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 분야 세계 최고 기업으로 꼽히는 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GAFA)이 미국 안방에서 좌불안석(坐不安席) 상태입니다. 시장 지배력이 너무 커진 것 아니냐는 우려 때문인데요. 이제 미국도 GAFA의 시장 패권이 두려운 수준까지 도달했다고 보는 상황입니다. 미국 하원이 제동을 걸었습니다.
29일(현지시각) 미국 하원 청문회에 처음으로 GAFA(가파) 4개사 수장들이 한날한시에 얼굴을 내밀었는데요. 코로나19 여파로 화상 인터뷰가 진행됐습니다.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순서대로> ▲순다르 피차이 구글 대표 ▲팀 쿡 애플 대표 ▲마크 저커버그 대표 ▲제프 베조스 대표입니다.
외신들에 따르면 청문회에선 GAFA 수장들이 시종일관 진땀을 빼야 했습니다. 이들 기업이 ‘시장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부당이득을 취했다’고 마치 답을 정해놓은 것처럼 진행을 이어갔다는 것인데요. 물론 GAFA 수장들은 적극적으로 방어했습니다. 그러나 분위기는 수장들에게 불리했던 모양입니다. 청문회 마지막엔 기업 분할론도 언급됐습니다.
이 때문일까요. GAFA 수장들이 청문회에서 진술한 내용들이 눈에 띕니다. 미국인을 위해, 세계를 위해 계속 제품을 개발할 수 있게 해달라는 감정적 호소는 물론 ‘위대한 미국’을 상기시키는 발언도 있었습니다.
이 중에선 구글에게 좀더 관심이 집중됐습니다. GAFA 중 반독점 시비에 자주 언급되는 대표적 회사가 구글이기도 합니다.
현재 구글은 중국, 러시아, 한국 등만 제외하면 전 세계 검색 서비스를 장악했다고 볼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수년 전부터 유럽연합(EU)에선 구글 등을 겨냥해 거액의 과징금을 매기는 등 시장 보호 조치에 나서기도 했는데요. 구글을 강제 퇴출한 중국을 제외하면 전 세계가 유튜브에 빠졌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한국은 검색 서비스 측면에서 네이버와 카카오가 버티는 이례적인 나라이긴 하나, 역시 위태로운 상황인데요.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에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은 이미 내줬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순다르 피차이 대표는 청문회에서 “구글은 어디에 살든, 무엇을 믿든, 얼마나 돈을 벌든 모든 사람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제품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한다”면서도 “세계에서 미국의 경쟁 우위를 유지하며 기술이 만들어내는 놀라운 기회에 미국인들이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고 애국심에 호소했습니다.
마크 저커버그 대표는 “더 넓은 기술 생태계를 위해 그리고 세계를 위해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과 기업을 위해 더 진보된 제품과 서비스를 계속 제공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진술했습니다.
제프 베조스 대표는 아마존과 미국의 자긍심을 연결시켜 “아마존이 미국에서 태어난 것은 우연이 아니다”면서 미국의 법치와 세계 최고의 대학들, 민주주의의 자유 그리고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모험에 나서는 기업가 정신 등을 설명했습니다. 이 같은 진술들로 청문회의 압박을 미뤄 짐작할 수 있겠습니다.
팀 쿡 대표는 청문회에서 삼성과 LG, 화웨이 등 주요 사업자들을 거론하며 애플이 긴박한 경쟁 상황에 놓여있음을 항변했습니다. 앱스토어가 시장 독점이 아니라고도 재차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