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통합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웨이브’가 18일 공식 출범했습니다. 지상파3사와 SK브로드밴드의 만남에 많은 관심이 쏟아졌는데요. 관련 기사를 읽다 보면 자주 보는 단어들이 있습니다. ‘외산’, ‘공세’, ‘토종’, ‘대항마’입니다. 어쩐지 미국 넷플릭스의 침략에 맞선 한국 웨이브의 항쟁이라는 그림이 그려집니다.
언론에서만 그런가 했더니 웨이브 스스로도 그렇게 자처하는 모양입니다. 이태현 콘텐츠웨이브 대표는 출범식에서 “국가 경제로 보자면 우리 플랫폼을 통해 국산 콘텐츠가 유통되는 것이 좋다”고 언급했죠. 이희주 콘텐츠웨이브 본부장은 한 미디어포럼에서 “미국발 OTT에 우리 문화를 맡길 수 없다”면서 “문화 제국주의”라는 표현도 덧붙였습니다.
일면 맞는 말입니다. 한국 콘텐츠가 외국계 미디어 플랫폼에 의존하는 게 좋은 일은 아닙니다. 독과점 체제에 종속되면 어쩔 수 없이 갑질을 당할 수도 있습니다. 시장 변화에 제때 대응하지도 못합니다. 일본산 소재·부품에 의존했던 한국 반도체가 일본발 수출 규제 이후 부랴부랴 국산화를 외치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하지만 넷플릭스의 등장이 국내 콘텐츠 시장에 자극을 준 것도 사실입니다. 지상파 방송사도 막강한 미디어 권력으로 제작사에 갑질을 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열악한 방송 제작 환경은 아직도 남아 있는 숙제입니다. 그런데 넷플릭스가 등장하자 양질의 콘텐츠가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넷플릭스의 국내제작 콘텐츠는 올해만 325편입니다. 장르도 훨씬 다양합니다.
글로벌 시대에 ‘외산 대 토종’의 싸움만 부추길 순 없는 노릇입니다. 무엇보다 이용자는 냉정합니다. 특히 OTT 가입자의 플랫폼 충성도는 높지 않습니다. 미디어미래연구소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연간 가입자의 5분의 1이 OTT를 변경했고, 여러 OTT를 동시에 이용하는 사람도 절반 이상입니다. 한국도 이와 다르지 않을 거라고 합니다.
외산이든 토종이든 OTT의 경쟁력은 콘텐츠에서 나옵니다. 물론 넷플릭스와 달리 거대자본이 없는 웨이브엔 힘든 싸움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본력이 반드시 콘텐츠의 질과 비례하는 것은 아닙니다. 동남아에 거점을 둔 아이플릭스(Iflix), 인도 시장의 스풀(Spuul) 등 상대적으로 적은 자본에 로컬 콘텐츠 경쟁력을 키운 사례들이 적지 않습니다.
웨이브의 정체성을 ‘토종’에만 국한해선 안 됩니다. 콘텐츠 경쟁력을 보여주지 않는 한 이용자에겐 그저 감정 호소밖에 안 됩니다. 잘되라고 응원해줄 순 있어도 재미없으면 순식간에 떠납니다. 그런 점에서 콘텐츠 분야에만 3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웨이브의 선택이 반갑습니다. 다만 ‘토종’이라는 딱지는 이제 떼길 바랍니다.
[권하영기자 블로그=잇(IT)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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