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기사는 디지털데일리가 7월1일자로 발간한 <디지털금융 혁신과 도전, 2020년판>에 수록된 내용중 일부를 게재한 것으로, 편집사정상 일부 내용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인터뷰] 우리FIS 이동연 대표
“갑자기 찾아온 언택트 시대, 오히려 기회다”
“비대면 시대 IT가치 더욱 중요, 무결점 IT 운영에 최선”
“앞으로 세상은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로 나뉠 겁니다. 언택트 시대, 금융산업은 아마 더 빨리 위기가 찾아올 것이라고 봅니다. 다만 제대로 디지털혁신을 준비했다면 오히려 언택트는 위기가 아니라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금융그룹의 IT를 총괄 지원하고 있는 우리에프아이에스(FIS)의 이동연 대표(사진)는 본지와의 인터뷰 내내 ‘언택트 시대,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전략에 대해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이는 우리금융그룹의 얘기이기도 하지만 국내 금융권 전체를 포괄하는 주제이기도 하다.
‘비대면 디지털화’가 화두가 된 금융산업에서 IT의 역할은 왜 더 중요해 졌는가, 또 금융권의 디지털 혁신은 어디를 향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대해 40년간 은행에 몸담아온 뱅커의 입장에서 진솔하면서도 예리하게 하나 하나씩 짚어나갔다.
“사실 디지털 혁명이란 말이 나온지는 이미 30년 됐는데, 이제 그 시기가 정말로 온 것 같습니다. 장자(莊子)의 호접몽(胡蝶夢) 일화에 내가 나비인지, 나비가 쳐다보는 내가 나인지 모르겠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지금 상황과 비슷하다고 봅니다. 우리가 꿈을 꾸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예정됐던 그 시대가 마침내 찾아온 것인지, 어쨌든 굉장히 흥미로운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이 대표는 디지털 전환 속도가 빛처럼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지금 상황이 비현실적, 몽환적으로 보이겠지만 분명한 ‘실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이전에도 중요했지만 IT의 역할은 이제 훨씬 더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나는 꿈이라는 말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무엇이든 상상할 수 있기 때문이죠. IT는 상상하고, 생각하는 것을 실제로 구현해주는 치명적인 매력이 있습니다. 우리FIS 직원들뿐만 아니라 국내 금융권 IT업무에 종사하는 관계자들과 깊게 공감하고 싶은 주제입니다.”
이 대표는 고객과의 접점을 디지털로 전환시키고 있는 금융권에 있어 이같은 ‘상상력’은 매우 중요한 가치라는 점을 강조했다.
◆풍부한 상상력이 가져온 놀라운 성과… 100일 넘는 전산 무장애 신기록
실제로 이동연 대표는 IT부서 출신이 아니기 때문에 ‘비 IT전문가’ 그룹으로 분류되지만 우리FIS 대표에 부임한뒤 1년6개월 동안 기존 IT의 고정관념을 뛰어넘는 놀라운 상상력(?)을 발휘해 은행권을 놀라게 했다.
그 대표적인 것이 ‘클린로드 90 캠페인’이다. 90일 동안 우리은행 전산장애를 단 한건도 허락하지 않는 무결점 IT운영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게 이 캠페인의 핵심.
오픈 환경으로 전환된 전산시스템 환경에서 서버 등 IT 자원이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났고, 또 디지털화가 확대되면서 온라인 기반의 업무 의존도가 대폭 늘어난 상황을 감안했을 때 90일간 전산장애 제로(0) 도전은 사실 무모한 도전에 가까웠다.
그러나 우리FIS는 90일을 훌쩍 뛰어넘어 101일간 무결점 운영을 지속했다. 장애가 발생하기 이전에 미리 장애발생 요인을 찾아내 위험 인자를 선제적으로 제거했기 때문에 이같은 결과가 가능했다. 이같은 노력 덕분에 우리은행의 전산시스템은 지난해 추석 이후부터 현재까지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안정적 서비스 단계로 올라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금융그룹은 지난해 4월, 경영진 인사를 통해 국내 은행권에서 유일하게 그룹 계열 IT자회사 대표에게 우리은행 CIO까지 겸직시키는 파격적인 인사를 단행했다. 우리은행과 우리FIS간의 IT효율을 즉각적으로 달성하기위한 비상 조치였는데, 이동연 대표는 그 중책을 1년간 맡아 성공적으로 수행, 정상화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금융업의 본질은 ‘신뢰’… “디지털‧언택트 시대, IT 역할 더욱 중요”
국내 금융권에선 비대면 디지털화로 인해 업무의 IT 의존도가 워낙 확대되다보니 ‘고객에게 치명적인 불편을 끼치는 경우가 아닌 소소한 장애는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알게 모르게 커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 대표는 이러한 시각을 크게 경계하고 있다. 금융업의 본질은 다시 ‘신뢰’(Trust)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특히 비대면, 디지털화로 확대로 인해 결코 놓치지 말아야 할 핵심 가치는 전산시스템의 안정성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우리FIS에 부임하기 전에는 전산 장애라는 말이 IT담당자들에게 그렇게 끔찍한 말인줄 몰랐다”며 솔직한 소회를 밝혔다.
이와관련 이 대표는 ‘클린로드 90 캠페인’은 우리FIS 직원들이 가진 트라우마를 극복하기위한 차원에서도 의미있는 시도였다고 공개했다. 사실 처음에 이 대표는 ‘클린로드 30 캠페인’을 계획했었다. 그런데 직원들이 부담을 느끼자 이 대표는 오히려 90일로 확대해 스스로를 시험대에 올렸다.
앞서 우리FIS는 우리은행 차세대시스템 가동 이후 시행착오를 경험한 바 있다. 이 대표는 “전산장애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즉 완벽하게 안정적인 전산시스템 운영체계를 구현하는 것만이 이를 극복하는 유일한 방법이었다”고 밝혔다. 트라우마는 트라우마로 극복하겠다는 전략이었다. 앞으로도 우리은행을 비롯한 우리금융그룹 계열사들의 무결점 IT운영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우리FIS의 클린로드 캠페인은 계속된다.
지난 2월, 이동연 대표는 우리은행 차기행장을 뽑는 최종 후보 3인에 올라, 금융권의 큰 주목을 끌었다. 쟁쟁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IT자회사인 우리FIS의 대표가 최종 결선후보에 올랐다는 것이 상징하는 의미가 매우 컸기 때문이다. 우리금융그룹의 디지털 전략, IT에 대한 강한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
이 대표는 “면접 당시 우리금융지주사 이사회로 구성된 심사위원들에게 IT가 가진 중요성을 폭넓게 설명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대해 매우 만족한다”고 말했다. 우리금융그룹 구성원들 모두가 디지털 혁신, 또 그것을 구현하는 IT의 가치를 공감한다면 언택트 시대에서도 분명히 금융시장을 선도하는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란 믿음이다.
우리금융그룹은 지난 5월17일, 손태승 회장이 위원장을 맡고 범 그룹 차원의 '디지털혁신위원회'를 구축하고, 10개 디지털 혁신과제를 선정하는 등 디지털전략을 더욱 강화했다. 혁신위원단에는 이동연 대표를 포함해 그룹 계열사의 CEO가 포진했다. 동시에 그룹사의 젊고 혁신적인 직원들로 구성된 ‘블루팀(BLUE Team)’을 참여시켰다.
◆큰 그림속에 숨은 디테일, “직원이 혁신의 힘”
지난 3월 중순, 코로나19가 한창일 당시 서울 모 보험사의 콜센터에서 확진자가 집단으로 발생했다. 당시 금융권에선 팬데믹에 대응하기 위한 업무 조직을 재편했고, IT부문도 예외가 아니었다. 우리FIS는 이미 2월부터 업무 조직을 분산시켜 별도로 근무시키고, 또 최악의 경우에는 재택근무까지도 고려한 시나리오를 마련했다. 우리FIS는 재택근무에 필요한 보안 네트워크 등 IT지원 인프라까지 준비를 모두 마쳤다.
그러나 이 대표에는 한가지 고민이 아직 남아 있다. 다름 아닌 재택근무를 하는 직원들에게 노동의 가치를 새롭게 정립해주는 것이다.
이 대표는 “재택근무를 위한 IT시스템을 갖추는 것은 사실 크게 어려운 문제는 아니다”며 “정말로 중요한 것은 재택근무 시에도 철저하게 직원들이 본인의 업무를 수행하면서 그 가치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노동의 가치를 정립해야만 완전체가 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 대표는 코로나19가 한창일 때 재택근무 시나리오를 구상하면서 ‘통제구역’ ‘관계자외 출입금지’와 같은 팻말도 지급할 것을 고려했다. 비록 아무도 보지 않더라도 긴장감을 같고 각자 임무에 충실해주기를 바라는 차원에서 준비한 것이다. 언택트 시대에 대응하자는 구호도 필요하지만 보이지 않는 세심한 디테일을 찾아내 준비하는 것도 동시에 중요하다.
이 대표는 “장강의 앞물은 뒷물에 의해 도도하게 밀려나듯 디지털과 언택트 시대는 앞으로 그렇게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라며 “지금은 조그만 틈으로 미래를 보고 있지만 미래에 펼쳐질 세상에 너무 가슴이 뛴다”고 말했다.
실제로 우리금융그룹이 디지털혁신위원회를 발표하면서 제시한 새로운 디지털 비전은 ‘더 나은 삶을 위한 디지털'(Digital for Better Life)’이다. 일시적 트렌드가 아닌 ‘넥스트 노멀’로써 제시한 지향점이다. 이 대표가 인터뷰 내내 강조했던 방향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