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2020년 통신3사의 인사 및 조직개편이 마무리됐다. 전체적으로 큰 변화 없이 안정속의 변화 기조로 요약할 수 있다.
KT는 구현모 대표 2년차를 맞아 대표의 색깔을 뚜렷히 했고 SK텔레콤은 최태원 회장의 믿을맨 박정호 사장이 유임됐다. LG유플러스는 내부승진을 통해 황현식 대표를 선임했다.
3사의 조직개편 공통점으로는 '신사업', '탈통신'을 꼽을 수 있다. 통신사들의 비통신분야 육성은 10여년전부터 꾸준히 추진되고 있다. 통신이 여전히 주력사업이기는 하지만 폭발적인 성장이 어렵다는 점에서 통신3사 모두 인공지능, 빅데이터, 모빌리티 등 신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다. 조직개편 역시 신사업을 육성, 강화하는 방향으로 이뤄졌다.
◆ 박정호 사장 부회장 승진…중간지주사 포석 깔았다
올해 SK텔레콤의 인사에서는 큰 변화를 찾을 수 없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부회장으로 승진했고 유영상 MNO사업대표를 비롯해 ▲최진환 SK브로드밴드 대표 겸 SK텔레콤 미디어사업부문장 ▲박진효 ADT캡스 대표 겸 SK텔레콤 보안사업부장 ▲이상호 11번가 대표 겸 SK컴즈 대표 겸 SK텔레콤 커머스사업부장 등 4대 사업 부문장도 모두 유임됐다.
조직개편에서는 통신사업(MNO) 부문의 변화가 눈에 띈다. 기존 MNO사업부를 9개 사업에 주력하는 마케팅컴퍼니로 재편했다. 비즈니스 성과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의미다. 동시에 인공지능(AI)을 전면에 배치했다. SK 정보통신기술(ICT) 패밀리 내 모든 상품‧서비스를 상대로 AI 기술을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조직개편에서 또하나 주목할 부분은 코퍼레이트센터 산하에 IPO추진담당을 신설했다는 점이다. 코퍼레이트센터는 글로벌기업 협력, 해외 사업기회를 발굴하는 역할을 한다. 여기에 IPO추진담당을 새롭게 만들어, 자회사 IPO를 지원한다는 것이다.
MNO, 미디어, 보안, 커머스, 모빌리티 5대 사업부문 내 주요 자회사 IPO가 계획된 가운데, 성장 가능성 있는 사업부 독립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IPO 추진담당 신설은 중간지주사 전환과 연결된다. SK텔레콤이 중간지주사로 전환하려면 SK하이닉스 9.93% 지분을 추가로 확보해야 하는데 7조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통신사업에서의 매출 극대화와 성장사업의 상장, 일부 사업 매각 등을 통해 중간지주사 전환을 위한 자금확보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핵심 사업과 프로덕트 중심으로 조직을 개편했으며, AI가 모든 사업의 기반 플랫폼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 취임 2년차 구현모 색깔 보여준다…텔코서 디지코로 전환
구현모 KT 대표는 취임 2년차를 맞아 본인의 색깔을 명확히 했다. 2인자 박윤영 사장은 물러나고 구 대표 측근으로 꼽히는 강국현‧박종욱 신임사장을 등용했다. 구 대표가 성과를 내기 위해 본인의 완전한 색채를 드러냈다는 인사로 평가되고 있다.
강국현 신임 사장은 KT스카이라이프 대표를 맡다가 구 대표가 취임한 후 커스터머부문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강 신임 사장은 마케팅 전문가로, 2018년 데이터온 요금제 출시를 주도한 바 있다. 박종욱 신임 사장은 구 대표가 강조해 온 ABC(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 기반 디지털플랫폼기업 변신을 위한 그룹 차원 전략 수립과 투자를 주도했다.
조직개편의 방향은 비통신사업 강화로 요약된다. 통신기업(Telco)에서 디지털플랫폼기업(Digico)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성장이 정체된 통신분야 대신 미디어‧금융‧기업(B2B) 등 비통신분야에서 성장기회를 찾겠다는 뜻이다.
이에 KT는 이번 조직개편에서 기업(B2B), 인공지능(AI)‧디지털전환(DX)에 중점을 뒀다. 지난달 선보인 B2B 브랜드 ‘KT 엔터프라이즈’에 걸맞은 서비스 제공을 위해 기존 기업부문을 ‘엔터프라이즈부문’으로 재편했다. 여기에 KT가 디지털플랫폼기업으로 변신하는데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는 AI/DX융합사업부문도 강화했다.
KT는 “이번에 혁신적인 조직과 인사를 통해 ABC 기반의 디지털 플랫폼기업으로 변신에 박차를 가하고자 한다”며 “고객과 시장의 눈높이에 맞는 근본적인 변화를 통해 젊고 새로운 KT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 내부승진 황현식 대표, 신사업서 성과 거둔다
LG유플러스는 컨슈머사업총괄 황현식 사장이 새로운 대표로 선임됐다. 하현회 대표가 실기했다기 보기는 어렵다. 코로나19에도 불구 역대 최대 실적을 올렸다. LG그룹의 계열분리가 이뤄지면서 구본준 고문에게 힘을 보탤 것으로 예상되면서 CEO 교체가 이뤄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새로 CEO로 임명된 황 사장은 1999년 LG텔레콤으로 인사해 소비자(B2C) 영업부터 모바일 사업, 스마트홈 등을 두루 거친 대표적인 사내 영업통으로 평가되고 있다.
유무선을 두루 거친 전문가인 황 사장에게 주어진 미션은 신사업 발굴 및 성장이다. LG유플러스는 조직개편을 통해 ▲스마트 헬스 ▲보안 ▲교육 ▲광고 ▲콘텐츠 ▲데이터 사업 등 산재된 사업을 한 곳으로 모았다. 황 사장은 이렇게 신설된 신규사업추진부문을 직접 맡는다.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컨슈머사업부문 산하 컨슈머사업조직은 모바일과 홈 구분을 없애고 ‘미디어콘텐츠사업그룹’으로 바뀌었다. 미디어‧콘텐츠 중심으로 사업을 통합해 사업 시너지를 강화하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기업부문에서는 5G 보급 확산, 정부 주도 뉴딜 사업 등 추가 사업기회가 크게 확대되는 만큼,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전담조직인 기업신사업그룹을 산하에 두고 B2B 신규사업 성장을 이끌어낸다는 계획이다.
LG유플러스는 인사 및 조직개편에 대해 “신설된 두 조직에 대해 최우선 과제로 신사업 영역에서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고, 고객 접점에서 서비스‧품질 제고에 집중하겠다는 황 신임대표 의중이 강하게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