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저가 스마트폰 라인업이 크게 늘면서 ‘공짜폰’을 넘어선 ‘차비폰’의 온상이 됐다. 일부 유통망에서는 40만원대 고액 차비(페이백)까지 쥐어주면서 가입자를 유인하고 있다. 최소 60~70만원 불법보조금이 있어야 가능한 금액이다.
22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최근 일부 온·오프라인 휴대폰 유통채널에서 작년 하반기 모델 삼성전자 갤럭시A90 5G부터 최신작 갤럭시A31·51, LG전자 Q51·61 등 보급형 스마트폰에 보조금을 풀고 있다. 공짜폰을 넘어 마이너스폰이 수두룩한 상황이다.
특히 갤럭시A90의 경우 30~40만원대까지 페이백이 형성돼 있다. 이달 초만 해도 10~20만원이었던 페이백 수준이 몇 주 만에 2배로 올랐다. 통신사들이 공시지원금을 늘리고 매장에 판매장려금(리베이트)까지 추가하면서 집중 타깃이 된 것으로 보인다.
갤럭시A90은 작년 9월 출고가 89만9800원으로 출시됐다가 현재 69만9600원까지 가격이 내려간 상태다. 지난달을 기점으로 통신사 공시지원금도 KT 50만원 LG유플러스 30만원 SK텔레콤 26만원 순으로 올랐다. 지원금을 제외하면 19만원~43만원대로, 판매자들이 얹어주는 차비까지 감안하면 60~70만원 불법보조금이 실리는 셈이다.
갤럭시A90만큼은 아니지만 갤럭시A51이나 LG Q51 등도 5만원에서 많게는 20만원대까지 페이백이 지급되고 있다. 갤럭시S10 5G 등 구형 프리미엄폰도 5~10만원 사이로 차비를 주는 곳이 적지 않다. 마찬가지로 재고 소진을 위해 올해 초 출고가가 인하된 데다 공시지원금도 상향되면서 대대적으로 가입자를 유치하고 있다.
물론 페이백을 받는 대부분의 경우에는 적게는 8만원대부터 많게는 10만원이 넘는 고가 요금제를 가입해야 한다. 또는 통신사별로 구독형 상품이나 부가서비스 가입을 권하기도 한다. 일부 판매자들은 일정 기간 이용 후 요금제나 서비스를 해지하면 된다고 말하고 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거나 페이백 약속마저 어기는 경우가 많다.
다음 달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의 과징금 제재를 앞두고 있지만 일부 유통망의 보조금 대란은 쉬이 가라앉지 않는 모습이다. 방통위는 작년 4월 5G 상용화 직후 벌어진 통신사들의 불법보조금 살포에 대해 조사를 진행했으며 내달 중 제재 수위를 정할 예정이다. 하지만 물밑 보조금 대란이 여전한 상황에 유명무실하단 지적이 나온다.
통신사들도 이른바 온라인 ‘성지’를 집중 감시하는 등 모니터링 강화에 나섰지만 실효성은 물음표다. 통신3사가 주도하는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는 지난 19일 ‘온라인 자율정화 협의체’를 구성하고 온라인상에서의 초과 지원금 지급과 허위과장광고 등 불·편법행위를 집중 단속하겠다고 밝혔으나 사실상 강제력은 크게 없는 형편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원래는 고객에게 주는 차비 규모가 몇 만원꼴이었지만 갈수록 금액이 커지고 있다”면서 “20만원대 페이백도 많은 편이었는데 40만원이 넘는 일은 원래 잘 없었다”고 전했다. 이어 “특히 요즘에는 코로나19 탓에 매출이 워낙 안 좋다 보니 손해를 감수하고 죽기 살기로 보조금을 푸는 판매자들도 없지 않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