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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부메랑’으로 돌아온 화웨이 제재

-”5G까지 놓친다“ 美, 화웨이 거래금지 규정 일부 완화
-SA, 화웨이 제재로 미국 반도체업계 8조원 이상 손실 예상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미국이 화웨이 봉쇄령을 일부 완화했다. 미국이 한풀 꺾였다. 그동안 우려했던 일이 결국 벌어졌다. 중국을 잡기 위해 화웨이 발목을 잡았지만, 미국기업마저 타격을 받았다.

중국 기술굴기를 막으려 화웨이 5G부터 반도체까지 제재에 나섰는데, 오히려 미국 반도체 산업은 약 8조5000억원에 가까운 피해를 입고 5G 주도권마저 놓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감돈다. 화웨이를 때리던 미국의 채찍이 부메랑처럼 돌아오고 있다.

◆5G 표준논의서 배제된 미국, 화웨이 협력 허용=17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은 화웨이와 거래하는 미국기업이 5G 네트워크 국제표준 구축과 관련해 협력할 수 있도록 허용할 방침이다. 미국 상무부와 관련 기관들은 이같은 규칙변경에 서명하고, 연방관보에 공표할 예정이다.

미국은 지난해 5월 화웨이를 거래제한 기업목록에 올리고, 지난달 반도체시장까지 확대해 화웨이 제재 수위를 높인 바 있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가 예상과 달리 미국 산업 성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일례로 5G만 살펴봐도 화웨이와 기술표준을 주도하고 있는데, 거래를 금지하다 보니 도리어 미국이 표준논의에서 배제될 수밖에 없게 됐다.

실제로, 화웨이가 참석하는 산업표준기구에 미국이 참석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미국정부 방침에 따라 화웨이와 거리를 둬야 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화웨이가 5G 핵심 특허를 상당수 보유하고 있는 만큼 미국은 화웨이에 특허료를 지불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다. 국제 5G표준을 주도하지 못할 뿐 아니라 특허료까지 내야 하는 상황에 처한 미국은 화웨이와 5G 표준활동을 협력할 수 있도록 제재를 완화하게 된 것이다.

미국 기술조사업체 그레이비서비스와 데이터조사업체 앰플리파이드가 5G 표준기술특허(SEP)와 관련해 공동조사한 결과, 화웨이는 302건으로 가장 많은 SEP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삼성 256건, LG 228건, 노키아 202건, 퀄컴 191건, 에릭슨 152건 순이다. SEP란 특정 사업에 채택된 표준기술을 구현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기술 특허다.

아울러, SA가 13개 기업을 대상으로 3GPP(이동통신표준화기술협력기구) 5G 표준 기여도를 분석한 결과, 화웨이가 10점 만점 중 9.6점으로 1위를 기록했다. 화웨이 제재에 따른 나비효과는 5G 시장에도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SA는 전세계 5G 표준을 정립하는 3GPP 핵심 회원인 화웨이가 장비를 제공할 수 없으면 5G 인프라를 구축해야 하는 통신사 계획에 차질을 입을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화웨이 제재, 미 반도체 업계 70억달러 사업 손실 예측=이와 함께 화웨이 제재에 따라 미국 반도체 업계는 70억달러, 한화로 약 8조5000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입을 수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미국 반도체 업체에게 화웨이는 큰 손이다. SA는 브로드컴 연 매출에서 화웨이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8.7%, 20억달러며, 인텔은 최소 15억달러 데이터센터칩을 매년 화웨이에 판매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화웨이가 전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크다. 화웨이는 매년 200억달러 이상 반도체를 구매하는 데, 이는 전체의 약 5%에 이른다. 화웨이 구매 감소는 곧 미국을 포함한 반도체 기업들의 매출 하락으로 이어진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은 최근 미‧중 무역전쟁 확대로 세계 반도체 수요가 약 40% 쪼그라들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런 이유로 록히드 마틴, 아마존, 애플, 3M, 포드자동차 등의 기업을 대표하는 무역단체에서 미국의 광범위한 규정을 수정하라는 요구를 트럼프 정부에 제기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영국 로얄메일서비스를 이용해 제품을 운송하는 미국기업 런던 지사는 영국 우체국 통신 설비를 담당하는 기업이 시스템 내부에 화웨이 네트워크 장비를 사용할 수 있다는 이유로 제재를 받을 수 있다. 기업이 사용하는 여러 부품 중 일부 구성이 화웨이 장비더라도 이를 쉽게 알기 어려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국 로펌 코빙턴앤벌링 사만다 클라크 변호사는 ”화웨이 시스템은 중국과 유럽, 아프리카 일대에서 매우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다“며 ”일부 기업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미국 정부에 제품을 판매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자신이 미 정부의 조달망에 얼마나 관여돼 있는지 알지 못한다“고 전했다.

<최민지 기자>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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