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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업계 실적에서 드러난 TSMC 영향력

- 어플라이드·ASML·ASE 등 ‘TSMC 효과’ 누려

[디지털데일리 김도현기자]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강자 TSMC가 업계에서 영향력을 과시했다. TSMC 협력사들의 실적 개선이 이뤄졌다. 반도체 전공정 및 후공정 업체들이 TSMC 효과를 누린 것이다.

TSMC는 2019년 4분기 매출액 3172억3700만대만달러(약 12조2899억원), 영업이익 1242억4244만대만달러(약 4조8131억원)를 달성했다. 매출액은 전년동기대비 9.5%, 전기대비 8.3% 늘었다. 영업이익은 전년동기대비 16.0%, 전기대비 15.2% 증가했다.

지난해 총 매출액은 21조700억대만달러(약 41조4625억원)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2020년에도 상승세를 이어가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다. 투입금액 규모는 160억달러(약 19조원)에 달한다. 극자외선(EUV) 장비 구매 등 미세공정화에 대비하는 차원이다.

TSMC의 호실적은 글로벌 장비업체들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미국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램리서치, 네덜란드 ASML, 일본 도쿄일렉트론(TEL) 등이 대상이다. 이들의 실적발표 자료를 보면, 대만 매출이 일제히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TSMC는 대만 최대 업체로, 사실상 매출 대부분을 차지한다.

어플라이드는 세계 1위 반도체 장비업체로 식각, 이온주입, 증착 장비 등을 공급한다. 어플라이드의 2019년 9~12월 한국과 대만 매출 비중이 각각 12%, 33%다. 전년(2018년)동기에 15%(한국), 18%(대만)였던 것과 대조적이다. 근소했던 차이가 약 3배로 벌어졌다.


램리서치는 지난해 경기도 용인에 연구개발(R&D) 센터 건립을 결정할 정도로, 한국을 주요 매출처로 인식하고 있다. 그럼에도 램리서치의 한국과 대만 매출 비중은 아예 뒤바뀌었다. 2018년 4분기 한국 25%, 대만 17%에서 2019년 4분기 한국 18%, 대만 26%다.


EUV 장비 독점 공급사인 ASML의 매출에서는 TSMC와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경쟁이 두드러진다. 삼성전자가 EUV 공정을 선제 도입한 영향으로, 2018년 한국 판매 비중은 2018년 35%로 가장 높다. 하지만 2019년에는 16%로 2배 이상 줄었다. 한발 늦게 EUV 장비를 구매한 TSMC가 포함된 대만 비중은 2019년(51%)에 2018년(19%) 대비 대폭 상승했다.

TEL 실적 역시 TSMC의 위력이 부각됐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이 포함된 한국 매출액은 2018년(1억2230만엔-8890만엔-8650만엔-6090만엔)에 정점을 찍었다. 메모리 호황 시기다. 같은 시기 대만 판매금액은 4430만엔-2630만엔-4800만엔-2930만엔 수준이다. 2019년에는 대만 비중이 급상승했다. 특히 2019년 9월~12월에는 한국 3100만엔, 대만 7620만엔으로 약 2.5배 차이가 난다. 반도체 불황 속 시스템반도체가 견고했음이 드러나는 수치다.

후공정 업체들도 TSMC 덕을 봤다. TSMC는 현지 협력사와 관계가 밀접한 편이다. TSMC 실적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는 의미다. 대만 패키징 1위 업체 ASE는 지난해 매출액 4131억8200만대만달러를 기록했다. 2018년(3710억9200만대만달러)보다 올랐다. 2020년과 2021년에도 각각 4496억2100만대만달러, 4907억9600만대만달러로 추정돼 성장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반도체 공정용 소모품을 세정 및 코팅하는 코미코는 국내 업체 부진 속 선방했다. 코미코는 TSMC, 인텔 등을 고객사로 확보한 상태다. 덕분에 2019년 대만 법인 매출이 30% 이상 성장, 메모리 불황을 견뎌냈다. 올해는 TSMC와 인텔 등의 대규모 투자가 예고돼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2019년은 시스템반도체의 힘을 느낄 수 있었던 한 해였다. 메모리 시장악화에도 시스템 분야는 전년 수준을 유지했다”면서 “특히 파운드리 1위 업체인 TSMC의 매출 상승은 협력사에 호재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다만 국내 반도체 업체 대부분은 TSMC 효과를 누리지 못했다. TSMC는 전공정은 미국·일본 등에, 후공정은 대만 업체에 의존하고 있다. 국내 소재·부품·장비 업체들은 TSMC 상승세와 직결되기 힘든 구조다. 우리나라 협력업체는 대부분 후공정 분야인데, 최근 TSMC와 장비 공급계약을 맺은 국내 장비사는 전무한 상황이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TSMC의 지난해 4분기 파운드리 시장점유율 52.7%다. 압도적인 선두로 2위 삼성전자(17.8%)와 격차 크다. TSMC는 1분기 48.1%에서 50% 이상을 회복한 반면, 삼성전자는 19.1%(1분기)에서 감소했다.

<김도현 기자>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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