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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라이트닷넷] 테슬라의 인형 뽑기
디지털데일리
발행일 2020-08-07 09:33:00
- 테슬라·애플·넷플릭스 “우리랑 거래하고 싶으면 잘해” [IT전문 미디어 블로그=딜라이트닷넷] 전기차 시장이 후끈후끈합니다. 핵심부품인 배터리는 오는 2025년 반도체 시장규모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옵니다. 상반기 코로나19 여파로 주춤했지만, 이내 회복할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습니다.
해당 분야 리딩 업체는 단연 테슬라입니다. 기업 가치와 함께 주가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습니다. 주변에서 테슬라 주식을 사야 한다는 이야기를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을 정도죠. 그만큼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의 존재감은 압도적입니다.
올해 글로벌 배터리 제조사의 동향을 보면 테슬라와 거래 여부에 따라 희비가 엇갈립니다. 시장조사업체 따르면 상반기 전기차 배터리 시장점유율 1~3위는 LG화학(한국), CATL(중국), 파나소닉(일본) 순입니다. 세 업체 모두 테슬라를 고객사로 두고 있죠.
LG화학이 선두로 등극한 데는 테슬라 역할이 컸습니다. LG화학은 지난 2월 테슬라가 중국 상하이 공장에서 생산하는 모델3의 배터리 전량을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테슬라 스포츠유틸리티(SUV) ‘모델Y’에 들어가는 배터리 물량도 상당 부분을 차지했죠. 최근에는 충북 오창 공장 일부를 테슬라 전용라인으로 전환하기도 했습니다.
기존에 LG화학이 다양한 고객사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테슬라와 손잡지 않았다면 1위를 차지하기 힘들었을 것입니다. 한동안 선두를 유지했던 파나소닉이 3위로 밀린 걸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그동안 파나소닉은 사실상 테슬라 물량을 독점하면서 급성장했습니다.
하지만 테슬라가 LG화학과 거래를 시작하면서 단숨에 2계단 내려왔죠. 업계에서 양사 간 사이가 틀어진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지만, 지난 6월 전기차 배터리 공급 관련 3년 계약을 맺으면서 소문을 불식시켰습니다. 테슬라의 ‘밀당(밀고 당기기)’ 기술이 엿보인 부분입니다.
테슬라의 외도(?)는 여기서 멈추지 않습니다. CATL과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 제품은 국내 업체 주력인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 대비 가격이 저렴합니다. 밀도가 떨어지지만, 탑재량을 늘리면 이를 상쇄할 수 있다는 것이 테슬라의 생각이죠.
요즈음 테슬라의 행보를 보면 ‘인형 뽑기’가 생각납니다. 동전 투입하고 싶을 때 하고, 뽑고 싶은 거 겨냥하는 모습입니다. LG화학, CATL, 파나소닉 등 주요 공급사를 두루두루 상대하면서 경쟁을 붙이는 구도죠. 입맛에 따라 결정하는 테슬라에 최종 결정권이 있다는 의미입니다.
다른 미국 업체를 봐도 유사한 행보를 보입니다. 애플, 넷플릭스 등이 대상인데요. 애플도 멀티 벤더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국내 업체 간 경쟁을 시킵니다. 패널은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카메라는 LG이노텍과 삼성전기입니다. 인쇄회로기판(PCB)도 비에이치 외 다른 업체를 물색 중입니다. 비행시간거리측정(Time of Flight·ToF) 모듈도 동운아나텍, 옵트론텍, 엠씨넥스 등을 두고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넷플릭스도 국내 통신사와 잇따라 손을 잡으면서, 우리나라 OTT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최근 LG유플러스에 이어 KT도 넷플릭스와 협업하기로 했습니다. 국산 OTT 육성에 적극적이던 SK텔레콤으로서는 황당할 일입니다. 믿었던 KT마저 배신한 셈이죠.
국내 기업 입장에서 테슬라, 애플, 넷플릭스는 배제할 수 없는 대형 고객사입니다. 다만 이들 업체에 우리나라 회사가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점을 어필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3개 업체의 인형 뽑기는 계속되겠지만, 고리에 쉽게 걸리지 않을 정도의 힘을 기르기를 기원합니다.
<김도현 기자>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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