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국내 통신사에 광고비용과 지원금, 제품 수리비용까지 떠넘겨 ‘갑질’ 논란을 빚었던 애플이 비용분담 협의절차를 개선하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칼을 빼들자 자진 시정안을 내놓은 것이다.
24일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조성욱, 이하 공정위)는 애플코리아와 협의를 거쳐 거래상지위남용 관련 잠정 동의의결안을 마련했으며, 오는 25일부터 내달 3일까지 40일간 이해관계자 의견수렴을 거쳐 최종안을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공정위는 애플코리아가 국내 통신사에 이익제공강요행위 등 거래상지위 남용행위를 했다고 보고 심의절차를 진행해왔다. 이에 애플코리아는 심의절차 중단 및 동의의결 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동의의결제도란 사업자가 제안한 시정방안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면 법 위반 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사건을 신속하게 종결하는 제도다.
그동안 애플코리아는 단말기 광고비용과 무상수리 서비스비용을 통신사에 떠넘겼다. 또 특허권 및 계약해지와 관련해서도 통신사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거래조건을 설정했다. 국내 제조사가 통상 지급하는 판매수수료도 애플은 거의 부담하지 않았다. 통신사들이 삼성·LG전자 단말과 달리 아이폰 시리즈에 대해서는 공시지원금을 낮게 책정할 수밖에 없던 이유기도 하다.
이와 관련, 공정위와 애플코리아는 수차례 서면 및 대면 협의를 거쳐 잠정 동의의결안을 마련했다. 크게 ‘거래질서 개선방안’ ‘중소사업자 상생지원안’ 등 2가지 측면에서 광고비용 분담 및 협의절차를 개선하고 보증수리 촉진비용을 폐지하는 것, 1000억원 규모의 사용자 후생증진 및 중소 사업자 상생지원을 실행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구체적으로, 애플코리아는 ▲광고기금의 적용대상 중 일부를 제외하고, 광고기금 협의 및 집행단계에서 절차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개선하기로 약속했다. ▲제품 수리비용을 떠넘겼던 보증수리 촉진비용과 통신사에 불리한 임의 계약해지 조항은 삭제하기로 했다. ▲특허분쟁 방지를 위해 통신사 권리를 보장하는 상호 메커니즘을 도입하고, ▲최소보조금 수준도 통신사의 요금할인액을 고려해 조정키로 했다.
상생지원 측면에서는 ▲소비자후생 및 중소사업자와의 상생지원을 위해 1000억원의 지원안을 제시했다. ▲제조분야 중소기업에 R&D 지원센터 설립 및 교육 프로그램 운영을 지원하고(400억원) ▲지역대학 및 스타트업과 협업하는 ‘디벨로퍼 아카데미’를 설립해 연간 200명 교육생을 선발하며(250억원) ▲교육 사각지대에 디지털 교육을 지원하고(100억원) ▲아이폰 사용자의 유상수리비를 할인하고 애플케어 서비스를 할인 또는 환급(250억원)하는 등의 내용이다.
통신업계는 애플코리아의 이 같은 방침을 환영하면서도 우려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애플코리아가 잘못된 관행이던 광고비 문제 개선 및 AS 비용을 분담하고, 판매수수료 면에서도 애플 자체적인 자원을 유통망에 어느 정도 투입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면서도 “아직 확정안이 아닌 만큼 애플 측의 구체적인 이행방안이 필요해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통신사 관계자도 “아직 협의가 끝난 상황이 아니다”라며 “판매수수료도 제조사마다 제각각이어서 애플 또한 어느 정도 수준을 생각할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공정위는 오는 25일부터 40일간 잠정 동의의결안에 이해관계인의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검찰총장과의 서면 협의 및 관계 행정기관(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방송통신위원회 등)의 의견도 수렴한다. 최종 동의의결안은 의견수렴 절차가 종료된 후 의견수렴 내용 등을 종합하여, 다시 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