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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빅뱅③] 거실TV 대신 안방OTT…“주도권을 잡아라”

미디어 시장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방송 플랫폼, 콘텐츠 시장의 전통적 강자 케이블TV와 지상파 방송은 서서히 힘을 잃고 IPTV와 다양한 PP들이 그 자리를 대체해 가고 있다. 또한 구글 유튜브, 넷플릭스의 급성장으로 미디어 콘텐츠 소비방식도 개인화된 모습으로 바뀌고 있다. <디지털데일리>는 급변하는 미디어 시장을 분석하고 주요 플레이어들의 전략을 분석해 본다. <편집자 주>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글로벌 미디어 시장의 신흥강자는 단연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다. 전통적인 매체를 위협하는 또 다른 주류로 자리잡았다. 이제는 집에서 TV 대신 OTT를 보는 것이 놀랍지 않다. 정해진 방송 시간보다 아무 때나 원하는 콘텐츠를 보는 것이 대세다.

그만큼 신흥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글로벌 경쟁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초반에는 넷플릭스가 나홀로 독주했다면 지금은 디즈니 컴캐스트 등 쟁쟁한 기업들이 잇따라 시장을 넘보고 있다. 한국의 웨이브 티빙 시즌 등 로컬 OTT들까지 더하면 그야말로 춘추전국시대다.

25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OTT 시장 규모는 올해 1100억달러(136조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930억달러(115조원)보다 20% 가까이 증가한 숫자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은 오는 2022년에는 그보다 30% 늘어난 1410억달러(174조7000억원) 시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처럼 OTT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한 데에는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콘텐츠 전략이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넷플릭스 모델이 성공하자 너도나도 오리지널 전략을 모방하며 콘텐츠에 막대한 투자액을 쏟아붓기 시작했다. 덕분에 이용자들은 양질의 콘텐츠를 즐겨볼 수 있게 됐지만 동시에 OTT 시장은 플랫폼 공룡들의 규모의 경제로 흘러가는 모습이다.

DVD 대여 사업으로 출발해 구독형 OTT 바람을 몰고 온 넷플릭스는 올해 1분기말 기준 글로벌 가입자 1억8800만명을 보유한 세계 최대 OTT 업체로 군림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한 해 매출액에 버금가는 돈을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걸로 유명하다. 지난해 넷플릭스의 콘텐츠 투자 규모는 150억달러(18조2000억원)에 이른다.

오리지널 전략은 단순히 신규 가입자를 유인하는 효과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기존 가입자를 묶어둘 수 있는 장치다. 실제 OTT 시장은 가입자 충성도가 매우 낮아 장기 가입자를 확보하는 게 중요한 과제다. 미디어미래연구소에 따르면 북미 시장의 경우 매년 가입자의 5분의 1가량이 OTT 플랫폼을 변경하며, 가입 해지율도 40%대로 높을 정도다.

글로벌 사업자의 경우 넷플릭스 외에도 아마존 훌루 HBO 등이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가입자 경쟁을 치르고 있다. 전 세계 시장을 기준으로 했을 때 가장 눈에 띄는 도전자는 디즈니플러스다. 막강한 캐릭터 경쟁력과 지적재산권(IP)을 바탕으로 한 디즈니플러스는 출시 첫날 유료 가입자 1000만명을 돌파하고 최근 5400만명까지 세를 불렸다.

국내에서도 OTT 성장세가 남다르다.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에 따르면 국내 OTT 시장 규모는 매년 1000억원 이상씩 상승해 올해 7801억원이 예상된다. 지난해 국내 OTT 이용률을 보면 국민 2명 중 1명꼴인 52%에 이른다. 일주일에 한 번 이상 OTT를 시청하는 빈도도 95.5%로, 대부분이 서비스를 꾸준이 이용하고 있다.

토종 OTT들은 대체로 넷플릭스식 오리지널 전략을 투사하고 있으나 한국만의 콘텐츠 경쟁력을 잘 활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최근에는 통신사 플랫폼과 콘텐츠사업자들의 결합으로 합종연횡이 벌어지고 있다. 글로벌 플랫폼의 규모의 경제를 따라갈 수 없는 위치인 만큼 오히려 해외 사업자들과 적극적으로 제휴를 타진하는 점도 눈에 띈다.

SK텔레콤(SK브로드밴드)과 지상파 3사가 결합한 통합 OTT ‘웨이브’는 출범 첫해인 지난해 월간사용자(MAU) 270만명을 기록해 국내 1위를 지켰다. 과거 지상파 방송사 OTT 푹(POOQ) 시절 70만이었던 유료 가입자 수는 2배 이상 증가했다. 웨이브의 중장기 목표는 출범 5년 만인 2023년 유료 가입자 500만명을 돌파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웨이브는 콘텐츠에만 올해 500억원, 5년차까지 누적 3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한국과 동남아 시장을 거쳐 북미·유럽 시장 진출도 적극적으로 꾀한다. 올해에는 미국 컴캐스트의 자회사 NBC유니버셜과 콘텐츠 수출 계약을 맺었다. NBC유니버셜은 신규 OTT 피콕 출시를 앞두고 있어 향후 양사의 콘텐츠 제휴 시너지가 주목된다.

국내 원조 OTT격인 티빙은 올해 새로운 도약을 노리고 있다. 티빙을 운영하는 CJ ENM은 종합편성채널 JTBC와 ‘티빙 연합전선’을 구축한다. 지난해 9월 양사는 통합 OTT 출시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합작회사(JV) 설립 계획을 발표했다. 웨이브에 이어 제2의 통합 OTT가 출범하게 되면 국내 시장은 웨이브와 티빙 진영으로 갈리게 된다.


특히 양사는 넷플릭스와 적극적인 콘텐츠 파트너십을 맺으면서 주목받고 있다. 이는 토종 OTT로서 ‘넷플릭스 대항마’를 자처하고 있는 웨이브와 상반되는 모습이다. 스튜디오드래곤은 올해부터 3년간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오리지널 제작에 나선다. JTBC콘텐트허브 역시 넷플릭스와 20여 편의 드라마 공동 프로덕션 협업을 약속했다.

티빙 연합의 경우 또 다른 플랫폼과 협업할 가능성이 계속 떠오르고 있다. KT와 LG유플러스가 꾸준히 물망에 오른다. 특히 KT의 경우 지난해 신규 OTT 플랫폼 ‘시즌’을 출시하면서 외부 제휴를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T에 따르면 시즌은 출시 2주 만에 유료 가입자 10만명을 확보한 데 이어 4개월째 MAU 224만명을 돌파했다.

시즌의 콘텐츠 전략은 ‘개방’이다. 지상파부터 CJ·JTBC 콘텐츠까지 아우르는 콘텐츠 백화점을 표방한다. 국내외 OTT 시장이 치열한 경쟁 탓에 서로의 콘텐츠를 쉽게 내어주지 않는 형국임을 감안하면 유리한 지점이다. KT는 콘텐츠 제휴를 위해 국내 가입자 800만명에 달하는 인터넷TV(IPTV) 시장 1위 지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국내 시장의 경우 오리지널 콘텐츠의 차별성은 꼭 풀어야 할 숙제다. 이미 국내 소비자는 자본력을 갖춘 글로벌 OTT의 수준 높은 콘텐츠를 쉽게 접하게 되면서 눈높이도 높아진 상태다. 이 때문에 단일 플랫폼의 오리지널 전략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콘텐츠의 제작부터 유통까지 든든한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는 의견이다.

<권하영 기자>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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