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편성과 관련해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가 아닌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추후 SO와 PP간 채널 분쟁의 선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방법원 제21민사부는 지난달 30일 티캐스트의 LG헬로비전 송출중단 금지 가처분신청을 기각했다.
티캐스트는 E채널·스크린·드라마큐브·씨네프·폭스(FOX) 등 채널을 운영하는 복수 방송사용채널사업자(MPP)다. LG헬로비전은 씨네프·폭스 등 티캐스트의 2개 채널을 종료할 방침이다. 씨네프는 이번 채널개편을 통해 완전히 종료된다. 다만 폭스의 경우 재계약을 위해 추가 협의를 남겨놓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채널들은 LG헬로비전의 채널평가에서 기준미달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LG헬로비전이 채널 종료를 통보했고 티캐스트가 이에 불복, 지난달 19일 가처분 신청서를 접수하고 소송을 진행해왔으나 재판부는 LG헬로비전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 판결은 플랫폼 사업자인 SO와 방송채널을 제공하는 PP 사이에 자주 불거지는 채널계약 분쟁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채널편성과 관련해 SO에 힘을 실어준 결정이다. 그동안 일부 PP 사업자들은 대형 SO 사업자가 플랫폼 지위를 이용해 일방적으로 채널을 제외시키거나 부당한 채널계약을 압박하고 있다고 지적해왔다.
반면 SO 사업자들은 정부가 지정한 절차에 따라 채널개편을 진행하는 것임에도 일부 PP가 평가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고 과도한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고 호소한다. 이미 정부 가이드라인과 준수 규정에 따른 PP 보호 장치가 충분히 마련돼 있기 때문에 이 틀 안에서 SO들의 편성권을 어느 정도 인정해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SO가 특정 PP를 제외할 때 정확한 산정 결과를 공개하도록 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규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정당한 사유 없이 채널편성을 변경하는 것’이 SO의 금지행위로 규정돼 있다. 시청률 및 광고기여도 등을 반영해 채널 편성 투명성을 높이자는 취지다.
케이블업계 한 관계자는 “SO들이 몸집이 커지면서 불공정하게 채널을 빼는 일이 없도록 정부가 주시하고 있지만 사실 ‘불공정’의 범위를 어디까지 볼 것이냐에 대해 SO와 PP간 시각차가 있다”면서 “SO는 어디까지나 채널평가 프로세스대로 했다는 입장이고, PP는 나름대로 매출 부진과 시장 침체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PP업계에서는 반발이 예상된다. 그간 PP 사업자들은 정부의 채널계약 가이드라인이 실효성이 부족하다고 주장해왔다. 이번 티캐스트 사례에서 사법부가 SO 손을 들어줌에 따라 가이드라인 법제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채널편성권은 플랫폼에 있지만 PP 입장에선 갑질로 보일 수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