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세일즈포스가 마침내 오라클의 시가총액을 넘어섰다. 지난 10일(미국시간) 기준 세일즈포스의 시가총액은 1790억달러(한화로 약 216조원)을 기록하며 오라클(1760억달러)를 앞질렀다. 물론 매출은 오라클이 세일즈포스에 비해 2배 이상 높다. 올해 들어 세일즈포스의 주가는 23% 상승한 반면, 오라클은 9%에 그쳤다.
클라우드 소프트웨어로 시작한 기업이 40년 이상된 거대 소프트웨어 기업의 시총을 추월했다는 점에서 클라우드 시대에 상징적인 모습이라는 평가다.
2004년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한 세일즈포스는 클라우드 시대의 포문을 연 대표적인 기업이다. 최근 발표한 2020회계년도(2019년2월~2020년1월) 매출은 전년 대비 29% 증가한 171억달러를 기록했으며, 2021 회계연도 매출 목표치도 기존 210억달러에서 211억달러로 상향 조정하는 등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더욱 주목되는 것은 오라클과 세일즈포스의 오랜 인연이다. 대학 졸업 후 오라클에 스카웃된 마크 베니오프 세일즈포스 창업자는 래리 앨리슨 오라클 회장이 가장 총애하던 직원 중 하나였다. 베니오프 역시 앨리슨 회장을 멘토로 삼았다. 입사 3년 차인 26세에 오라클 역대 최연소 부사장으로 승진할 만큼 역량을 인정받았지만, 인도여행 후 세일즈포스 창업을 결정했다.
1999년 소프트웨어(SW) 구매와 사용이 아마존에서 책을 주문하는 것만큼 쉬워야 한다는 비전을 갖고 세일즈포스를 창업한 그는 클라우드 기반 SW,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시장을 이끌고 있다. 성장을 거듭한 세일즈포스는 전세계에서 가장 빨리 성장한 5대 SW 기업이 됐고, 고객관계관리(CRM) 분야에선 굳건한 1위 업체로 거듭났다. 아이러니하게도 앨리슨 회장은 세일즈포스의 초기 투자자였다.
하지만 그동안 두 회사의 사이는 매우 좋지 않았다. CRM, ERP 등 주요 사업영역에서의 경쟁이 심해지고 오라클이 클라우드 시장에 본격 진입하면서 엘리슨 회장과 베니오프 회장은 공개적으로 상대를 비난하며 설전을 벌여왔다.
단적인 예로 오라클 측은 2011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오라클 오픈월드 2011’에서 마크 베니오프 세일즈포스 회장의 강연일정을 일방적으로 취소하기도 했다. 이후 양사는 서로의 제품을 통합하는 등 파트너십을 맺기도 했지만, 여전히 앙숙관계로 남아있다.
한편 지난 2007년 국내에 진출한 세일즈포스는 지난해 초 한국지사를 공식 설립하고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아모레퍼시픽, 두산인프라코어 등 굵직한 기업을 고객사로 확보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