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안나기자] 애플이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콘텐츠 제작을 위해 연이어 인수 기업을 찾아나서는 등 신산업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애플의 매출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아이폰 실적 부진이 예상되면서 장기전에 대비해 사업다각화에 매진하는 모습이다.
4일(현지시각) 정보기술(IT) 전문매체 나인투파이브맥에 따르면 애플은 미국 VR 콘텐츠 제작회사 ‘넥스트VR’ 인수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인수는 마무리 단계에 진입했으며 인수 규모는 약 1억 달러(약 1231억)에 달할 것으로 매체는 내다봤다.
넥스트VR은 VR스트림을 향상시키는 기술을 포함해 40개가 넘는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통해 고품질 스포츠 및 음악 이벤트를 VR헤드셋에 제공한다. 플레이스테이션·오큘러스·HTC, ·레노버 등 VR헤드셋을 통해 실시간 경기를 중계하거나 관련 콘텐츠를 제공해왔다.
IT매체 폰아레나는 “애플이 2014년 비츠오디오를 30억 달러에 인수하고 다음해 애플 뮤직이 시작됐다”며 “이 흐름을 넥스트VR 인수에 적용하면 2021년 ‘애플 글래시스’가 출시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애플은 2022년 AR·VR헤드셋과 전용 디스플레이를 출시하기 위해 인재 영입 및 스타트업 인수를 추진 중이다. 지난해엔 AR·VR 동영상 플랫폼 개발 전문가 밴 호프를 영입했다. 최근 애플은 영국 AR디스플레이 개발업체 ‘플렛세이’를 인수하려다 불발되기도 했다. 플렛세이가 애플이 아닌 페이스북과 독점 구매계약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IT전문매체 맥루머스는 지난달 25일(현지시간) 애플이 VR·AR 헤드셋용 컨트롤러를 내부 시험 목적으로 개발했다고 보도하며 “애플은 AR헤드셋 프로젝트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애플이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배경은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부진에서 찾을 수 있다. 한 때 아이폰은 애플 전체 매출의 70%까지 책임지던 주요 제품이었지만 최근 성장이 한계에 부딪히면서 60% 정도로 매출 비중이 계속 줄어드는 추세다. 2020년 1분기(2019년 10~12월) 실적에선 아이폰 매출 비중이 전년동기대비 7.6% 늘어난 반면, 에어팟 프로를 중심으로 한 웨어러블·홈&액세서리는 37%, 애플TV플러스, 아이클라우드 등 서비스는 16.9% 늘었다.
올해 애플은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기업 중 하나로 스마트폰 사업 실적 부진이 예고돼 있다. 애플은 지난 2월 중국 공급 차질로 약 2주간 판매에 악영향이 미친데 이어, 중국을 제외한 전세계 애플 매장이 문을 닫아 판매 부진을 겪었다. 아이폰은 2월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량 1020만 대로 전월보다 36% 감소했다.
애플의 적극적인 VR·AR 투자 행보는 IT기기 하드웨어 중심에서 콘텐츠 서비스로 장기적인 전환 체제로 전환 중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애플은 올해 출시된 아이패드 프로에도 강화된 AR기능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