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는 세계 반도체·디스플레이를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만들기 위한 소재·부품·장비(소부장)는 해외의존도가 높다. 지난 10여년 줄곧 지적했던 문제다. 일본 수출규제는 한국 기업의 약점을 부각했다. <디지털데일리>는 소부장 육성을 위해선 무엇이 필요한지, 우리 기업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등 유망기업을 만나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김도현기자]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는 노광, 증착, 식각 등의 공정을 거치면서 완성된다. 이 과정에서 포토레지스트(감광액)와 불화수소 등이 사용되고, 화학 반응이 일어나면서 유해가스가 발생한다. 삼불화질소(NF3), 육불화항(SF6), 사불화탄소(CF4) 등이 대상이다. 이는 ‘스크러버’라는 장비를 통해 정화한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조는 진공 상태의 챔버에서 이뤄진다. 공정이 이어지면, 챔버 내 온도가 올라간다. 이는 ‘칠러’가 해결한다. 칠러는 공정 중 주변 온도를 안정적으로 조절, 공정효율을 높여주는 장비다.
스크러버와 칠러는 메인 장비는 아니지만, 필수 장비다. 가스 정화와 온도조절은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공정의 핵심이다. 과거 해외의존도가 높았던 장비들이지만, 국내 업체들도 개발에 성공해 공급 중이다. 국내에서는 유니셈이 대표적이다. 최근 경기도 화성 본사에서 만난 유니셈 관계자는 “유니셈은 지난 1994년 국내 최초로 스크러버를 만들었다”며 “칠러 역시 개발 성공하며, 주요 매출처로 자리매김했다”고 설명했다.
유니셈의 매출 비중은 스크러버 31.88%, 칠러 32.70%, 관련 유지보수 31.74% 정도다. 두 제품이 차지하는 부분이 압도적이다. 비중이 큰 만큼 라인업도 다양하다. 스크러버는 번(BURN)-웨트(WET), 플라즈마(PLASMA), 레진(RESIN) 타입 등이 있다.
번-웨트는 액화천연가스(LNG)가 유해가스를 고온에서 태운 뒤, 물을 촉매로 정화하는 방식이다. 플라즈마는 전압을 활용해 가스를 제거한다. 레진은 특수 물질을 통해 유해가스를 흡착하는 구조다. 칠러 종류에는 열 교환, 전력량 감소, 냉매식 등이 있다.
스크러버와 칠러의 특징은 호환성이 높다는 점이다. D램과 낸드플래시 라인은 물론 시스템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태양광 등에서도 같은 장비를 활용할 수 있다. 덕분에 유니셈은 다양한 고객사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마이크론, 키옥시아, BOE, 티엔마 등 주요 업체들이 포함된다. 일반적으로 국내 기업들은 주요 업체별 장비사가 갈리지만, 유니셈은 고른 고객사를 확보한 상태다. 예를 들면 삼성전자는 번-웨트 타입, SK하이닉스 플라즈마 타입 스크러버를 사용하는데 유니셈이 둘 다 공급 가능한 것이다.
향후 스크러버와 칠러의 활용도는 지속적으로 높아질 전망이다. 반도체 미세공정화가 진행되면서, 가스 사용량이 늘고 있다. 이는 스크러버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다는 뜻이다. 세계적인 환경 강화 추세도 호재다. 반도체 웨이퍼 직경(200mm→300mm) 및 대형 패널 출하량 증가도 해당 장비들의 추가 구매를 유발하는 요소다.
유니셈 관계자는 “지난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투자가 적었지만, 올해는 업황 반등에 따른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면서 “중국 업체 수주 확대, 신규 고객사 확보 등으로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유니셈은 사업다각화도 추진하고 있다. 무선주파수(RF) 센서, 지문인증 스마트카드 등의 사업을 시작한 상태다. RF 센서는 사물인터넷(IoT) 영역으로, 스마트카드는 보안 영역으로 키워나갈 계획이다.
<김도현 기자>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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