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투자옵션’ 무선국 최대 15만국→12만국 조정, 로밍 포함 -3조7000억원→3조1700억원, 5300억원 내려…통신3사 ‘수용’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통신3사가 정부를 향해 행정소송까지 예고하면서 극으로 치닫던 ‘주파수 재할당’ 논란이 극적으로 합의점을 찾았다. 통신3사와 정부가 한 발씩 양보하며 최종 주파수 재할당대가 세부안이 드디어 도출됐다.
3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공개설명회‧전파정책자문회의 등을 거쳐 내년 이용기간이 종료되는 주파수 총 320MHz폭 중 310MHz폭을 기존 주파수 이용자에게 재할당하는 ‘이동통신주파수 재할당 세부 정책방안’을 최종확정했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는 5G 투자옵션에 적용된 무선국 수를 현실적으로 조정하고 재할당대가 규모를 하향했다. 이에 따라 2022년말 기준 최대 15만국 기지국 수는 12만국으로 줄고, 통신3사 공동이용(로밍)까지 포함하기로 했다. 3조7000억원 재할당대가는 3조1700억원으로 낮아졌다. 통신3사는 1조6000억원~2조7000억원 재할당대가를 정부에 요구해 왔음에도, 한발 뒤로 물러나 해당 안을 수용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5G 투자촉진과 3조원대 재할당대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통신3사도 로밍을 포함한 5G 무선국 구축이 허용되면서, 달성 가능한 조건으로 차이를 좁힐 수 있게 됐다. 통신3사는 재할당대가 조건을 이행하기 위해 5G 구축을 활발히 전개하고 농어촌 등을 포함한 전국에 커버리지를 빠르게 확대하면서, 품질 이슈 또한 줄어들 전망이다.
◆3조1700억원, 12만국 5G 무선국 투자 옵션=앞서, 과기정통부는 지난 17일 공개설명회를 열고 ▲2022년 말 기준 5G 기지국 15만국, 3조2000억원 ▲12만~15만국 3조4000억원 ▲9만~12만국 3조7000억원 ▲6만~9만국 3조9000억원으로 책정한다고 발표했다. 5G 투자 옵션을 걸고, 이에 따라 3G 및 LTE 주파수 재할당대가에 차등을 둔 것이다. 당시 통신3사는 15만국 구축은 달성할 수 없는 비현실적인 조건이라고 목소리를 모았다. SK텔레콤이 LTE에 8년을 투자해 확보한 기지국수가 15만국이다. 이를 2년 내 이루기란 불가능하다는 판단이다. 사실상 재할당대가는 3조7000억원인 셈이다.
과기정통부는 이러한 통신3사 의견을 수렴해 실제 구현 가능한 기지국 수와 재할당대가를 다시 산출했다. 이날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5G 무선국 12만국 이상, 3조1700억원 ▲10만~12만국, 3조3700억원 ▲8만~10만국, 3조5700억원 ▲6만~8만국 3조7700억원이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해당 기지국 수는 2022년말 준공신고 기준이다. 이후 약 6개월간 검증기간을 거치게 된다.
통신3사는 로밍을 포함해 12만국가량 5G 기지국을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LTE 전국망 주파수의 옥외 무선국 설치 국소가 약 12만국이기 때문에, 가능한 시나리오다. 결국, 주파수 재할당대가는 기존보다 5300억원 내린 3조1700억원으로 봐야 한다.
오용수 과기정통부 전파정책국장은 “기존 할당대가 4조2000억원과 비교해 약 25% 조정된 가격이다. 과거 경매 사례를 참조했지만, 100% 반영하지는 않았다”며 “이번 재할당 대가는 5G 무선국 구축 수준에 따라 할당대가를 다르게 설정하는 것이 재할당 대상 주파수의 경제적 가치를 가장 잘 반영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통신3사 안도, ‘로밍’도 포함=여기에 과기정통부는 통신3사 공동구축, 로밍까지 허용했다. 이는 로밍지역에서 한 통신사가 한 사이트에 기지국을 설치하면, 통신3사 합쳐 총 3국으로 인정한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로밍지역에 7000개 5G 무선국을 설치하면 2만1000국으로 계산된다. 재할당 신청 시점, 통신3사는 5G 기지국을 각 6만국 수준으로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각사는 약 4만국씩 로밍 외 지역에 2년간 구축하면 된다. 로밍 범위에 따라 통신3사 부담도 줄어들 수 있다.
앞서, 통신3사와 과기정통부는 ‘농어촌 5G 로밍 전담반’을 구성했다. 이를 통해 수도권 및 도심지역이 아닌 농어촌 지역 사용자는 5G 서비스를 소외 받지 않고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사업자는 로밍을 통해 비용을 줄이면서도 커버리지를 빠르게 확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오용수 과기정통부 전파정책국장은 “지난 7월 농어촌 외곽지역에 대해서 투자를 서둘러 달라는 정부 요구에 대응해 3사가 공동으로 활용하는 로밍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세부적인 사항은 통신3사가 협의하고, 이후 정부와 논의해 구축 일정과 계획을 잡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LTE 기준 전국망이 포설되는 주요 사이트를 기준으로 했을 때 12만국정도는 달성할 수 있다고 보고, 사업자와 조율했다”며 “사업자도 이 부분에 대해 수용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과기정통부는 5G 조기 전환 등으로 여유 주파수 발생 가능성을 고려해 2.1GHz 및 2.6GHz 대역 중 사업자별로 1개 대역에 대해 이용기간을 3년 이후에 단축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사업자 불확실성을 최소화한 조항이다..
◆통신3사, 정부안 수용 “아쉽지만 합리적”=통신3사도 이를 겸허히 받아들였다. 갈등의 골이 커지면서 정보공개 청구에 행정소송을 위한 법적대응까지 시사했지만, 정부가 사업자들이 수용할 수 있는 합리적인 안을 찾았다고 귀결했다. 당초 목표한 최대 2조7000억원대보다는 높은 금액이지만, 5G 투자옵션을 현실적으로 조정하고 재할당대가 부담도 정부 초기안보다 낮아졌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아쉬움은 있지만, 정부 정책을 존중한다. 과기정통부가 사업자 현실 등 제반사항을 두루 감안해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며 “SK텔레콤은 이번 재할당을 통해 기존 3G·LTE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하는 한편, 5G 투자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KT는 “정부의 이번 재할당 정책 방안은 합리적으로 마련됐다”며 “KT는 앞으로 정부 정책에 적극 부응해 5G 품질 조기확보 및 시장활성화를 통해 국민에게 최고의 통신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부연했다. LG유플러스는 “정부와 통신업계의 지속적인 대화의 결과로 도출된 산정 방식인만큼 주파수 자원의 효율적인 이용이라는 정책 목표에 부합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을 보탰다.
◆기업 불확실성 줄이는 제도 개선, 남은 숙제=정부와 사업자가 합의에 도달했으나, 제도 개선은 남은 숙제로 남았다. 앞서 통신3사는 과도한 주파수 재할당대가 부담을 호소하며, 정보공개 청구를 비롯해 행정소송 등 법적대응까지 시사할 정도로 정부와 갈등을 겪어 왔다.
이와 관련해 학계와 국회에서도 주파수 재할당을 놓고 기업의 예측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법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오 국장은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부분이 당연히 필요하다”면서도 “다만, 제도적으로 보완하려고 할 때 특정 경매사를 참조하는데, 기간을 한정해 법에 정한다거나 구체적 비율을 특정해 시행령으로 위임하면 5G 전환기 특성과 국가 간 기술패권 경쟁 상항에서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이날 과기정통부는 내년 5G 신규 주파수 할당과 2026년 5G 광대역 플랜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