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밀당’일까? 현대HCN 우선협상대상자 발표가 다음 주로 미뤄졌다. 유력한 우선협상대상자로 물망에 올랐던 KT스카이라이프는 초조한 모습이다. 강력한 인수 라이벌인 SK텔레콤의 막판 뒤집기 가능성도 떠오른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HCN은 다음 주 중으로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를 발표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날짜는 27일이나 28일이 지목된다. 원래는 23일 늦어도 24일 내에 대상자를 밝힐 것으로 예상됐으나 다소 지연된 상황이다.
앞서 지난 15일 오후 2시 마감된 현대HCN 본입찰에는 SK텔레콤 LG유플러스와 함께 위성방송인 KT스카이라이프가 참여했다. 현대HCN은 이 가운데 가장 좋은 조건을 제시한 업체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매각 본협상을 진행하게 된다. 우선협상대상자라고 해서 반드시 최종낙찰자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는 유리한 고지를 먼저 점할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HCN은 사실상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했지만 공시 직전에 발표를 미루기로 결정했다. 내부적으로 추가 검토에 돌입했다는 전언이다. 갑작스러운 연기에 유료방송업계 안팎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일각에선 지금까지 현대HCN 인수를 둘러싸고 SK텔레콤과 KT스카이라이프의 2파전 양상이었던 만큼 막판 물밑 경쟁이 커진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당초 현대HCN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제일 유력했던 곳은 KT스카이라이프다. 실제로 인수 후보 가운데 가장 높은 인수가를 적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위성방송의 독자생존을 도모하는 KT스카이라이프는 현재 가장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그마저 현대백화점그룹이 생각하는 매각가엔 못 미친다. 그룹이 원하는 가격은 최소 6500억원 이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SK텔레콤이 마지막에 또 다른 카드를 제시했을 가능성도 떠오른다. 물론 SK텔레콤의 경우 최소비용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앞서 SK텔레콤은 태광그룹과 티브로드 합병계약을 체결했을 당시에도 현금거래가 아닌 주식교환 방식을 선택했다. 이번 현대HCN 인수전에서도 같은 그룹 계열사 SKC의 자회사인 SK바이오랜드를 현대 측에 매각하는 방안이 거론됐었다.
KT스카이라이프가 위성방송으로서 가지는 공공성 가치와 규제 불확실성이 현대백화점그룹 측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정부와 국회에서 위성방송의 공적 책무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기 때문. 이미 인터넷TV(IPTV)와 위성방송을 보유한 KT가 추가로 케이블TV까지 인수하게 되면 유료방송 플랫폼을 장악할 수 있다는 우려도 꾸준히 제기되는 대목이다.
다만 최근 들어 정부에서도 유료방송의 급변하는 시장환경과 어려움을 감안, 인수합병(M&A) 심사를 신속하게 진행하겠다고 약속한 만큼 큰 무리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탓에 KT도 자회사인 KT스카이라이프와 강하게 선을 긋고 있다. 구현모 KT 대표는 KT스카이라이프의 현대HCN 인수 추진에 대해 그룹 차원의 자금 조달은 없을 것이라는 점을 시사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도 여전히 KT스카이라이프가 우선협상대상자가 될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일단 우선협상대상자가 정해지면 약속된 기간에는 배타적인 협상권이 주어지기 때문에 최종 협상까지 주도권이 완전히 넘어가게 된다. 이 때문에 현대HCN도 ‘숨 고르기’가 필요할 것이란 시각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은 내년 1분기를 매각 완료 목표로 삼고 있어 더 시간을 끌기도 어렵다.
업계 한 관계자는 “KT스카이라이프가 가장 큰 금액을 제시했다면 당연히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될 가능성이 크겠지만 현대백화점그룹이 현대HCN의 시장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점, 기업 입장에서 규제를 비롯한 여러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점 등을 비춰볼 때 쉽게 결정을 내리기는 힘들 것”이라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