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미국의 화웨이 제재가 결국 자국의 정보기술(IT) 산업에 피해를 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는 최근 ‘수출 통제: 미국의 다른 국가에 대한 안보 위협’ 보고서에서 중국으로의 수출 길을 차단하려는 트럼프 행정부가 막대한 경제 비용을 치르고 무역 및 외교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평가했다.
채드 브라운 선임연구원은 보고서에서 “미국 행정부의 수출 통제 조치는 미국 기업과 중국 바이어 간의 단절이란 비용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실제 화웨이가 다른 운영체제(OS)를 선택할 경우 구글 안드로이드가 타격을 입고 ZTE가 미국 기술 구매를 중단할 수 있다고 시장에 알려지면서 퀄컴 주가가 하락했다.
보고서는 중국 기업에게 기술과 부품을 납품하던 미국 회사들 에게도 큰 위협이 된다고 경고했다. 이미 화웨이 등 중국 기업들은 다른 국가에서 기술 부품을 공급받는 방안을 찾고 있다. 만약 화웨이가 미국 기술 사용을 중단하면 화웨이에 OS를 공급하던 구글이나 미국 반도체 기업이 주요 시장을 잃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미국이 반도체와 소프트웨어 등 기술 거래에 제재를 가하면서 중국 정부는 오히려 산업정책을 더 공격적으로 끌고 갈 명분을 얻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중국은 이미 반도체 산업에 대한 국가 지원을 늘리는 한편 주요 첨단산업에 대해 자국내 조달을 골자로 한 공급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보스턴컨설팅그룹 역시 미국의 무역 제재가 미국 반도체 리더십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지난 4월 ‘중국과의 무역 제한이 반도체 시장에서 미국 리더십을 어떻게 종식시키는가’ 보고서에서 양국 간 긴장 고조로 미국 반도체 기업의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미국이 수출 제한 기업 명단을 유지한다면 미국 반도체 기업들은 향후 3~5년내 시장점유율이 8%p 하락하고 매출이 16% 감소될 것으로 분석했다. 이로 인해 최대 4만명의 일자리도 없어질 수 있다. 만약 중국이 기술 독립에 성공하면 이들의 시장점유율(18%p) 및 매출(37%) 낙폭은 더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화웨이에 대한 반도체 수출 규제는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 기업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중국이 반도체 기술 고도화에 성공해 다른 공급처를 찾을 수도 있기 때문. 업계에 따르면 작년 화웨이가 국내 기업으로부터 사들인 부품 구매액은 약 13조원 규모에 달한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중 약 90%를 차지한다.
한편, 옥스포드 이코노믹스는 올해 초 미국 프랑스 독일 등 전 세계 8개 주요 시장에서의 5G 네트워크 장비 공급 제한에 따른 잠재적 비용을 연구한 보고서를 발간, 5G 네트워크 시장에서 화웨이를 배제하면 5G 투자 비용이 최대 29% 증가하고, 국민총생산(GDP)이 최대 630억달러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