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한국이 미국과 중국의 패권전쟁에서 샌드위치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미국에 이어 중국이 자국 정책에 협력하라는 압박에 나섰다. 미국은 한국의 안보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국가다. 중국은 한국의 경제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국가다. 정부와 기업의 고심이 깊어질 전망이다.
9일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지난 4일과 5일 주요 기업에게 미국 정부의 화웨이 제재에 동참할 경우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포함했다. 중국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을 중국에서 독과점 지위를 남용했다며 조사 중이다.
지난 5월 미국은 미국 기업의 화웨이와 거래를 금지했다. 물건을 사도 팔아도 안 된다. 미국 기술이 일정 부분 이상 이용하는 해외 기업도 대상이다. 위반하면 미국에서 사업을 할 수 없다. 미국 인텔(중앙처리장치) 퀄컴(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구글(스마트폰 생태계) 페이스북(스마트폰 생태계) 마이크론(메모리 반도체) 영국 ARM(시스템 반도체) 등이 거래 중단을 선언했다.
화웨이는 영향 없다고 일축했지만 시장 관측은 다르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올해 화웨이 스마트폰 판매량이 전년대비 5000만대 가량 감소한 1억5600만대에 그칠 것으로 예측했다. 통신장비도 밝지 않다. 러시아가 5세대(5G) 이동통신에 화웨이를 쓰기로 했지만 제대로 공급을 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화웨이 자회사 하이실리콘의 시스템 반도체는 인텔 퀄컴 정도 성능을 내지 못한다. ARM의 이탈로 이마저 쉽지 않다. 5G는 전기 수도 가스처럼 국가 기반시설이 될 전망이다. 성능이 불확실한 5G 장비를 투입하기 꺼려지는 지점이다.
미국은 여러 경로로 한국도 화웨이 배제에 동참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은 화웨이가 고객사다. LG유플러스는 화웨이가 공급처다. 일단 알려진 타깃은 LG유플러스다. LG유플러스는 4세대(4G) 이동통신과 5G에 화웨이 장비를 사용한다.
한국 정부는 ‘기업이 결정할 일’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청와대까지 나섰섰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내 5G는 화웨이 비중이 10% 미만”이라며 “상용 통신망과 군사 안보 통신망은 확실하게 분리돼 있다”고 했다. 정부가 기업에 개입할 근거가 부족하다는 논리다.
한국의 처지는 사드 사태 때와 유사하다. 미국과 중국의 신경전이 한반도에서 이뤄졌다. 정부의 섣부른 배치 결정은 중국의 보복을 불렀다. 미국은 ‘실리’ 중국은 ‘명분’을 챙겼다. 피해는 국내 기업이 감당했다.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는 사실상 중국 시장을 잃었다. 그때 떠난 중국 관광객은 아직도 돌아오지 않았다. 지금의 미국 중국 갈등 대비 사드는 ‘새발의 피’다. 정부와 기업이 애매한 태도로 일관하는 이유다.
한편 미국과 중국의 대립은 심화할 전망이다. 화웨이나 관세 등은 빌미다. 양자 대결은 미국이 세계 유일 패권국을 유지할지 싸움이다. 어느 한 쪽이 굽히지 않으면 해결은 쉽지 않다. 다만 오는 28일과 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변수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이 만나기로 했다. 회담 결과에 따라 사태를 일단 봉합하는 수순으로 전환할 수도 있다.