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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뜰폰백과] 알뜰폰의 5G 도전, 남은 과제는?


이동통신사의 망을 도매로 사들여 재판매하는 알뜰폰 서비스가 등장한 지 10년이 지났다. 알뜰폰은 포화된 시장임에도 불구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선택약정할인, 보편요금제 추진 등 통신사들의 저가 요금제가 경쟁력을 갖추게 되면서 상대적으로 알뜰폰은 힘을 잃어가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최근 국민은행의 시장진입,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 5G 서비스 등으로 알뜰폰 시장은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고 있다. <디지털데일리>는 ‘알뜰폰 백과’ 기획을 통해 알뜰폰 시장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향후 미래를 조망해본다. <편집자 주>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알뜰폰에 5G 바람이 분다. 대형 사업자부터 중소 알뜰폰까지 줄줄이 5G 요금제를 출시하고 있다. 일단 저렴한 요금제로 눈길을 끄는 데는 성공한 모습이다. 아직은 시작 단계지만 통신사 전유물이던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것은 의미가 깊다. 물론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 5G 알뜰폰 시장이 성숙하려면 정부와 업계의 노력이 맞물려야 한다.

알뜰폰 첫 5G 요금제는 기존 플레이어가 아닌 새로운 플레이어에 의해 탄생했다. 금융과 통신의 융합혁신을 기치로 알뜰폰 시장에 진출한 KB국민은행이 1번 타자로 나섰다. 국민은행은 적자 감수까지 선언한 대형 사업자였고, 망 사업자인 LG유플러스와의 협상에도 적극적이었다. 즉, 본래 알뜰폰 시장에서 5G를 개척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는 의미도 된다.

이는 오랜 부진 탓도 있지만 사실 통신사업자의 망을 빌려 써야 하는 구조 자체의 문제가 컸다. 알뜰폰이 5G 요금제를 내려면 통신사의 5G망을 임대해야 했다. 하지만 최초 상용화 이후 한창 5G 가입자 선점에 골몰하던 통신사들은 알뜰폰에 망을 나눠주는 것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다. 물론 알뜰폰업계 내에서도 5G는 시기상조라는 시각이 대다수였다.

국민은행은 그러나 5G에 과감히 투자했다. 사상 첫 5G 알뜰폰 서비스는 ‘혁신’을 강조한 국민은행의 주요 셀링 포인트였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10월 신규 알뜰폰 브랜드 ‘리브엠’을 출범하고 2종의 5G 무제한 요금제를 내놨다. 그중 한 달 9GB 기본 데이터를 제공하는 ‘5G 라이트’ 요금제 가격은 통신사 대비 1만원가량 저렴한 4만4000원으로 책정됐다.

국민은행이 5G 알뜰폰 포문을 열었다면 LG유플러스는 중저가 5G 요금제 신호탄을 쐈다. 당시 알뜰폰업계 1위 CJ헬로(현 LG헬로비전)를 인수하려던 LG유플러스는 정부가 내건 인가 조건에 따라 5G망 도매대가를 기존 75% 안팎에서 66%로 대폭 인하했다. 알뜰폰 사업자는 통신사에 지불하는 망 도매대가가 낮아져 저렴한 요금을 설계할 수 있게 된 것.

LG유플러스 망을 사용하는 알뜰폰은 이 덕분에 3만원대 5G 요금제를 속속 출시하기 시작했다. 자회사 LG헬로비전 ‘헬로모바일’, 미디어로그 ‘U+알뜰모바일’은 물론 ‘큰사람’, ‘스마텔’, ‘에넥스’, ‘코드모바일’ 등 중소 사업자도 5G 요금제를 준비했다. 당시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 장관 역시 알뜰폰을 중저가 5G 요금제의 첨병으로 치켜세웠다.


하지만 알뜰폰의 이른 5G 출시가 과연 실효성이 있는지는 또 다른 문제다. 과기정통부 무선통신서비스 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알뜰폰 5G 가입자는 총 227명에 그친다. 전체 5G 시장의 0.0046% 비중이다. 첫 5G 서비스가 개시된 전달보다 불과 40명 늘었다. 초기 단계 가입자 규모는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성과를 기대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그 배경으로 알뜰폰업계는 크게 2가지 난관을 꼽는다. 하나는 저가 5G 단말이 매우 부족하다는 점이다. 시중에 나온 5G 스마트폰 대부분은 고가 플래그십 모델이다. 자급제 이용률이 높은 알뜰폰 요금제와 맞지 않는 부분이다. 현재 나온 5G 단말 중에선 80만원대 삼성전자 ‘갤럭시A90’이 가장 저렴하다. 단말기 가격이 더 내려야 알뜰폰도 빛을 볼 수 있다.

또 하나는 망 도매대가다. 5G망 도매대가 인하가 확대돼야 많은 알뜰폰 사업자가 저렴한 요금제를 낼 수 있다. SK텔레콤은 아직 5G망 도매대가를 인하하지 않았다. LG유플러스와 KT는 망 도매대가를 66%로 낮췄지만 대부분 저용량 요금제에 한정했다. 데이터 헤비 유저가 많은 5G 특성상 100GB 이상 고용량 요금제가 늘어야 알뜰폰도 확실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이는 정부의 적극적인 알뜰폰 활성화 정책이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알뜰폰의 3만원대 5G 요금제 출시라는 성과에 그쳐선 안 된다는 게 알뜰폰업계의 지적이다. 현재 종료된 1위 사업자 SK텔레콤의 도매제공의무제도를 재연장하는 정부 입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다. SK텔레콤의 5G 도매제공을 의무화하는 고시 개정도 서둘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

<권하영 기자>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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