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종합편성채널사용사업자(이하 종편PP) 출범 10년을 맞이한 가운데 조선, 중앙, 동아, 매경 등 사업자별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10여년전 정보통신부를 해체하고 방송통신위원회를 출범시킨 목적이 보수 신문사들의 종편 출범이라는 얘기가 나돌 정도로 정부는 종편 사업자 선정에 적극적이었다. 당시 방통위와 보수 신문사들은 종편 출범과 관련해 고용창출, 방송시장 경쟁력 확대 등 장미 장밋빛 전망을 내놓았다.
하지만 4개 사업자나 선정하는 것에 대해 광고시장 등이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은 피할 수 없었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정치적 멘토이었던 최시중 초대 방통위원장은 사업자를 너무 많이 선정했다는 점에는 공감하면서도 향후 M&A 등을 통해 시장이 부실 사업자를 정리할 것이라는 논리를 펴기도 했다.
종편PP 출범 이후 수차례의 재허가 심사를 거치면서 사업자의 경영성과, 채널 경쟁력이 여실히 드러났다. 투자계획, 재방비율, 프로그램 편성 등 부여된 의무는 대부분 지켜지지 않았다. 재허가 기준에 미달하거나 과락 평가를 받아도 사업자들은 여전히 굳건히 시장을 지키고 있다.
◆ JTBC, 과감한 투자로 선두 자리매김
종편4사 중 초반부터 가장 적극적으로 투자한 채널은 JTBC다. JTBC는 중앙일보 논조와는 다른 스탠스로 방송시장에서 빠르게 자리를 잡아갔다. 특히, 과거 정권에 빼앗겼던 채널 TBC의 영광을 되찾을 기회로 보고 과감한 콘텐츠 투자로 저변을 넓혀갔다.
신의 한 수는 손석희 사장의 영입이었다. 전국민적 지지도가 있는 스타 앵커의 영입으로 초반 지상파, 보도채널에 비해 약해 보일 수 있는 보도기능의 약점을 메웠다. 뉴스 프로그램이 타 종편 및 지상파 방송을 압도하면서 연쇄적으로 다른 프로그램에도 영향을 미쳤다.
초창기 다른 종편들이 제작단가가 저렴한 보도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편성할 때 JTBC는 다양한 시도를 거듭했다. 히든싱어, 비정상회담, 썰전, 냉장고를 부탁해, 한끼줍쇼, 아는형님 등 다양한 형식의 예능을 시도했고 다수는 성공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스카이캐슬, 부부의세계, 이태원클라쓰 등 드라마도 대박을 쳤다. 초반 JTBC의 콘텐츠 투자 규모는 경쟁 종편의 2배가 넘었다. 처음부터 적극적인 투자로 우위를 선점했다.
재허가 심사에서도 다른 종편과 달리 무탈하게 지나갔고 방통위의 방송평가에서도 종편 중 선두자리를 유지해나갔다. 최근 방통위가 발표한 2019년 방송평가에서 JTBC는 486점(600점 만점)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 부진에 부진 TV조선, 트롯이 살리다
조중동으로 대변되는 신문시장에서 조선은 구독, 영향력에서 늘 1위였지만 방송에서는 그렇지 못했다.
그동안 TV조선을 대변하는 단어는 '보도'였다. 채널이 출범하던 2011년 보도 편성 계획을 24.8%로 잡았지만 해가 진날 수록 계획과 실적은 벌어졌다. 2014년에는 절반을 보도 프로그램으로 채웠다. 종합편성이 아닌 보도전문 채널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보도 프로그램은 드라마, 예능에 비해 제작단가가 저렴하다. 사회자와 패널의 입으로 때우기 때문이다.
물론, TV조선도 출범 초기 다양한 시도를 했다. 하지만 채널 출범 초반 100억원을 들여 제작한 블록버스터 드라마 한반도가 참패하며 콘텐츠 투자는 갈수록 위축됐다.
결국 TV조선은 2017년 재승인 심사에서 625.13점으로 기준인 650점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당시 JTBC는 731점으로 TV조선보다 100점 이상이 높았다. 방통위는 조건부 재승인 결정을 내렸다. TV조선은 올해 심사에서는 653.39점을 기록했지만 방송의 공적책임·공정성의 실현 가능성 평가 부문에서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중점심사사항이기 때문에 배점 기준에 미달할 경우 조건부 재승인 또는 재승인 거부가 가능하다. 방통위는 또 조건부 재승인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TV조선은 정부의 재승인 심사와는 별개로 지난해 미스트롯에 이어 올해는 미스터 트롯으로 초대형 히트를 이어가며 위기에서 벗어났다는 평가다.
◆ MBN, 최악의 한해? 내년엔 더 힘들듯
MBN은 다른 종편 채널과 달리 보도전문 채널 MBN을 폐업하고 종합편성으로 전환한 사례다.
MBN은 중년 남성의 최애 프로그램 중 하나인 자연인을 제외하면 보도, 드라마, 예능 등 전체적으로 내세울 만한 프로그램이 없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재승인 심사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첫 심사인 2014년에는 704.43점을 받아 무난히 통과했지만 2017년에는 651.01점으로 기준점에 간신히 턱걸이를 했다. 하지만 과락을 받은 항목이 있어 조건부 재승인을 받은 바 있다.
점점 하락곡선을 그리던 MBN은 올해 바닥을 찍었다. 종편 출범 당시 납입자본금(3950억원) 중 일부를 임직원 차명주주를 활용해 회사자금으로 납입하고 허위 자료를 제출한 것이 들통난 것이다. 2014년, 2017년 각각의 재승인시에도 허위 주주명부, 재무제표 등을 제출하고 종편PP로 재승인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방통위는 MBN의 이러한 위법행위가 방송법 제18조에 따른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승인 및 재승인을 받은 것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6개월간의 전체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다.
최근 이뤄진 재승인 심사에서도 640.50점으로 재허가 기준인 650점에 미달하며 조건부 재승인 처분을 받았다. 내년 영업정지가 시작되면 MBN은 출범 이후 가장 어려운 시기를 보낼 전망이다.
◆무색무취 채널A? 대박 프로그램 절실
드라마틱한 성장, 또는 몰락을 걸었던 경쟁사와 달리 채널A는 그저그런 성적표를 꾸준히 기록 중이다. 시사 보도 프로그램 편성 비중이 많아 무늬만 종편이라는 지적은 TV조선, MBN과 다를 바 없었다.
초반 TV조선과 유사한 자취를 남겼지만 다른 점이 있다면 딱히 내세울만한 프로그램이 없다는 것이다. 예능에서 도시어부 정도가 사랑을 받았지만 드라마에서는 소위 대박이라고 부를만한 작품이 없었다. 보도 역시 보수 성향 채널이지만 TV조선처럼 확고한 시청층을 확보하지 못했다.
올해 불거진 검언 유착과 관련한 채널A 기자의 취재윤리 위반 사건이 논란이 되기는 했지만 TV조선, MBN과 비교하면 사고는 덜 치고 있다는 평가다.
최근 방통위의 방송평가에서도 JTBC와 TV조선에 이은 3위를 기록했다. MBN 상황을 감안할 때 하위권에 자리를 잡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재승인 심사에서 큰 사고는 치지 않고 있지만 그렇다고 딱히 두각을 보이는 것도 없다는 것이 채널A의 현주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