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 ‘n번방’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고 있습니다. 비실명 기반 텔레그램 메신저로 성 착취 영상이 공유된 사건인데요. 최근 논란이 된 박사방은 n번방 중 하나입니다. 박사방 피해여성만 최소 74명으로 추정됩니다. 미성년자까지 포함돼 국민 여론이 들끓고 있습니다. n번방 전체로 본다면 피해여성이 훌쩍 늘어날 수 있습니다.
이번 사태로 국내에서 ‘글로벌 스탠더드(기준)’를 고수해온 다국적 기업들에 불똥이 튀고 있는데요. 글로벌 플랫폼 내 성 범죄물이 무분별하게 유통되고 n번방 사태가 언제든 터질 수 있다는 사실을 국민들이 알았기 때문입니다.
물론 플랫폼 기업의 잘못은 아닙니다. 플랫폼의 익명성을 악용한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 등 범죄 혐의자들의 잘못인데요.
그렇다고 플랫폼 기업들이 손 놓고 있어도 되는 것은 아닙니다.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한데요.
현재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영향권 아래 있는 국내 플랫폼에선 디지털 성 범죄물 유통이 쉽지 않습니다. 방심위 삭제 요청이 수시로 들어오기 때문입니다. 국내 기업들의 책임론도 불거질 수 있기에 불법 유통물에 적극 대응 중이기도 하고요.
반면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등 다국적 기업들은 예외입니다. 방심위 요청에도 플랫폼 책임론을 거론하는 외부 목소리에도 귀를 반쯤 닫고 있습니다. 구글과 트위터 등이 방심위 요청에 따라 삭제한 성 범죄물은 전체 32%, 3분의 1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의 경우 텔레그램 메신저 특성인 익명성과 국내 규제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점을 간파해 불법을 저질렀습니다.
이러한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은 정부 요청이나 경찰 수사에도 비협조적인데요. 경찰이 박사방 등 수사와 관련해 “구글·트위터·페이스북 등 글로벌 IT 기업과의 국제공조도 한층 강화한다”고 밝혔지만, 이들 기업들이 경찰 요청에 제때 자료를 제출할지가 미지수입니다.
이는 국정감사 때마다 화두가 되는 사안입니다. 구글이 자료 제출에 불응하고 ‘잘 모르겠다’로 일관하지만 국회에서도 어쩌지 못하는 상황인데요. 국내 기업들도 매해 역차별 이슈를 제기하고 있지만, 글로벌 스탠더드 앞에 번번이 무력함을 느껴야 했습니다.
그러나 박사방 등 n번방은 국민적인 공분을 일으킨 사건입니다. 청와대 청원 등 디지털 성 범죄를 단죄해야 한다는 국민 여론이 거세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당장 관련 법안을 발의하겠다는 의원도 나왔습니다.
이번 사안을 계기로 철옹성 같은 글로벌 스탠더드가 무력화될까요. 쉽진 않겠지만 여느 때보다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