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은 비행시간측정(ToF) 모듈이다. 3차원(3D) 센싱 기능이 강화되면서 주목받는 제품이다. 3D 센싱은 사용자의 얼굴, 손 등을 감지해 터치 없이 기기를 조작할 수 있는 기술이다.
구현 방식에는 크게 구조광(SL)과 ToF가 있다. SL은 3만개 이상의 점 패턴을 통해 대상을 인식하고, ToF는 피사체에 보낸 광원이 반사돼 되돌아오는 시간을 측정해 거리를 인식한다. 반응속도, 인식 거리, 정확도 등에서 우위를 보이는 ToF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다.
스마트폰 업계 관계자는 “ToF는 SL 대비 난도가 높은 기술이다. 개선된 감지능력 덕분에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구현에 유리하다”며 “안면인식 등 다양한 생체인증에도 활용할 수 있고, 사진 촬영 시 보조 역할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LG전자, 화웨이 등이 주요 스마트폰 모델에 ToF 모듈을 탑재하는 등 성장세를 보였으나, 변수가 생겼다.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20’에 이어 내년 출시할 ‘갤럭시S21’에도 ToF 모듈을 제외하는 탓이다. 가격과 활용 여건을 고려한 결정이다.
높은 제조 기술을 요구하는 만큼 단가가 비싸다. ToF 모듈은 렌즈, 이미지센서 등이 포함된 부품이다. 특히 소니 등 일본 업체가 장악한 ToF용 이미지센서 가격이 높다. 원가절감을 위해 삼성전자가 자체 개발에 나섰지만,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5세대(5G) 이동통신 구축 지연, AR·VR 관련 콘텐츠 부족으로 인한 활용성 저하도 한몫했다.
애플은 반대다. 오는 10월 출시예정인 ‘아이폰12’ 시리즈부터 해당 부품을 투입할 예정이다. 아이패드를 통해 라이다 스캐너로 불리는 ToF 기술을 검증했고, 스마트폰 첫 적용을 앞뒀다.
애플이 신형 스마트폰에 ToF 모듈을 투입하는 것은 AR의 성장 가능성을 봤기 때문이다. 전사적으로 강조하는 분야로 게임, 영상 서비스 등에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아이폰12가 첫 5G 제품이라는 점도 탑재 요인으로 꼽힌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상반된 전략에 부품사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삼성전자는 코렌(렌즈), 나무가·파트론(모듈), 애플은 대만 라간정밀(렌즈), LG이노텍(모듈) 등이 주요 협력사다. 애플의 경우 ToF 모듈 신규 공급사를 물색 중인 상황이다. 스마트폰 제조사의 선택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는 구조다. 매출처 다변화 이슈도 걸려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ToF 모듈을 잠정 제외했지만, 애플 등의 가세로 시장 및 활용성이 커지면 투입을 재개할 것”이라며 “콘텐츠 유무에 따라 활용 가치가 결정되는 만큼 콘텐츠 확보가 지속가능성의 관건”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