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에픽게임즈가 애플과 구글을 상대로 소송을 걸어 화제가 되고 있다. 앱마켓 내 별도 결제수단을 활용하지 못하게 만든 두 회사 정책에 제동을 걸었다. 앱 내 결제수단 강제는 앱마켓 통행세라 불리는 수수료 30%(매출 기반)와 맞물리는 정책으로도 볼 수 있다. 모바일 앱 생태계 초창기부터 마치 불문율처럼 자리 잡은 정책이다.
앱마켓 초창기엔 ‘한번의 앱 출시로 글로벌 대응’이라는 기존에 없던 편익에 게임 등 입점사들이 크게 환호했다. 지금보다 앱 시장 경쟁도 덜했다. 직접 결제 강제와 수수료 30%에 대한 불만은 있었지만, 여론화되지 못했고 앱마켓이 거대 플랫폼으로 자리 잡으면서 에픽게임즈처럼 대놓고 소송전을 벌인 회사는 없었다. 향후 있을지 모를 불이익을 우려해서다.
현재 중국을 제외하면 애플과 구글이 전 세계 앱마켓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앱마켓은 그 자체가 거대 시장이다. 게임 등 앱 개발사들은 그 안에서 좌판을 펼쳐놓고 장사를 벌이고 있다. 시장 밖에다 따로 자리를 깔고 좌판을 펼쳐봐야 사람이 모이질 않는다. 앱마켓 중심의 모바일 생태계가 꾸려지면서 선택지가 없어졌다. 게임을 직접 유통하기가 쉽지 않은 시장이 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수년 전부터 게임업계에선 “남는 게 없다”는 푸념이 나오곤 한다. 앱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그런 얘기가 부쩍 많아졌다. 입점업체가 난립하고 돈을 벌지도 못하는데 개발사가 앱마켓, 퍼블리셔와 매출을 나누기가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돈을 잘 버는 입점업체들도 매출의 30%를 꾸준히 떼어가는 애플, 구글이 좋게 보일 리 만무하다. 앱마켓 수수료는 얼마를 벌든 일률 적용된다.
현재 미국에선 구글과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에 대한 반독점 움직임이 거세다. 팀 쿡 애플 대표는 하원 청문회에서 진땀을 빼면서도 앱스토어가 독점이 아니라고 항변했다. 현지 정치권 분위기는 에픽게임즈 편이다.
앱마켓 정책이야 애플과 구글의 마음이지만, 이곳저곳에서 변화의 목소리가 제기된 상황이다. 에픽게임즈가 총대를 멨다. 앱 시장이 재차 도약하기 위해선 엡마켓 출범 당시 정책을 그대로 가져가기보단 개발사에 친화적인 정책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불이익을 우려하면서도 정보기술(IT) 업계 역사에 기록될 소송을 건 에픽게임즈를 응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