알뜰폰 시장 잠식을 우려하고 있다. 최악의 경우, 요금제가 반려될 수도 있다.

SK텔레콤은 지난 29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온라인 전용 LTE 및 5G 신규 요금제 출시 신고서를 제출했다. SK텔레콤이 제시한 요금제는 LTE 월 2만원대~4만원대 3종, 5G 월 3만원대~6만원대 3종으로 구성된다. 기존 요금제와 비교해 30% 저렴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약정 없이도 25% 선택약정할인 이상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고객 선택권을 늘렸다. 이는 지난 국정감사 때 국회의 통신비 인하 요구에 화답해 나온 결과물이며, 요금인가제 폐지 후 새로 도입된 유보신고제에 첫 적용되는 요금제라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국회는 환영의 뜻을 앞다퉈 전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 조승래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 가계 통신비 부담 완화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며 “SK텔레콤 결단을 높게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원욱 과방위원장은 “유보신고제로 인한 통신사 간 요금경쟁은 국민 통신비 절감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으며, 우상호 의원(더불어민주당)은 “더는 매일 10만~13만원대 고가요금을 쓰지 않아도 된다. 국민들이 해당 요금제를 하루라도 빨리 이용할 수 있도록 과기정통부가 조속히 검토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이미 국회는 축배를 들었지만, 정작 과기정통부는 난감한 모습이다. 국회가 SK텔레콤 요금제에 지원사격을 하면서, 알뜰폰 주무부처인 과기정통부는 압박감을 느낄 수밖에 없게 됐다. 이번에 SK텔레콤이 내놓은 요금제는 일부 알뜰폰 시장과 겹쳐, 이제야 성장세에 오른 알뜰폰 기세가 꺾일 수도 있다고 본 것이다.

과기정통부는 5G 중저가 요금제를 줄곧 통신사에 요구해 왔으나, 동시에 알뜰폰 활성화 대책을 주도하고 있다. SK텔레콤이 3만원대 5G 요금제를 내놓으면서, 알뜰폰 5G 요금제와 가격대가 유사해졌다. 이에 과기정통부는 유보신고제에 따라 15일간 요금제를 검토하기로 했다. 이용자 이익과 공정경쟁 저해 요소를 살펴보기 위해서다.

남석 과기정통부 통신이용제도과장은 “법에 따라 심사할 것이며, 15일 이내 결정된다”며 “이용자 이익 및 공정경쟁 저해 등을 확인하겠다. (알뜰폰 사업자 우려와 관련한 부분은) 도매대가보다 낮은 이용요금으로 다른 사업자를 배제하는 경우 반려할 수 있다는 시행령 조항이 있다”고 설명했다.

과기정통부가 눈여겨보는 조항은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내 반려 기준 중 하나로 ‘다른 전기통신사업자에게 전기통신서비스를 도매제공하는 대가에 비해 낮은 이용요금으로 그 전기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다른 전기통신사업자를 배제시킬 우려가 있는 경우’다. SK텔레콤 요금제가 알뜰폰을 시장에서 배제시킬 수 있다고 판단하면, ‘반려’ 카드를 꺼낼 수 있다.

앞서, 정부는 요금경쟁을 위해 유보신고제를 도입하면서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15일 검토기간 및 반려 조항을 넣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부분이 오히려 정부가 ‘신고’에도 ‘인가’ 때처럼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번 요금제가 반려된다면, 향후 통신사가 정부 눈치에 알뜰폰보다 저렴한 혁신적 통신 요금제를 출시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요금경쟁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

정부가 알뜰폰을 활성화하는 이유는 고착화된 통신시장에 변화를 줘 기존 통신3사를 견제하고, 경쟁을 유도해 궁극적으로 소비자에게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알뜰폰을 살리겠다고 오히려 소비자 혜택을 줄이겠다면, 이는 주객전도나 마찬가지라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알뜰폰에 발 묶이지 않고 요금정책을 유연하게 집행해야, 소비자 후생도 커지고 경쟁력 있는 알뜰폰 사업자 중심으로 건전한 경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SK텔레콤은 “신고 요금제의 고객가치 제고 효과를 고려해 정부의 긍정적인 검토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민지 기자>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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