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상품 시장획정이 공정거래위원회가 3년전 결정을 뒤집는 논리로 작용했다. 기준은 바뀌지 않았지만 아날로그 대체상품인 8VSB를 별도 시장, 상품으로 구분하면서 3년전 입장을 번복하는데 성공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0일 LG유플러스와 CJ헬로간 기업결합 심사보고서를 LG유플러스에 발송했다.
방송통신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CJ헬로의 8VSB 방송에 3년간 가격인상 제한 ▲채널 축소금지 ▲상호겸영 금지 등의 조건을 부여했다.
2016년 공정위는 SK텔레콤의 CJ헬로 인수합병에 제동을 걸었다. 당시 공정위는 시장획정을 지역별로 판단했다. 양사의 기업결합이 이뤄질 경우 CJ헬로비전의 23개 방송구역 중 1위인 21곳에서 경쟁제한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았다.
3년이 지났지만 방송통신 시장에서의 경쟁상황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IPTV의 위상이 좀더 커지기는 했지만 CJ헬로 역시 케이블TV 1위 사업자로 가입자는 2016년(2분기 기준) 409만명에서 올해 2분기 421만명으로 늘어났다.
2016년 판단을 기준으로 할 경우 이번에도 M&A 승인은 어려울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공정위는 3년전 기준을 유지하면서 정반대의 결론을 도출했다.
먼저 공정위는 CJ헬로의 23개 지리적 시장획정 기준을 유지했다. 하지만 아날로그 대체상품인 8VSB를 디지털방송과 분리했다. 3년전에는 CJ헬로가 8VSB 상품을 취급하지 않았다. 만약 8VSB를 아날로그 상품으로 분류했다면 결과는 3년전과 동일해질 수 밖에 없었다.
이는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시장경쟁상황평가가 큰 영향을 미쳤다. 방통위는 올해 처음으로 8VSB를 별도의 유료방송시장으로 획정했다. 또한 IPTV가 통계작성 이후 처음으로 케이블TV(SO)를 추월했다.
하지만 8VSB와 디지털상품을 별도의 시장으로 획정함에 따라 CJ헬로와 LG유플러스의 결합의 경쟁제한성이 크게 떨어질 수 있었다. 즉, 3년전에는 아날로그 점유율이 영향력이 있었지만 실제 아날로그를 계승한 8VSB가 별도 상품으로 획정되고 IPTV 점유율이 케이블TV를 추월한 상황에서 이제는 경쟁제한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다만, 공정위는 혼합시장에서 문제를 제기했다. 디지털유료방송과 8VSB를 합쳐놓고 보는 혼합시장에서는 경쟁제한이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LG유플러스가 다룰 수 있는 상품이 늘어난 만큼 8VSB에 대한 조건이 부여됐다.
공정위는 LG유플러스에 CJ헬로 8VSB 가입자 보호를 위해 요금인상 3년간 금지를 결정했다. 또한 8VSB 채널 확대, 가격인하 등 디지털방송과 격차완화 방안도 마련해 협의할 것을 지시했다. 아울러 홈페이지에 8VSB와 디지털케이블과의 차이를 명확히 고지하고 케이블TV 가입자를 IPTV로 부당하게 옮기는 것 역시 금지했다.
CJ헬로에 대한 겸영금지 결정도 내려졌다. LG유플러스가 CJ헬로 상품을 판매할 수는 있지만 CJ헬로가 LG유플러스의 IPTV 등의 상품을 판매해서는 안된다. CJ헬로 가입자의 LG유플러스로의 급격한 이동을 방지하기 위해 마련됐다. 공정위는 3년간 금지 결정을 내렸다.
업계 관계자는 "3년전과 비교해 동일하게 지리적 시장 획정을 바탕으로 결정을 내렸지만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며 "8VSB를 별도 시장으로 획정한 한 포인트 때문에 결과가 달라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