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안나기자] 인쇄물을 출력할 때 쓰는 프린터와 회의·발표 때 사용되는 프로젝터는 대표적인 사무기기로 꼽힌다. 그러나 최근엔 사무실 밖에서도 관련 기기들을 발견하는 사례가 증가했다. 예술계 종사자들, 즉 디자이너·작가들도 관련 기기들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들은 프린터의 독특한 색감과 질감 혹은 프로젝터 광원을 활용해 작품들을 제작하고 전시한다. 사무실에서의 활용도가 점차 낮아지고 있는 기기들이 전통적인 문서 인쇄 시장에서 예술 및 디자인 분야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12일 한국엡손·리소코리아 등 사무기기업체들에 따르면 고광량 프로젝터나 디지털 공판인쇄기를 찾는 디자이너들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입을 모았다. 한국 엡손은 고광량 레이저 프로젝터를 활용한 작품 전시 진행을 준비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엔 사비나 미술관과 연계해 고광량 프로젝터와 대형 프린트를 통해 멸종위기 동물들의 모습을 작품으로 보여주는 미디어 파사드를 진행한 바 있다. 미디어 파사드는 미디어와 건물 외벽을 뜻하는 파사드의 합성어다. 프로젝션 맵핑 기술을 활용해 건물 외벽에 다양한 콘텐츠를 투사하는 영상 퍼포먼스를 의미한다.
‘축제’는 사비나 미술관 건물 형태 자체를 이용한 작품이다. 미술관 벽면에 고광량 레이저 프로젝터 EB-L25000U와 프로젝션 맵핑 기술로 ‘자연과 인간의 공존에 대한 화합의 메시지’를 표현했다. 해당 프로젝터는 2만5000루멘(lm) 밝기로, 가로등과 네온사인 등 빛이 많은 도심에서도 선명한 화면을 구현할 수 있다. 최대 2만 시간 동안 램프 교환 없이 사용할 수 있다. 이외 3개 프로젝터를 합쳐 전시장 벽면을 가득 채우는 14미터(m) 규모 대형 영상 퍼포먼스도 가능했다.
엡손 관계자는 "엡손 고광량 프로젝터는 뛰어난 '색재현력'과 오랜시간 잔 고장없이 사용할수 있는 '내구성' 덕분에 최근 문화예술분야에서 많이 찾는다"라며 "미술관 내에서 작품을 감상하던 것을 넘어 건물 외벽을 작풍화 시키는 미디어 파사드를 시도하는 작가들이 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회사명을 따 하나의 프린팅을 예술 기법으로 승화시킨 사례도 있다. 리소코리아 디지털 공판인쇄기 ‘리소그라프’를 통해 작품활동하는 작가들을 리소그라프 작가라고 부른다. 리소그라프는 리소과학공업주식회사 본사에서 개발한 실크스크린 방식 디지털 공판인쇄기다.
이 기기는 일반적인 석유소재가 아닌 쌀겨 오일·소이(soy)잉크를 사용한다. 뚜렷한 색감을 표현하면서 다양한 색상 잉크를 여러번 겹처 찍는 ‘오버프린트’작업이 가능하다. 동시에 빈티지한 느낌을 낼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학교에서 가정통신문을 제작하는데 주로 쓰이던 이 기기는 ‘뉴트로’ 열풍이 불면서 젊은 아티스트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코우너스’와 같은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나 대학의 디자인 관련 학과에선 리소그라프를 이용한 책·포스터·일러스트레이션 프린트 등 다양한 작품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연옥 작가는 국내 손꼽히는 리소그라프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리소코리아 조의성 부사장은 “리소코리아는 ‘리소그라프’ 프린팅은 국내 디자인 업계에서 ‘뉴트로’ 열풍과 함께 주목받고 있으며, 재능 있는 젊은 작가와 스튜디오를 통해 점차 대중들의 관심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