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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갈등 격화, 다음 타깃은 금융?…미 정부, '클린 네트워크' 프로그램 발표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본격화되면서 ‘화웨이’, ‘틱톡’ 등 중국 기업을 대상으로 한 미국의 규제가 본격화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화웨에, 틱톡 다음 타깃이 누가 될 지에 주목하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5일(현지시간) 미국의 자산을 보호하기 위한 ‘클린 네트워크(Clean Network)’ 프로그램을 출범한다고 밝혔다. 미국의 중요한 통신과 기술 인프라를 보호하기 위한 클린 네트워크 프로그램의 내용은 ▲클린 캐리어(Clean Carrier) ▲클린 스토어(Clean Store) ▲클린 앱(Clean Apps) ▲클린 클라우드(Clean Cloud) ▲클린 케이블(Clean Cable)등 5가지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미 정부는 중국 이동통신사들이 미국의 통신 네트워크와 연결되지 않게 하고 중국 앱을 미국 앱스토어에서 퇴출하는 한편 화웨이 등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이 신뢰할 수 있는 앱을 미리 설치하거나 다운로드할 수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 미국 시민의 민감한 개인정보와 코로나19 백신연구 등 미국기업의 지적재산이 알리바바, 바이두, 텐센트 등의 기업을 통해 해외 적국이 접근할 수 있는 클라우드 기반 시스템에 저장되고 가공되는 것을 막는 한편 태평양을 건너는 정보를 중국이 중간에 수집하지 못하도록 해저케이블 사업에 중국기술을 배제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사실상 미국에서 중국의 앱과 기술을 전 방위적으로 퇴출시킨다는 내용이다. 특히 미 정부는 동맹국가에 대해서도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라는 압박을 하기도 했다. 미국은 “우리의 데이터를 보호하기 위해 전세계 정부 및 산업에 있는 우리의 동맹국들과 파트너들에게 증가하는 조류에 동참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런 와중에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의 금융 자회사 앤트그룹(전 앤트파이낸셜)이 중국 상하이와 홍콩 증시에 동시 상장을 추진한다. 오랜 기간 앤트그룹은 미 나스닥 상장을 준비해 왔지만 미중 갈등이 심해지면서 사실상 미국 상장을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미 상원에서 중국 기업들의 미국 주식시장 상장 제한 법안이 통과되는 등 상장의 실효성이 없다는 판단이라는 분석이다.

미국의 제제가 기술기업에서 플랫폼 기업으로 확산되는 상황에서 앤트그룹의 미 상장 포기에는 미중 간 화폐전쟁, 특히 간편결제로 대표되는 디지털 결제산업에서도 양국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2018년 1월 트럼프 정부는 미국 송금 서비스 업체 ‘머니그램’을 인수하려던 앤트그룹(당시 앤트파이낸셜)의 계획을 불허했다. 화웨이로 양국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는 와중에 벌어진 일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당시 동남아 지역을 중심으로 결제 인프라를 공격적으로 확산해나가던 앤트그룹에 대한 견제도 일정 부분 작용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동남아 지역에서 국경을 건너선 간편결제 인프라 구축은 사실 앤트그룹의 ‘알리페이’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 사실이다.

‘알리페이=유커’(중국인 관광객)이라는 등식이 성립하면서 동남아는 물론 유럽 등지에서도 알리페이 간편결제를 결제 인프라 중 하나로 채택하는 나라가 늘어났다. 유커의 강력한 구매력을 유치시키기 위해선 그들이 편한 결제 방식, 서비스를 활용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알리페이는 국내 결제기업의 해외 진출에도 도움이 된다. 알리페이를 자사 결제 서비스에 안착시키면 자연스럽게 알리페이가 진출해 있는 나라에도 서비스가 가능하다. 카카오페이 등이 이런 방식으로 동남아 지역에 진출했다. 이른바 알리페이의 결제 인프라를 활용해 해외에 진출하는 방식이다.

알리페이는 간편결제의 한 방식이지만 화폐 주도권에 대한 갈등요인을 내포하고 있다. 알리페이의 기축통화는 ‘위완화’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우리나라 간편결제 서비스로 원화로 알리페이를 통해 결제하더라도 중간에 정산을 처리하는 PG(결제대행)사는 알리페이측에 위완화로 송금한다. 일부 PG사들은 유보금으로 위완화를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도 알려진다.

위안화 기반 경상거래가 증가하면 달러의 가치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특정 국가에 대한 달러화의 영향력도 줄어들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지위유지를 원하는 미국의 이익에 반하는 움직임이라는 점에서 갈등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

아직 알리페이에 대해 사용을 제한하는 등의 움직임은 없다. 다만 과거 베트남이 자국 내에서의 알리페이 사용을 금지시킨 사례가 있는 것처럼 2016년 미국에 진출한 알리페이에 대해 미 정부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가 관심이다.

다만 미국의 클린 네트워크 프로그램은 광범위한 제제조치를 담고 있어 실제 알리페이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알리바바 클라우드로의 정보 전송 등을 제한한다는 내용이 이번 프로그램에 담겼는데 알리페이는 알리바바 클라우드에서 운영되고 있기도 하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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